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니것 당분간 안 읽어야겠습니다. 실망이 연속되는 게 싫어서요.
지난번에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에 제가 혹평한 걸 좀 만회하고자 빠르게 그의 단편집도 꺼내 읽었죠. 《세상이 잠든 동안》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수록작에 대한 만족도가 과반 이하입니다. 보니것의 장편에 비해 이 단편집은 평이합니다. 요즘 나오는 수준 높은 단편들에 비해서도 그러하고요.
(작은 한숨 쉬고)
중고로 바로 팔려고 했는데
규정이 또 바뀌어서 출간 6개월 미만 도서에 중고 판매 금지 걸어 놨더군요.
(큰 한숨 쉬고)
날이면 날마다 문자며 메일이며 온갖 홍보로 열심히 신간 사라고 하면서 빨리 팔지도 못하게 하고 이쯤 되면 자기들 입맛에 맞게 사라 마라 하는 횡포 아닙니까?


책 사는 사람들이 으리으리한 집에 다들 서가 빵빵하다고 생각하는지? 책을 즐겨 사는 사람들은 로테이션도 빨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이런 사정 모르는 바 아닐 테고 이런 조치들 절대 독자들 위한 건 아니죠. 과연 모두를 위한 시장 질서일까요. 개인들의 중고 판매가 출판사와 서점 판매를 위축시킬 만큼 그토록 위협적인 가요. 그런 빅데이터가 나왔다면 저도 좀 보고 싶군요. 제가 보기엔 구매자의 선택권이 더 좁아지고 구매를 더 위축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이제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꼭 소장할 책만 살 생각이니까요. 아닌 거 같으면 빨리 팔지 하며 호기심에 사는 짓은 절대 금물이죠. 책을 오래 보는 사람은 큰 불만 없을 지도요; 읽다 보면 6개월이 지나 있다....;

이번 조치는 신간 판매 증진(출판계) & 회원 간 거래보다 사이트에 더 싸게 넘기는 걸 유도하려는(대형 온라인 서점) 쌍방의 이익만 보이는데요.
새 규정 이전에 대형 서점은 '발매 이후 18개월간은 최대 10%만 할인 가능'하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중고 온/오프라인에서 대량으로 책을 팔았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18개월 미만 할인책이 싹 사라져 있군요. 결국 이번 조치는 개인 간 거래가 문제 아니라 이것 때문이었다고 짐작되는데요.
출간 6개월 미만 책을 대형 중고서점에서는 안 파는지 형평성이 지켜지는지 눈여겨볼 겁니다.
신간 특징상 빠르게 팔리니 확인과 추적이 어렵다고 온라인 중고 서점에 기습적으로 올려 파는 것도 하지 않으셔야 할 테고, 오프라인 중고 서점에서도 팔지 않으셔야 합니다.

도서정가제, 10년 대여 종결, 이 일련의 과정들 다 속이 뻔한.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적인 일요일

 

올해 첫 수박인데 대실패. 차라리 무를 사 먹지 그랬어! 내가 이럴 줄 알았나!!
비도 오고 해도 뜨고 괴상하고 서늘한 5월의 어느 일요일 맛없는 걸 먹으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수박 씨를 퉤퉤 뱉는 게 유일한 쾌감.
이것도 하다 보니 귀찮다.
아아...

MOMA pencil은 감촉은 진짜 좋은데 필기감은 거칠다. 현대 도시 생활과 비슷하다.

추워서 전기난로를 켰다.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자, 이제 따뜻하므로 다른 복잡한 것은 잊고 책에 집중하자.


“나는 매일매일 무엇이 좋고 중요하고 재미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선택을 내려야 하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가능성이 차단된 다른 선택들의 박탈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차츰 깨닫고 있다. 세월이 점점 빠르게 흐를수록 선택의 폭은 점점 더 좁아지고 박탈된 선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결국 내 인생은 평생 풍성하고 복잡하게 가지 쳐온 나뭇가지의 한 지점에 다다를 텐데, 그 지점에서 내 삶은 그 하나의 경로로 제한될 테고, 이후에는 세월이 나를 정체와 위축과 부패의 단계로 몰아넣을 것이며 그러다 결국 나는 최후의 구조의 기회마저 놓치고 그동안의 모든 싸움이 허무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시간에 익사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가두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선택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어른답게 살고 싶다면, 나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박탈을 애석해하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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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8-05-0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의 이번 책은 전자책으로 읽을까했는데, 그것도 시간이 아까울것같네요.

그나저나 개인중고 기간이 길어지니 정말 신간 구입도 더 신중해질것같습니다.

AgalmA 2018-05-07 22:08   좋아요 0 | URL
도서관 자주 가시니 도서관에서 빌려 보세요.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을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요즘 중고 구매 요청 들어오던 거 거의 신간이었는데 이렇게 막아버리네요...에효.

저기압일땐고기앞 2018-05-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중고 6개월 이내 판매제한<-너무 황당합니다. 개인들간의 책거래도 막는다면 시장이 더욱 위축되지않을까요? 앞으로 책도 덜 구매할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5-07 22:06   좋아요 0 | URL
이 플랫폼을 쓰려면 따르라 밖에 안 되는 듯. 굿즈 욕심나서 크게 관심 없던 신간도 자주 샀었는데 이젠 그런 구매는 지양해야겠죠.

그렇게혜윰 2018-05-0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보니것 좋아히는데 이 두책은 아직인데 빌려봐야겠네요. 중고책정책은 진짜 이상해요 ㅠㅠ 알라딘에 팔기도 안될까요?

AgalmA 2018-05-08 10:25   좋아요 1 | URL
저도 커트 보니것에게 이렇게 정 없게 굴긴 싫었습니다ㅜㅜ...하지만 좋아하고 칭찬하는 만큼 기대하는 게 있잖아요. 두 책에 대해서는 참 유감이었습니다.

중고책 정책에서 제가 가장 화나는 게 그거예요. 온/오프라인으로 서점에 파는 건 가능합니다. 무조건 55% 할인 가격으로요. 개인끼리는 안 된다고 막아놓고 자기들에게는 팔 수 있다니. 이 논리 도대체 뭐죠? 그럼 서점은 그걸 6개월 내내 가지고만 있고 안 팔까요? 신간 중고 싼 가격에 매입해 앞서서 독점 판매하겠단 소리밖에 안 되죠.

페크pek0501 2018-05-0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니것, <나라 없는 사람>은 좋았어요.

AgalmA 2018-05-08 12:07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책을 읽었고 그 정도를 기대하며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를 펼쳤습니다. 페크님도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를 읽어 보신다면 왜 실망스러운지 감이 오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8-05-08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좋아하는 수박을 엄마가 사 들고오셨다던 페이퍼를 본 기억이 있어요.
전 아직 돌침대 반쪽만 뜨뜻하게 하고 자요.
그리고 올해 수박은 아직이예요.
아니다, 주스 전문점에서 수박주스는 먹었다아~^^

AgalmA 2018-05-10 16:06   좋아요 0 | URL
요즘 날씨가 요상해서 가끔 저는 전기난로가 켠다는-,.-;;
수박주스는 영 안 땡겨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