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넌 누구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은희(충남 아산 배방초 교사,『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등 저자)

 
아이들은 쉼 없이 묻는다. 묻고 또 묻는다.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출렁거려 ‘아~~하!’가 일어날 때까지. 질문하는 존재는 생기가 돈다. 『넌 누구야?』에 쏟아지는 숱한 질문은 그래서 반갑다.

 

처음철학그림책『넌 누구야?』는 ‘관용’이란 무엇인지 묻고 탐색하는 과정이다. ‘관용이 무엇이에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익숙하지만 말로 하기 모호한 명제 앞에서 말끝을 흐리고 머리를 긁적일 게 뻔하다. 또는 관용이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것’이라고 사전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림책『넌 누구야?』는 다르다. 독자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황을 생생한 이미지로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이 책이 지닌 미덕이 여기에 있다.

 

책 첫머리 그림에 아이가 누워있는 해먹의 무지개 색깔은 이 책의 전부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무지개가 아름답다 말하는 것은 일곱 색깔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도 다르고 같이 사는 존재가 다 달라서 세상이 생기 넘치고 풍요로운 것처럼. 그런 여러 상황을 이 책은 한 목소리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단순한 선과 총천연색의 색깔을 한 이미지로 ‘이런 것도 있어, 또 다른 것도 있어’라며. 이미지는 글보다 생명력이 길다.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고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어린 존재들은 가르치려는 목소리를 외면한다. 스스로 ‘아~하!’가 일어나지 않으면 인간은 성숙해지지 않는다. 이미지는 머리를 넘어서서 가슴으로 가 닿는 힘이 있다.

 

배경은 생략된 채 인물과 인물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기법, 어떤 정의도 내리지 않고 상황을 보여주며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하는 방식, 단순한 선과 명징한 형태, 특징만 뽑아 도드라지게 표현한 이미지는 ‘왜, 왜?’라며 질문에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끝없는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관용의 바탕을 이루는 감정, 의사소통 방식, 편견에 대한 성찰, 자아에 대한 탐구가 머뭇거림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속사포처럼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 호흡에 알맞다. 어린 독자들은 펼쳐진 상황을 보며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하는 과정에 놓인다.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 다르다’, ‘내가 존중 받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도 존중 받고 싶은 것이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비로소 타인에게 너그러워 질 수 있으며, 삶의 순간순간에 깜짝깜짝 놀라며 자신의 지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알아차리는 과정이 쌓이고 쌓여 인간은 성숙한 존재가 된다.『넌 누구야?』가 우리에게 빛나는 선물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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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2016-10-06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