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 공식 홈페이지(www.chrisvanallsburg.com)와 원작출판사 홈페이지(http://www.houghtonmifflinbooks.com)에 실린 인터뷰를 참고로 하여 독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캘빈의 마술쇼』에 관련된 알스버그의 답을 정리했습니다.
-자료제공 : ㈜사계절출판사
당신의 작품에는 빠짐없이 희고 작은 개가 등장하는데, 특별히 개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있나요? 혹시 그런 개를 키우고 있나요?
저의 처녀작인 『압둘 가사지의 정원(The Garden of Abdul Gasazi)』에 프리츠(Fritz)라는 개가 등장합니다. 프리츠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저는 프리츠가 불테리어(bull terrier)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불행히도 저는 그때까지 불테리어가 어떤 개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죠.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불테리어에 관련된 사진을 찾기는 했지만 제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죠. 저한테 필요한 것은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불테리어였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들른 데이비드(David)-데이비드는 제 처남이에요-가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를 분양받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도 그런 우연의 일치가 없었죠. 저는 데이비드에게 불테리어 사진을 보여줬고, 데이비드는 다른 개들과 구별되는 매력적인 불테리어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얼마 안 있어 새끼 불테리어를 한 마리 분양받았습니다. 데이비드는 그 강아지에게 윈스턴(Winston)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그렇게 해서 프리츠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윈스턴이 모델이 된 것이죠. 윈스턴은 저한테는 일종의 조카 같은 존재였어요. 어찌되었든 처남의 강아지였으니까요. 그런데 불행히도 윈스턴은 다 자라기도 전에 하늘나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제 첫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윈스턴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 작품마다 윈스턴과 같은 불테리어를(일부라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저는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얻어냅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날 아침 부엌에 서 있는데, 싱크대 위에 개미 두 마리가 보이는 거예요. 분명히 뒤뜰 어딘가에 있던 녀석들이 부엌까지 들어온 모양인데, 문득 뒤뜰에서 부엌까지 이 개미들의 여정은 어땠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개미 두 마리와 집안을 무대로 한 그들의 특별한 여행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Two ants)』입니다.
또 이런 적도 있습니다. 네 살배기 딸아이인 소피아(Sophia)의 방을 청소하고 있을 때였어요.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터팬(Peter Pan) 색칠 공부책이 눈에 띄더군요. 타이거 릴리( Tiger Lily)가 나오는 면이 펼쳐져 있었는데, 연못에 빠진 타이거 릴리가 애타게 피터팬을 찾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딸아이가 타이거 릴리의 얼굴을 초록색과 보라색 줄무늬로 칠을 해 놓았더군요. 그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저희 딸아이가 저지른 짓 때문에 타이거 릴리의 얼굴색이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그 일을 발단으로, 색칠 공부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책장이 펼쳐지고 자기 모습에 색이 칠해질 순서가 됐을 때, 캐릭터들이 느끼는 기분은 어떨까하고 말이에요.
이야기 소재는 사방에 널려 있어요. 하지만 그 소재들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불과하죠. 작가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느냐는, 그것이 무서운 이야기든, 재미있는 이야기든 혹은 슬프거나 신나는 이야기든, 이야기의 발단이 되어준 소재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이야기의 결말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며, 그 작가가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죠.
자녀가 있나요?
딸 아이 둘이 있어요. 소피아와 안나(Anna)에요. 소피아는 1991년생이고, 안나는 1995년에 태어났죠. 가끔씩 제 딸아이를 모델로 해서 등장인물을 설정하기도 하는데, 『자수라(Zathura)』에서는 형제로 등장하는 남자아이들 둘의 모델이 되어 주었어요.
『리버벤드 마을의 이상한 하루(Bad Day at Riverbend)』의 그림은 혹시 따님인 소피아가 도와준 것인가요?
몇몇 그림은 소피아가 크레용으로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 그림이 거칠지가 않아서 제가 다시 손을 봐야 했죠.
