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니것 당분간 안 읽어야겠습니다. 실망이 연속되는 게 싫어서요.
지난번에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에 제가 혹평한 걸 좀 만회하고자 빠르게 그의 단편집도 꺼내 읽었죠. 《세상이 잠든 동안》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수록작에 대한 만족도가 과반 이하입니다. 보니것의 장편에 비해 이 단편집은 평이합니다. 요즘 나오는 수준 높은 단편들에 비해서도 그러하고요.
(작은 한숨 쉬고)
중고로 바로 팔려고 했는데
규정이 또 바뀌어서 출간 6개월 미만 도서에 중고 판매 금지 걸어 놨더군요.
(큰 한숨 쉬고)
날이면 날마다 문자며 메일이며 온갖 홍보로 열심히 신간 사라고 하면서 빨리 팔지도 못하게 하고 이쯤 되면 자기들 입맛에 맞게 사라 마라 하는 횡포 아닙니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06/pimg_7598491531901356.jpg)
책 사는 사람들이 으리으리한 집에 다들 서가 빵빵하다고 생각하는지? 책을 즐겨 사는 사람들은 로테이션도 빨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이런 사정 모르는 바 아닐 테고 이런 조치들 절대 독자들 위한 건 아니죠. 과연 모두를 위한 시장 질서일까요. 개인들의 중고 판매가 출판사와 서점 판매를 위축시킬 만큼 그토록 위협적인 가요. 그런 빅데이터가 나왔다면 저도 좀 보고 싶군요. 제가 보기엔 구매자의 선택권이 더 좁아지고 구매를 더 위축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이제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꼭 소장할 책만 살 생각이니까요. 아닌 거 같으면 빨리 팔지 하며 호기심에 사는 짓은 절대 금물이죠. 책을 오래 보는 사람은 큰 불만 없을 지도요; 읽다 보면 6개월이 지나 있다....;
이번 조치는 신간 판매 증진(출판계) & 회원 간 거래보다 사이트에 더 싸게 넘기는 걸 유도하려는(대형 온라인 서점) 쌍방의 이익만 보이는데요.
새 규정 이전에 대형 서점은 '발매 이후 18개월간은 최대 10%만 할인 가능'하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중고 온/오프라인에서 대량으로 책을 팔았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18개월 미만 할인책이 싹 사라져 있군요. 결국 이번 조치는 개인 간 거래가 문제 아니라 이것 때문이었다고 짐작되는데요.
출간 6개월 미만 책을 대형 중고서점에서는 안 파는지 형평성이 지켜지는지 눈여겨볼 겁니다.
신간 특징상 빠르게 팔리니 확인과 추적이 어렵다고 온라인 중고 서점에 기습적으로 올려 파는 것도 하지 않으셔야 할 테고, 오프라인 중고 서점에서도 팔지 않으셔야 합니다.
도서정가제, 10년 대여 종결, 이 일련의 과정들 다 속이 뻔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06/pimg_7598491531901359.jpg)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적인 일요일
올해 첫 수박인데 대실패. 차라리 무를 사 먹지 그랬어! 내가 이럴 줄 알았나!!
비도 오고 해도 뜨고 괴상하고 서늘한 5월의 어느 일요일 맛없는 걸 먹으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수박 씨를 퉤퉤 뱉는 게 유일한 쾌감.
이것도 하다 보니 귀찮다.
아아...
MOMA pencil은 감촉은 진짜 좋은데 필기감은 거칠다. 현대 도시 생활과 비슷하다.
추워서 전기난로를 켰다.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자, 이제 따뜻하므로 다른 복잡한 것은 잊고 책에 집중하자.
“나는 매일매일 무엇이 좋고 중요하고 재미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선택을 내려야 하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가능성이 차단된 다른 선택들의 박탈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차츰 깨닫고 있다. 세월이 점점 빠르게 흐를수록 선택의 폭은 점점 더 좁아지고 박탈된 선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결국 내 인생은 평생 풍성하고 복잡하게 가지 쳐온 나뭇가지의 한 지점에 다다를 텐데, 그 지점에서 내 삶은 그 하나의 경로로 제한될 테고, 이후에는 세월이 나를 정체와 위축과 부패의 단계로 몰아넣을 것이며 그러다 결국 나는 최후의 구조의 기회마저 놓치고 그동안의 모든 싸움이 허무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시간에 익사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가두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선택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어른답게 살고 싶다면, 나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박탈을 애석해하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살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