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주에서 온 통조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남석(성공회대 겸임교수)

 

통조림 속에 든 상상, 현실, 철학 

《우주에서 온 통조림》은 정말 특이한 책이다. 한 권의 책 안에 초등 저학년의 상상력, 초등 3,4학년의 현실감, 중학생을 준비하는 철학이 적당히 녹아들어 있다.


통조림이 들려주는 타임머신, 인공생명체, 축소기계, 외계생명체, 우주의 끝은 초등 저학년 때 흔히 생각해 보는 상상력의 전유물이다. 3,4학년만 돼도 이런 상상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저자는 옛이야기, 개 인형, 백화점, 곰팡이, 눈깔사탕 같은 현실 속 소재로 잃어버린 상상력을 다시 풀어놓는다.


여기에 초등 고학년이 생각함직한 근사한 생각거리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작게 만들 수 있는 축소기계가 발명된다면? 외계생명체가 옆에 있다면? 우주의 끝은 있을까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쓰윽 빠져나간다. 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는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초등학생들의 상상력, 현실감, 철학은 통조림을 통해 증폭된다. 증폭기는 다름 아닌 데자뷰, 언제가 보았던 것을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다. 어렸을 적 내가 상상했던 문제, 내가 현재 현실 속에서 보는 것, 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던 높은 수준의 생각거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이 상상과 현실, 철학을 책 속에서 다시 만난다.


상상, 현실, 철학이 통조림 속에 버무려진 책, 읽다 보면 사유하게 만드는 책.

 

그러나 이것이 다라고 속단하지 말자. 더 중대한 문제, ‘수학은 우리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가 남아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학을 지속적으로 등장시킨다. 지금 용어로 말하면 스토리텔링 수학의 원조격이다.

 

흔히 초등 저학년이 수학이 싫어지고 어려워지는 때가 바로 뺄셈을 배울 때부터라고들 한다. 저자는 도식적인 설명 대신 ‘더하’는 건 좋지만 앞의 수에서 ‘빼앗’는 건 너무 슬픈 일이라고 눙치고 넘어간다.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품어준다. 하지만 수학 공부는 하는 것이 좋다는 뉘앙스를 슬쩍 깔아 놓는다.


책을 같이 읽는 부모를 위해서는 최고 난이도 문제를 던진다. ‘우주의 끝은 있는가, 없는가?’이다. 뜻밖의 논리가 돌출한다. 모든 사물은 움직이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逆說)이다. 우주의 끝은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역설(力說)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유를 통해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되던진다. 답은 독자가 내려야 한다.


이 책을 읽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하나 사 보자. 파인애플을 맛있게 먹으면서 통조림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는지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자.


저학년은 상상을, 중학년은 현실을, 고학년은 철학을, 부모는 고난이도 문제를 토론해 보자. 상상, 현실, 철학에 대해 수다 떠는 멋진 가족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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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남편 2015-12-1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과학을 재미 있게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작가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