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람
바닥에 배를 깔고
나는 걸어간다
인간의 보행이 이런 걸음을 본다면
기겁을 하겠지만,
달아나면서도
뛰어가면서도
나는 하반신이 없다
배고픔이 있다
바닥에 배를 깔고
다리 숲 사이를 잘도 걸어다녔다
앞발이 그의 두 발이다
다리는 배에서부터 나온다
앞으로
앞으로
그는 기어서 갔다
수풀에서 뱀을 본 것처럼
처음에는 놀라고
나중에는 시장바닥에 섞여
기어다니는 그를
처음 보는 뱀처럼
찬찬히 뜯어보는 사람은
지층 높이의 눈을 가진
나다!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빌딩들이 자라고
비행기는 난다
뱀이 올려다보는 구름은
그러나 무의미하다
내가 내려다보는 뱀의 눈이
무의미하다
하반신이 없다
머리와 꼬리 사이
다리는 지워지고 없다
꼭 그만큼의 배고픔이 있다
달리 닮은 점이 있는가
뱀과 사라진 길짐승 사이에
그가 있다
걸어가는 내가 있었다
바닥에 배를 깔고
꼭 그만큼의 배고픔으로
꿈틀, 움직이는 거였다
詩 김언
§
"뱀이 올려다보는 구름은 …… 무의미하다" 김언 시인의 문장에서
15년 넘게 오로지 구름 사진만 찍었던 김광수 씨 사진을 떠올린다
무의미를 의미로 만드는 인간의 손,
의미를 무의미로 만드는 인간의 눈,
그렇다면 창조주의 행방은?
이 기억은?
유죄는 목적도, 가해자도 없이 단지 진행 중인가
꿈틀대는 구름
꿈틀대는 배고픔
한때 너를 끝없이 알고 싶었고
한때 나를 끝없이 알고 싶었고
가장 작은 먼지와 가장 큰 먼지에 대해선 아직도 모른다
가장 작은 구름이 어디서 자라고 가장 큰 구름이 어디서 사라지는지 아직도 모른다
초원의 바싹 긴장한 영양의 기분 정도는 알지 모른다
인간은 지구를 떠도는 작은 神이라고 티끌같이 적는다
이 글도 벌써 십 년 전이다
그러니까 이쯤 되면 나는 죽은 것인가
아니, 이쯤 되면 죽는 것 아닌가
ㅡ Agalma
김광수 사진집 [나의 구름] 中
André Kertész (American, 1894~1985)
Martinique January 1, 1972
8 x 10 inch Gelatin Silver Print
Edward Steichen (American, born Luxembourg, 1879-1973)
The Big White Cloud, Lake George, 1903, printed 1904
Alfred Stieglitz Collection, 1933 (33.43.47)
Masao Yamamoto
http://www.yamamotomasao.jp/
도마쓰 쇼메이(東松照明, Shomei Tomatsu, 1930~)
Hateruma Island, 1971
Gelatin silver print, 20 x 16
Laurent Millet (French)
Les Zozios, Roto Cloud, 2003
24 x 20 inch chromogenic dye print
Les Zozios, Fluffy C, 2003
24 x 20 inch chromogenic dye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