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톨이야, 놀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하민석(만화가)

 

이웃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 중에서 단팥빵의 단팥과도 같다. 그만큼 이야기도 많고 재미도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 이야기를 사랑해 왔음을 증명한다.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도깨비 같은 사람'이라 한다. 도깨비의 성격을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도깨비는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성격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항상 장난을 치고 인간을 골탕 먹이려 하지만 제 꾀에 넘어가기 일쑤다. 도깨비의 악의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 때문에 독자들은 안도감과 함께 도깨비와의 한판 승부를 즐기게 된다. 더불어 승부의 결과로 인간은 재물과 재능을 얻기도 한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런 도깨비가 상상 속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요즘 세상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이기량 작가는 이런 상상을 현실화한다. 장난기 많고 귀여운 도깨비 톨이를 현대의 어린 독자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수리와 아이들은 톨이를 만나면서 온갖 상상의 모험을 만끽한다. 부엉이를 타고 시공간을 이동하는가 하면 지하국 괴물과 꾀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깨비 감투로 투명인간이 되거나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요상한 장난을 친다고 혼나기도 하지만 수리를 비롯한 친구들은 톨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이 모든 모험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정감 넘치는 그림으로 신나게 묘사되어 있다.
 
『톨이야 놀자』는 마지막 장을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책 그 자체로 도깨비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런 도깨비 같은 책을 만든 작가는 사람일까? 도깨비일까? 오늘도 나는 항아리 택배가 오지는 않았는지 문 앞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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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길가메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남일(소설가, 아시아문화네트워크 책임연구원)

 

이제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은 필수가 되었다. 얼마나 편리한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만 찍으면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처음 가는 길이라도 상관없고, 산골짜기라도 문제없다. 하지만 과연 내비게이션은 만능인가. 그것만 있으면 모든 길을 정확히 다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천만에! 우리가 인간인 이상 때로 고속도로 말고 샛길로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그런 운전자의 마음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빠른 길과 가장 요금이 덜 드는 길만 선택해서 보여 준다.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갑자기 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인간의 마음까지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인간은 알파고가 아니라 1승 4패의 이세돌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렇다. 아무리 세밀한 지도가 있어도 아무리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인간은 여전히 길을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맨다. 어떤 때는 차라리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고 싶을 때도, 그래서 가끔 길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신화는 별이 우리에게 해 주었던 것과 같은 구실을 해 준다. 지도와 내비게이션으로서는 도무지 해 줄 수 없는 것들을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오직 그리스 로마 신화만 신화의 전부인 양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궁무진한 신화의 세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가령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은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가 성서에 훨씬 앞서 인류 멸망의 대홍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이요, 3분 1은 인간이다. 그는 친구 엔키두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큰 충격을 받는다. 그의 시신을 지키며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시신에서 구더기가 생기자 끝내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제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이야말로 모든 신화가 궁극적으로 풀고자 하는 숙제와 다르지 않다. 문학동네 ‘어린이와 고전’ 시리즈가 이집트의 대표 신화 『오시리스와 이시스』, 인도의 대표 서사시 『라마야나』에 앞서 첫 번째 권으로 『길가메시』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차원에서 신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들은 도서 시장을 넘어서서 영화, 게임, 음악, 공연 등 문화 산업의 전 영역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북유럽의 게르만 신화와 서유럽의 켈트 신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영화 <아바타>가 인도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는지?


신화는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은 어린이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놀랍도록 풍부한 이야기들을 함께 읽고 자란 어린이는 성장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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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선미(동시인, 격월간지 「동시마중」 발행인)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가 제게 왔습니다. 달빛처럼 아득하고, 노랑처럼 슬프고, 병아리처럼 사랑스러운 상자 하나가요. 상자 안에는 동네가 있고 학교가 있고 개구리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지구보다 더 큰 달팽이 왕국과 여러 켤레의 신발도 들어 있네요. 두근두근 나가고 싶어 하는 발도 담겨 있습니다.

 

시인 김륭의 말투와 포즈는 일상적인 어법이 자기를 벗어나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를 열어 보이게 합니다. 독특한 발성은 견고한 인식에 틈을 내고, 그것이 최초의 앎인 듯, 아이들과 세계가 동시에 새롭게 태어납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이 흘러듭니다. 엄동수의 시간은 수평으로, 원으로, 수직으로 흐르지요. 달과 가장 가까운 동네 맨 꼭대기에 엄동수의 집이 있고, 임서진의 아파트가 있고, 운동장이 있고, 교실이 있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면 어두운 방 불을 혼자 켜야 하는 엄동수의 삶이 있고, 부모님이 이혼한 아이들의 삶이 있고, 부자 나라가 되었다고 떠드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편만 드는 선생님이 있고, 뜨거운 심장마저 단단한 돌로 만들려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언제나 없어져 버리고, 미래엔 결코 닿을 수 없는, 가로선으로 꽉 잠긴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동그랗게 열어 활짝 펼쳐 놓은 이야기동시 「갖바치 엄동수와 달팽이 왕국」 1, 2는 떠나고―만나고―탐색하고―극복하고―얻고―성장하고―돌아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웅 서사시를 닮았습니다. 달팽이 왕국에서 엄동수가 갖바치가 된 사연이나, 돌아온 엄동수가 신발 대신 발을 살 순 없을까 고민하는 까닭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꾹 참고 남겨 두어야겠어요.

