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발가락 코 소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임중혁(양철북 편집주간)

 

노란상상에서 펴낸 신간 <발가락 코 소년>의 제목은 은유가 아니다. 주인공은 실제로 자기 발가락을 코에 이식했다. 그는 이마부터 입언저리까지 큰 혹을 갖고 태어났다. 수술로 그 혹을 뗀 자리에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의사들은 그가 다섯 살 때, 벌어진 두개골을 열어 간격을 좁혔고 얼굴 한가운데의 혹을 떼어 낸 다음 혹 때문에 귀에 붙어 있던 두 눈을 코 가까이로 옮겼다. 그리고 콧구멍만 있는 자리에 발가락뼈로 코를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짧고 자라지 않을 다리였다. 두 다리를 자르고 의족을 했다. 이런 식의 정상인(?)으로 살기 위한 수술은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책은 이 소년의 열다섯 살까지의 성장기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장애인들의 기막힌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저 평범할 수 있는 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소년은 기다 걸으며, 달리기 시합에 나가고 자전거를 탄다. 여자 친구를 갈망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박이나 서언·서준 형제처럼 딱 그 나이에 맞게 차근차근 성장한다. 하지만 예상하듯이 의족이 없으면 기어야 했고, 달리기 시합에서는 여지없이 꼴찌를 했으며, 자전거는 꼴아 박힌다. 구애는 실패한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다르다고 여기곤 한다. 비장애인과 다른 뜻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차별하거나 지나치게 배려한다. ‘장애우’라는 말을 둘러싼 언쟁을 떠올려 보라.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러므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장애인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잘 보여 준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무언가 다른 뜻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그 행동을 위해 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다. 장애와 비장애는 ‘존재 자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결핍을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를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구별로부터 나오는 차별은 부당하며, 결핍을 해결하는 수단 소유의 불평등에서 나오는 차별 또한 부당하다.

 

어느 날 주인공은 형과 누나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홀로 타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는 커다란 나무로 향하고 주인공은 부~웅 낙하한다. 그에게 자전거 타기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다. 나는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 힘들고 싫은 건 안 하는 거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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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매일매일 힘을 주는 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허은실(그림책 작가)


만만하지 않은 울림을 전하는 우리 모두의 힐링책!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 느낌은 ‘금방 읽을 수 있겠구나!’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그림으로 풀어내었기에 부담 없이 호로록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뿔싸! 결코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었다! 그저 그런 가벼운 활동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알쏭달쏭 오묘한 책이다! 게다가 참신한 구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서로를 보물처럼 아껴주는 말은?  
듣는 사람도 나만큼 행복해지는 말은?
만남을 아름답게 맺어주는 말은?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하다. 과연 정답은 무얼까? 바로 우리가 매일 쓰는 ‘사랑해’, ‘행복해’, ‘잘 가’이다. 이 책은 우리가 상황에 따라 또는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12가지 인사말을 다루고 있다. 가령 ‘괜찮아’라는 말은 어떨 때 쓸까?

다친 친구에게,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에게,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실수한 나에게,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면……
잘 못해도, 조금 서툴러도 툭툭 털고 일어서게 돼.
상처가 아물듯 속상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상대방을 더욱 배려하게 되고,
더 큰 용기가 솟아나기도 하지.
‘괜찮아’ 쓰면 쓸수록 마음이 자라는 말.

귀엽고 사랑스런 그림들은 어떨 때 이런 말을 하는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활동책에 걸맞게 다음 장에서는 손바닥 그림 안에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각각 써 보라고 한다. 이렇게 각 표현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나만의 ‘할 수 있어’ 주문 만들기, 색칠하기, 편지 쓰기, 사진 붙이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책과 독자가 서로 소통하게 하고, 독자가 책을 장난감처럼 친숙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활동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즐겁게 갖고 놀 수 있는 만만한 책이 맞다! 어른인 나도 색칠하며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았으니까.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나를 찾게 해 준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물건이 무언지,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언지, 또 즐거웠던 추억은 무언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을 어루만져주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다 읽고 난 후 ‘어, 이 책 힐링책이었어?’라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날마다 쓰는 말이 몇 개나 될까 세어 봤다.

