계란을 던지고 싶어도 귀해서 못 던지게 만든 걸까.


봉쇄선까지 올라갔다. 우리를 마주한 이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호기심까지 엿보였다. 그들은 누구인가. 국민은 누굴 지칭하는 것인가.
박자가 맞지 않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제창되고, 한 사람이 빠져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들은 빠짐없이 돌아 나와야 했다. 중간에서 흩어진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 했다.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는 이 흐름.


광화문에서 시청으로 올라갔다. 풍물패의 가락 소리는 뒤로 사라지고 시끄러운 군가 소리가 우리를 맞았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태극기를 흔들며 뭐라 말하기 어렵게 도취해 있는 노인들이 가득했다. 촛불을 든 사람들과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대비가 기괴했다. 극악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태극기를 창처럼 흔들던 노인을 마주하며 나는 당혹했고 서글픔이 커져 비참했다.
말과 행동을 그렇게 쓰는 것을 보는 절망감. 시간을 가르는 무수한 평행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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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12-31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장소에있군요 해피뉴이어

AgalmA 2017-01-01 00:42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서로를 모른 채 많은 사람이 간절한 바람으로 거기 모여 있는 걸 체감할 때마다 많은 생각이 스쳐 갑니다.
21세기컴맹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겨울호랑이 2016-12-31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오늘 광화문에 나가셨군요..^^: 행복한 2016년 마지막 날 되세요 ㅋ

AgalmA 2017-01-01 00:35   좋아요 2 | URL
올해는 책 볼 여유를 끝까지 주지 않네요; 그래서 2017년에 귀가^^;;
어서 기쁜 마음으로 모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31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나가셨죠?^^
뜻 깊은 올해 마감이세요.

AgalmA 2017-01-01 01:25   좋아요 1 | URL
오늘 아니 벌써 어제이자 작년이 되어버린 시간...참 포근하더군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심과 행동을 보여 주려는 분들을 보니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씨 때문에 2017년 첫 날을 길에서 맞았어요. 화난다ㅎ!

yureka01 2016-12-31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해 마무리 의미로운 시간이네요..수고하셨습니다..

AgalmA 2017-01-01 00:40   좋아요 2 | URL
2017년 1월 7일 집회는 벌써 11차가 된다고 하더군요. 1월 9일은 세월호 사건 이후 1000일 되는 날이라고...
1월엔 좋은 결과 나와 새해가 제대로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1-01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약속을 시청앞으로 해서 그들과 마주쳤어요.
‘계엄령을 선포하라‘ ‘군대를 동원하라‘ 광기어린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AgalmA 2017-01-01 12:41   좋아요 1 | URL
네. 말로 소통할 여지가 전혀 안 보여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 상황이 해결된다고 해도 다음 상황은 또 어떤 것이 올까 싶으니 그것도 답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