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책 <밍기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남동윤(만화가,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저자)
“얘들아, 노올자!”
2011년, 애독하던 만화가 있었습니다. <웃음꽃>이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린 김한조 작가님의 ‘밍기민기’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어린이 만화를 잡지에 연재했던 시기여서, 틈날 때마다 ‘밍기민기’를 챙겨 보며 어린이 만화에 대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기의 천진난만한 표정, 몸짓, 대사 등을 관찰하면서 어린이 명랑 만화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밍기민기』는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호기심 가득한 민기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고 난 후, 혼자 남은 민기는 외로울 법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민기는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민기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기 때문이죠. 혼자서 엉뚱한 상상을 할 때도 많고, 개미와 강아지가 말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정우 동생 은정이랑 역할극도 해야 하고, 민석이 누나 밴드 공연까지 따라가서 떡볶이도 얻어먹습니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동네 아저씨를 열심히 깨우는 동네 방범대 역할도 자처합니다.
하지만 민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쁜 친구들이랑 함께 노는 것입니다. 항상 시간이 모자라 아쉽지만 말이죠. 민기는 항상 외칩니다. “건웅아, 노올자~” “민석아, 노올자~” “정우아, 노올자~” “노올자!” “노올자!” “맨날 나랑 놀자!” 민기는 바쁜 친구들에게 함께 노는 재미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전달합니다.
우리에게도 “노올자!”라고 외쳐 주는 민기 같은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어른들은 보통 호기심이 없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자기가 만든 틀이 아주 단단합니다. 세상에 대한 느낌들을 그 틀 속에 갇혀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하루하루는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다가옵니다. 매일매일 다르고 재밌기만 합니다. 민기처럼 말이죠.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들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일상이 학교와 학원 스케줄로 빽빽이 채워져 있어 호기심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호기심을 일찍 잃어버린 아이들은 재미 역시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강연을 다니며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통된 고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놀 시간이 없어요!”라고 합니다. 교육 경쟁 시스템과 미래에 대한 불안 탓에 부모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아이들 역시 대부분 친구들이 다 학원에 있다 보니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놀려면 학원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어 버렸지요. 그런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른들의 불안이 아이들의 시간까지 사라지게 하였고, 사라진 시간은 아이들의 호기심마저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더 이상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않게 충분한 시간과 놀이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이 아닌 아이들과 다 같이 모여 앉아 노는 시간들이요. 학교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방과 후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노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지금의 어른들보다 호기심 가득하고 하루하루가 재밌는 어른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친구 집에 다 같이 모여 『밍기민기』를 읽으면서 실컷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끝나고 함께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만화도 그리고, 만화책도 보는 그런 시간. 바로 민기와 노랑 초등학교 3학년 3반 아이들이 노는 모습처럼 말이죠. 우리 어른들이 더 늦게 전에 아이들에게 그 시간을 허락해 주면 좋겠습니다.
창문 밖에서 민기가 오늘 또 외칩니다.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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