안녕 / 좋아 / 고마워 / 미안해 / 괜찮아 / 할 수 있어 / 같이 하자 / 잘했어 / 멋지다 / 사랑해 / 행복해 / 잘 가

이 중에서 내가 날마다 쓰는 말은 딱 두 개였다. ‘안녕’, 그리고 ‘잘 가’…….
만일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는 긍정적인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에 나온 인사말들은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힘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부터 이 긍정적인 말들을 의도적으로 써보는 건 어떨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말은 그 사람의 인품’이라고도 한다.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소통하는 법을 잊은 어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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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지구를 구하는 소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작가(김이경)


“꿈을 그려 보라고 했는데, 왜 집을 그리고 있나요?”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한 학생이 창문이 아주 많은 집을 그리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5학년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집세(월세)를 받으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 수만 명인 지금, 한 초등학생의 꿈은 특정 직업이 아닌 ‘건물주’가 되었다. 초등학생의 이 대답은 삶과 일의 가치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가 되어 버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이들은 옆 친구마저 팔꿈치로 밀치면서 이겨야 하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보다 높은 점수, 좋은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OECD국가 중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 1위, 최하 수준의 사회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도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모두가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잘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행복한 삶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돈벌이 경제에서 ‘살림살이 경제’로
강수돌 선생님은 이렇듯 행복보다는 돈을 가장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상을 ‘돈벌이 경제’라고 칭한다. ‘경제’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돈을 버는 것만이 경제적인 행위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economy의 어원은 오이코노미아oikonomia로 오이코스oikos(집)와 노모스nomos(법/규정)라는 용어의 합성어이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가정(집)의 살림, 즉 살림살이 경제인 것이다. 즉 <지구를 구하는 소비>는 돈벌이 경제가 아닌 살림살이 경제라는 ‘경제’ 본연의 의미를 찾기 위한 첫 걸음이다.

 

강수돌 선생님은 살림살이 경제를 만들기 위해 우선 일상에서 가장 자주 이뤄지는 행위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그건 바로 ‘소비’이다. 먼저 이 책은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렴한 음식과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를 고민하며 출발한다. 특히 그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마트에 쌓여 있는 물건들의 이면에는 농민과 노동자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에 이윤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순환하는 지역화폐 같은 유통망 만들기, 자주 입거나 쓰지 않는 물건 나눠 쓰기 등 자연과 지역을 돌보는 경제 순환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지구를 구하는 소비>는 사람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님을 거듭 이야기한다. 숫자로 환산되는 경제는 눈에 잘 드러나지만 이러한 삶을 지탱하는 것은 친구, 가족, 이웃이 바탕이 된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를 구하는 소비>는 보이지 않는 호혜의 경제를 탄탄히 하면서 돈벌이 경제에서 ‘살림살이 경제’로 관점을 전환해 보기를 권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게 읽힐 경제 책이자 철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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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우경미(소설가)


‘세상에서 네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으면 힘이 난다. 엄마는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도 대물림하여 아이에게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아이에게 해준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은 바로 그게 아닐까 싶다. 이번엔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제목부터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라니. 그것도 반짝반짝 금박 글씨로 그렇게 말한다. 황금처럼 변하지 않고 영원히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최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제목 아래에는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마치 따뜻하게 감싸주기라도 하듯 혹은 좋은 일를 축하해 주기라도 하듯 여러 고양이들이 꽃목걸이 모양으로 에워싸고 있다.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그림들은 또 하나하나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마치 화보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초등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는 하지만 그림만으로 어른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먼저 그림에만 집중하여 12개의 장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그러고 나서 내용을 읽었다. 헝겊으로 된 고양이 인형 양코가 진짜 고양이가 되고 싶어 겪는 12가지 모험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살아 있는 진짜 고양이들의 수염을 얻어 몸 안에 넣으면 양코도 진짜 고양이가 될 수 있다는 친구들의 말을 믿고 길을 떠나는 양코. 주인 남자아이 곁에 오래 머물고 싶어 진짜 고양이가 되고자 하는 양코의 마음이 짠하다.