 

스물두 편의 동시가 두 편의 이야기동시 「갖바치 엄동수와 달팽이 왕국」을 중심에 두고 서로 넘나들며 시인이 못다 한 이야기를 만들며 스스로 길을 냅니다. 그 길목의 모퉁이마다 시인의 마음이 놓여 있어요. 아이들의 생각에 꼭 맞는, 또 가장 멀리, 가장 높이까지 뛸 수 있는 신발/발을 만들어 주려는 마음입니다. 나쁜 꿈에 쫒겨 다니는 아이들에게 세상 멀리까지 나가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와글와글 꿈꾸라고 건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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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빛의 용>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지영(국제구호개발옹호 NGO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무지갯빛을 내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2년,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현장을 찾았습니다. 엄청난 쓰나미가 온 마을을 뒤집어 놓은 2011년에서 꼭 1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 건물에 걸린, 일년 전 그 날, 멈춰져 버린 시계 바늘이었습니다. 일년이 지났고, 그 대단하다던 일본이었지만 대지진의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무서운 자연과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구나, 착잡할 즈음 반짝이는 생기가 보였습니다. 바로, 무너진 학교 옆에 마련된 아동 쉼터에서 전문 교사와 함께 옹기종기 앉아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이었지요.


당장 달려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 주고 싶었지만 대지진 직후, 전 세계 언론이 몰려들며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했던 아이들의 인권 보호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창문 너머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 허용됐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마음은 놓이지만 저만치서 보이는 얼굴 속에 가뭇가뭇 보이는 불안한 눈동자에 못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오후를 기억합니다.


당시, 여러 전문가들은 이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까지는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우리를 더 큰 공포로 몰아넣은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가 먼지처럼 사라진 것은 물론, 내일까지 송두리째 검은 재앙이 닥쳐오리란 두려움이었지요.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 이 끔찍한 일이 도무지 누구의 책임인지 답답했습니다. 자연이 몰고 온 재난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인간이 쌓아 올린 욕심이 더 손 쓸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 것만 같아, 그리고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그 벌을 감당하고 있는 것만 같아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풀리지 않은 채 묻어 둔 그 고민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원망스럽던 원전이 참 짠하고 안쓰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일곱 색깔 빛을 낼 수 있는 멋진 용이 검은 독을 내뿜게 되기까지 사람들은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빛의 용을 만나며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마음을 훌쩍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큰 장점과 무서운 피해를 좋은 것과 나쁜 것, 너의 책임과 나의 책임으로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닌 넓고 깊은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균형 잡힌 사고의 길을 열어 주는 그림과 이야기가 새삼 놀랍습니다. 한국 역시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오래인 만큼, 빛의 용은 결코 그림책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지갯빛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으니 이 책, 《빛의 용》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뜨거운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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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양성평등, 나부터 실천해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안선모(동화 작가, 인천부평남초등학교 교사)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양성평등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도 그렇고,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성별로 구분해 차별하지 않으니까요. 또,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발히 진출해 활동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가 전보다 성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집안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에요. 가족이 골고루 나누어 하세요.’, ‘명절 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일해요.’ 등의 목차를 보며, 이미 다 알고 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다 아는 것만 같은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우리가 정말 성 평등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게 되었어요.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맞벌이인 집에서도 대부분 엄마가 휴가를 내어 오세요. 아빠가 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지요. 또, 저도 그렇고 맞벌이하는 엄마들 대부분이 집에 가면 집안일 하느라고 편히 앉아 쉴 수 없다고 토로하지요. 물론 가부장적인 옛날에 비하면 많은 남자들이 요리도 하고 집안일에 참여하는 비율도 높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돕는다.’는 선에 그쳐요. 이렇게 된 데에는 개인의 의지 탓만은 아니에요. 사회에서 여전히 구조적으로 남자 위주로 사회 활동을 하게끔 되어 있고, 여자들과 남자들 모두 성 역할 고정관념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행복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이 12세가 되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요리하기 아이 기르기 등을 수업 시간에 배운대요. 어릴 적부터 성 구분 없이 살아갈 방법을 익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여자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 준대요. 아빠가 의무적으로 육아 휴직 제도를 쓰도록 하고, 기업의 임원 중에 여성의 비율을 정해, 이 법을 어기면 회사에 불이익을 주도록 되어 있대요. 이렇게 개인부터 사회까지, 온 나라가 성 평등한 삶을 위해 노력해서, 덴마크는 양성평등 지수 1위의 나라가 되었어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꼴찌라고 해요.


우리는 이미 양성 평등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 안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도 여전히 불평등한 생각과 행동,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불편하니까요. 고치려면 힘드니까요.


남자와 여자, 단지 성이 다른 것만으로 삶이 규정되고, 제한된다면,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는 거잖아요. 시시콜콜한,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한번 우리 삶을 살펴보세요. 우리가 진짜 이렇게 양성 평등하게 살고 있는지요. 저처럼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하나의 항목이라도 실제로 실천해 보세요. 단 하나의 실천이어도 분명 우리의 삶을 바꾸어 줄 테니까요! 《양성평등, 나부터 실천해요》! 우리 어른부터 읽고 어린이들과 함께 성 평등한 삶을 위해 실천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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