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책
◎ 리처드 화이트 『자연 기계 :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과학기술에 대한 거대한 질문』 (7/27)
강을 통해 인류 역사를 조망하는 접근이 생소하진 않다. 다뉴브 강을 통해 중부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을 현란하게 꿰던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다뉴브』 (문학동네)도 있었으니까.
리처드 화이트는 미국 컬럼비아 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데, 마그리스에 비해 좀 더 사회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이며 참 빼어나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 두 번이나 오를만한 지성과 통찰! 얄팍한 앎으로 감상적인 것만 건드리고 끄적이는, 탐구는 부족하고 술회만 가득한 요즘의 에세이와 얼마나 다른가!
「 "나이가 들고 중년이 되니, 역사는 사물이나 관념 혹은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지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현대 환경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일을 통해 자연을 알아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군의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 인간을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만지는 손보다 관조하는 눈을, 활동적이기보다 사색적이기를, 자연과 인간의 연관보다는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는 소위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인간이 자연과 좀 더 근본적인 교감을 이룰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그 가치를 인정해온 사람들을 폄하한다.
"연어와 댐, 이 둘에 매료되어, 그리고 각각이 지닌 미덕에 대해 감탄하며, 나는 상당히 의식적으로 근대적 환원주의자들에 반대하면서 이 책을 쓰고자 했다. 자연 세계를 소유물로, 행동을 담론으로, 삶을 시장으로, 변화무쌍한 지구를 안정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자연으로 환원하는 그런 환원주의들 말이다. 이 책은 경계를 흐리고, 불순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그렇게 흐려지고 더렵혀진 경계들을 따라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우리의 딜레마와 함께 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자연에 무엇을 해왔고 또 자연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과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에 숙고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반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존 뮤어에 대해서는 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댐 안에서 자연적인 것을, 연어에게서 비자연적인 것을 찾아낼 것이다. 강에서 인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은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ㅡ 집중해 읽고 있는데 그래픽 심리 설문 중이라며 누군가 다가왔다. 스타벅스에도 이런 분이 등장하는 줄 몰랐네;
A4 네모 상자 안에 가장 좋아하는 도형 순으로 배치하라고 했다.
S, △, ○, □
혹시 신종 "도를 아십니까" 냐고 물었다. 상대는 매우 웃으며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어딘가로 날 데려가고 싶어 했다.
조상신이 아니어도 심리상담가 앞에라도.
신중히 들어보고 의심 많은 사람답게 최종적으로는 정중히 사양했다. 나머지가 좀 궁금하긴 했다.
◎ 나카마사 마사키 & 마이클 셔머(7/28)
「 "내가 도덕의 세계를 이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궤적은 길고 내 눈이 닿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는 내가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 궤적이 어디로 향할지 계산하여 그 모양을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양심에 비추어 그것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본 바 그 궤적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지는 것이 확실하다."
(19세기 노예제도 폐지론자 시어도어 파커 Theodore Parker)
"도덕의 세계의 궤적은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구부러집니다."
(마틴 루서 킹, 1965년 연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비심보다는 이기심이 훨씬 강한데 이 순서를 뒤집는 것이 도덕의 기능이다"
(아일랜드 역사가 윌리엄 에드워드 하트폴 레키 William Edward Hartpole Lecky) 」
ㅡ 이 책도 의외다. 엄청난 시니컬을 보여줄 줄 알았더니 도덕의 긍정성을 말할 줄이야!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셔머도 밝히고 있다. '이성'이란 무엇인가,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등등 개념을 꼼꼼히 짚어가며 도덕의 진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좋을 듯.
어쨌든 셔머의 이 책도 e book 나오면 좋겠다. 이 달에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도 e book 나왔던데! 벽돌 책을 이미 사서 노려만 보고 있는데 담 달에 살지도 몰라! 벽돌 책 독파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