 

양코는 각각 다른 사연이 있는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동안 모은 고양이들의 수염을 몸 안에 넣어 보지만 고양이기 되기는커녕 흉한 몰골로 변한다.“우리들 살아있는 고양이는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서 대부분 먼저 사라져. 그런데 너는 헝겊 인형이라 평생 함께 있을 수 있잖아?” 그걸 보고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가 이렇게 말해 준다. 너무도 야릇하고 복잡해 보이는 그 고양이 눈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너뿐만이 아냐. 나나 다른 고양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 세상에서 네가 최고니까.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고양이니까 말이야.” 하는 말을 읽을 때는 살짝 울컥했다.

 

이렇게 양코는 짧지 않은 모험 여행을 통해 우리 각자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세상에서 최고’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양코를 따라 이 책 속으로 같이 걸어 들어갔던 독자들도 훌쩍 마음이 자란 양코를 따라 마음의 키가 한 뼘은 더 쑥 자랐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책으로 처음 소개되어 아직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작품집이나 엽서 책은 물론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상품이 팔리고 있을 정도로 히구치 유코는 인기가 있는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원서를 사서 소장하고 있는 팬들이 있다는 걸 블로그를 통해 알고 놀랐다. 이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고양이가 나오는 여러 책을 보았지만,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두고 가족과 함께 보고 싶고,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말없이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네가 세상에서 최고니까 절대 기죽지 말라고. 제목만으로도, 또 표지의 커다란 꽃다발만으로도 힘을 얻을 테니까.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꼭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걱정 말라고, 그대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왜냐하면 그대들은 누구나 세상에서 최고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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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소년, 떠나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수정(그림책 기획자, 수정에디션 대표)

 

소년이 떠난다. 책 한 권, 물병 하나, 그리고 놀던 곳의 흙 한 줌을 담은 찻잔을 가지고 작고 하얀 배에 몸을 맡긴다.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맑고 투명한 바다 위에서 소년은 간절하게 작은 점 하나를 찾는다. 그 기나긴 여정에서 견딜 수 있는 건 소중한 추억의 속삭임이다. 속삭임은 찻잔 속에서 새싹을 틔우고 소년이 기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사과나무로 자란다. 마침내 소년은 작은 점을 발견하고 그곳에 무사히 정착한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소년의 사과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란다. 또 다른 속삭임을 기다리던 소년은 어느 날, 해변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 역시 소년처럼 작고 하얀 배에서 배나무를 키우며 작은 점을 찾아왔던 것이다.

 

이 책은 언뜻 보면 어린 소년이 덜 자란 연약한 자기의 몸 같은 작은 배를 타고 거친 세상으로 용감하게 나가는 이야기로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찻잔 속에 담긴 흙이다. 그 흙은 소년이 놀던 곳에서 퍼온 흙으로, 그 한 줌의 흙이 소년의 거칠고 외로운 여정에 힘이 되어준다.

 

태어나 성장하며 평생 살아갈 거라고 굳게 믿었던 곳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하고 도망치는 그 마음은 어떨까? 세상이 뒤집혀도 모를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닿을지 모른 채 헤매는 그 고단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소년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다. 단지 거친 파도가 치는 날에도 오로지 찻잔만 꼬옥 쥔 소년의 마음만 따라갈 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불안함과 이대로 바다 위에서 죽을 지도 모를 짙은 두려움을 찻잔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란 사과나무에 의지해 이겨나가는 그 애절한 마음을 따라갈 뿐이다.

 

이 책은 호주에서 출간되었다. 모티프는 ‘보트피플’이다. 호주는 보트피플이 가장 많이 도착하는 나라였다. 2013년 7월, 더는 무분별하게 보트피플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난민에 관대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 책은 ‘보트피플’로 어렵게 호주에서 정착한 레베카 영의 고모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그녀는 난민이 되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림을 그린 맷 오틀리는 그림책 작가로 명성이 높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와 같은 맷 오틀리의 음악적 감각은 과감한 수평과 넓은 여백을 이용한 구성, 하늘을 가득 메우는 구름의 움직임과 수면의 움직임 등에 잘 드러나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한 곡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듣는 것처럼 이야기에 녹아들게 한다.

 

이 책은 난민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온 애틋함과 놓지 않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낯선 땅에 도착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까? 또 그 마음은 난민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게 품는 마음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글과 그림의 문학성과 높은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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