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빼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기범(동화작가)
여기에 한 병아리가 있습니다. 눈물겨운 한 목숨이 있습니다.
뭉그러진 주둥이, 떨어져 나간 발가락,
오그라든 종라리로 빼딱빼딱 걷는 병아리.
빼떼기와 꼭 같은 삶을 살았고, 순진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했기에 그 깊은 설움과 아픔, 진한 연민과 보살핌을 이처럼 보여 줄 수 있었을까요. 권정생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슬픔의 한 바닥
김환영 아저씨는 그 바닥의 한가운데를 지나고서야 비로소 붓을 들 수가 있었습니다. 열두 해, 기꺼이 빼떼기가 되고 빼떼기로 살며 약하고 여린 목숨들의 곁이 되어, 헐벗은 몸과 마음으로 그 복판에 닿고자 했던 눈물겨운 시간들, 끝내 순진이 어머니, 정생이 할아버지 마음이 되고 나서야 그릴 수 있던 그림들.
숨이 멎도록 안타까운 마지막 장면. 이토록 서늘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할아버지는, 아저씨는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게 무어였을까. 화가 아저씨의 고백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빼떼기인지 모릅니다. 다시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그럼에도 빼떼기는 얼마나 용감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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