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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
이 책도 그렇지만, 저도 문학 글쓰기에 대해서만 말하겠습니다.
혼동하기 쉬운데, 글과 문학은 다릅니다. 문장만 잘 쓴다고 해서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구분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개의 글에서 우리는 콩트, 산문, 에세이, 논문 이상이 아닌 글을 직감적으로 압니다.
에너지, 문학의 힘이 나오려면 자가발전소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걸 가차 없이 그 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돈, 건강, 애인, 가족, 나!까지도 우열 없이 집어넣는 작심(作心)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진짜는 그렇게 해야 나오는 것이지만...) 정말 그러라는 소린 아닙니다; 제가 당신 인생을 책임질 수 없으니;; 능력껏, 소신껏.
아래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글을 밑줄 긋기로 발췌한 것처럼, 막연한 읽기/쓰기/경험은 아무짝에도(너무 심하잖아! 조, 조금은 도움이) 쓸모가 없습니다. 발전소가 우르르쾅쾅대다가 잠잠해지다가 문득 혜성처럼 공이 날아오죠. 그 날아오는 순간 연필이든 펜이든 스마트폰이든 재빨리 붙잡고 같이 놀기 시작해야 합니다. 공을 받긴 받았는데, 이, 이걸 어떻게 하지 하다가 (대개 잃어버리지만) 기념으로 책장 한 편에 끼워 둬서는 먼지 쌓여가는 책 꼴밖에 안 납니다.
내가 처음 걷고 밥숟가락 들기 시작해 사람 꼴을 갖춰 나갔듯이, 좋아하는 글을 흉내 내기부터 해 보십시오. 그리고 작아진 옷을 버리듯이 또 가차 없이 자가발전소에 버리는 겁니다. 필요한 옷과 음식과 쉴 곳을 구하고 살듯이, 그렇게 책도 구하고 생각씨름을 하고 잠도 같이 자고 함께 사는 겁니다. 상상의 연애와 실제 연애가 다르듯이, 공상의 글쓰기와 실제 글쓰기도 그렇게 달라지게 됩니다.
문학 글쓰기는 출퇴근 개념이 아닙니다. 유명 작가들이 글 쓰는 시간은 따로 둔다 겸손한 듯 우아하게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죠. 머릿속에 숨겨둔 발전소는 어쩔? 달리면서도 글 생각, 얻어맞으면서도 이건 소재다! 글 생각, 자나 깨나 글 생각. 자면서도 아이디어가 생겼어! 벌떡 일어나 스탠드 불을 켜는 사람들이 작가입니다. 폴 매카트니처럼 잠결에 Yesterday를 작사하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죠. 우리가 그리도 원하는 로또잖아요! 하지만 꿈인가 생시인가 하다가 이 느낌은 뭐지? 이걸로 뭘 할 수 있지?(이 생각이라도 나면 다행) 우물쭈물 하다보면 공은 우주로 멀리멀리 날아가는 거죠.
작가란 무엇인가 뒷조사 작전에 골몰할 게 아니라 내게 날아오는 공을 봐야 되는 일입니다. 붙잡았다고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니죠. 송구도 해야죠. 공이 고래가 되어 헤엄치며 날아가게 될 때, 자신의 문학이란 야구게임을 즐기게 되는 겁니다. 그 고래는 다시 돌아오지 않죠. 우리는 또 공을 잡고, 고래를 꿈꾸는 허만 멜빌이나 헤밍웨이(너무 거창한가;)가 되는 겁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아, 내 공 생각하다 왜 남의 공 걱정... 난 늘 이게 문제야...
ㅡ Agalma
※ 다카하시 겐이치로 책들 정말 재밌죠-_-)b
집중적으로 수많은 소설을 읽는다(이건 분명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합니다. 충분히 실천해주십시오. 하지만 그저 읽는 것만으로는 연습이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다(위의 사항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이것도 위와 마찬가지). 무엇이든 좋다, 일단 쓰기 시작해본다(올바른 방법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기억이라는 것은 흠씬 얻어맞은 개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급하게 움직이거나 말을 걸거나 쓰다듬어주려고 했다가는 ....... 휘익 도망쳐버리거든요! 일단 도망쳐버리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에밀과 탐정들> 에리히 케스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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