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씨앗을 부탁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홍경의(작가)
“얘야, 씨앗을 부탁한다.
너희에게서 너희 자손에게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예닐곱 살 무렵 할머니 댁에 가면 온갖 먹을거리를 먹으며 사랑을 받았다. 동네에 뻥튀기 장사가 온 날, 나는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옥수수를 가리키며 “저거 튀겨 줘.” 했다. 할머니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단호한 표정으로 “씨 할 거야.” 하셨다. “흥! 씨앗, 그까짓 게 뭐라고!” 아무리 울며 생떼를 써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내가 그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했고, 할머니의 그 단호한 말씀의 의미를 알게 된다. 씨앗에 당신들의 미래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담겼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오랜 서울살이를 끝내고 시골로 들어와 산 지 5년째, 작은 텃밭을 빌려 농사 흉내를 낸 지도 네 번째다. 처음엔 모종을 사다 심어 봤다. 이듬해엔 수확한 씨앗을 심어 보았다. 농부 할아버지와 시민단체를 통해 토종 씨앗을 얻어 심기도 했다. 올해 남편은 단단히 결심한 듯 그 동안 모인 씨앗을 냉장고에서 꺼내었다. 그러고는 베란다에서 모종을 만들었다. 상추, 쑥갓, 목화, 아스파라거스, 강낭콩, 무, 당근, 대파, 레몬밤과 나름 작년의 수확을 이어 갈 기세로 정성을 들였다. 싹이 잘 나온 것들도 있지만 죽은 것도 많았다. 잘 된 모종을 밭으로 가져갔지만 그 중 살아남지 못한 것도 많았다. 씨앗이 제대로 종자를 번식할 수 없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기도 하고 유전적으로도 열성유전이 많아 그런 모양이다. 『씨앗을 부탁해』를 진작 읽었어야 했다.
씨앗은 생각보다 비싸다. 모종 값이 비싼 것은 길러 보니 이해가 간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 애지중지 기르지 않으면 죽는 일이 많다. 씨앗이 비싼 것은 얼핏 언론을 통해 들었다. 『씨앗을 부탁해』를 보면서 IMF 때 몇몇 씨앗 회사가 외국으로 팔아 넘겨져 그렇게 된 일임을 알았다. 청양고추의 로열티를 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획일화된 품종으로 인해 씨앗은 멸종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 전체의 재앙이 될 씨앗의 위기!!! 해결책은 정말 없는 걸까? 책을 더 꼼꼼히 보게 된다.
책은, 토종 씨앗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씨앗을 지켜야 할지 생각하게끔 독자들을 이끈다. 씨앗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온 세계를 떠돌며 씨앗을 모으고 연구한 바빌로프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탐욕과 자본의 논리로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이기에, 불안하고 걱정된다.
불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씨앗이 곧 우리의 식생활과 직결되므로, 씨앗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씨앗 주권이 식량 주권인 것이다. 우리의 식량 정책이 가난 이들의 식탁까지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인도의 ‘나브다냐 운동’처럼 말이다. 다품종 씨앗, 생물의 다양화는 세계 농업과 우리의 당면 과제임을 깨닫는다.
책을 덮고 나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얘야, 씨앗을 부탁한다. 너희에게서 너희 자손에게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