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거문고를 물고 그 노인이 온다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꽃이다
이 가지에 꽃은 피었는가 이 가지에 꽃은 피지 못한
꽃이라도 좋고 피고 지는 꽃이라도 좋다 다만 다만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나는 버짐이 돋아나도 좋지만 나는 꽃이 되어도 좋지만
피지 않는 꽃을 내가 끌어올 수 없지 않느냐 이 가지에
다만 어둠이 당기고 있는 공간만 있다 이 가지에 부서지는
영혼의 소리 들리느냐 사람 깊은 곳에
이 가지에 핀 아스팔트같은 먼 손이 떨려온다 해도
이 가지는 대부분 부서지는 햇살이 되어 웅크리고 있다
이 가지에 돋은 꽃이 그 넋이 되리라는 예감에 나는 이 가지에
옆에 있다 이 가지에는 꽃이 피어도 좋고 꽃이 쓰러져도 좋다
이 가지는 피 토하며 쓰러져 가고 있나니
詩 김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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