성장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기도 했지만, 크로켓 존슨(Crockett Johnson)의 『해럴드와 보라색 크레용(Harold and the Purple Crayon)』이에요. 지금까지도 그만한 그림 동화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제가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종종 놀라곤 하는데, 크로켓 존슨의 삽화가 제가 그리는 세밀한 그림들과는 달리 아주 단순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바로 그런 단순한 붓놀림과 놀라운 소재들 때문에 제가 크로켓 존슨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이야기를 쓰고 그림까지 그리면 7개월에서 9개월 정도 걸려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이야기를 쓰는 일보다 더 오래 걸리죠. 저는 거의 모든 경우, 완성된 책에 인쇄된 그림보다 원본 을 더 크게 그리는 편이에요.
이야기부터 먼저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림부터 그리시나요?
저는 그림보다는 언제나 이야기부터 써요. 하다못해 이야기의 큰 줄거리라도 먼저 정해 놓는 편이죠. 그림 작업을 시작할 즈음엔 이야기가 거의 완성되었거나, 아니면 손을 조금 보면 되는 정도로 만들어 놓는데, 거의 변함없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왜 어떤 작품은 흑백이고 어떤 작품은 색깔이 있나요?
미술대학 시절, 저는 그림 화법이나 회화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를 않았어요. 제 전공은 조각이었죠. 제가 만들 조각 작품을 구체화하기 위해 스케치를 하는 정도였는데, 그 때문에 드로잉 수업을 몇 개 이수한 것이 전부였어요. 스물아홉 살에 첫 그림책을 내놓았을 때도 목탄 연필로 그림을 그렸었죠. 제가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 작품에 색이 없어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흑백 사진이나 흑백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흑백으로 그린 그림도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갔고, 그림을 그리는 게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다른 재료들로 그림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죠. 드라이 파스텔과 오일 파스텔을 비롯해서 크레파스, 크레용, 색연필, 물감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했어요. 이제는 작품에 색을 입힐 것이냐 아니면 흑백으로 할 것이냐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달려 있어요.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이야기의 분위기가 상상이 되죠. 가끔은 흑백, 또 어떨 때는 색깔이 있는 이야기가 되는데, 정확하게 이렇다 할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어요.
어린 시절 저는 미국의 중서부 지방에서 자랐는데, 자동차나 만화 캐릭터 그리고 토네이도 대피소를 무척이나 세밀하게 그렸었어요. 그 외에 소년 시절 제가 좋아했던 취미 활동은 모형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자동차 모형, 비행기 모형, 보트 모형, 뭐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꽤 잘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고, 모형 만드는 일도 뜸해지게 됐지만, 손재주와 모형 만들기에 대한 흥미는 여전했기 때문에 결국 조각을 가르치는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됐죠.
세밀화처럼 섬세하면서도 환상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작품은 대개가 판타지물입니다. 판타지처럼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가 세밀화를 고집하는 거죠. 그림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저는 실제 인물들을 제 이야기의 모델로 사용하며 원근법과 빛을 적절하게 섞어서 그림 속의 장소를 실제 장소처럼 표현합니다.
대다수 작품에서 다룬 형제간의 경쟁 구도는 당신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인가요? 제 작품들은 대개가 아버지가 되기 이전에 쓴 것들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사람들이 이제 조금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쓸 것인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거나, 아니면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지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지금껏 제가 작업해오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요. 저는 애초부터 제 딸아이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들이 한 살 두 살 커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관계가 무척이나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으로서 사랑을 토대로 이루어진 형제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캘빈의 마술쇼』는 지금껏 당신이 고수해오던 판타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변한 이유라도 있나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저는 무대 위에서 속임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마술사 이야기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책 작가로서 마술사가 펼치는 환상적인 속임수를 그림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그러면서 그 마술사를 동경하는 어린아이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니 이번에는 마술사 견습생도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마술사에게 최면술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최면술을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거예요. 어찌되었든 저는 주인공 캘빈이 제 손끝에서 탄생한 정교한 무대 마술과 초자연적인 마법을 마지막까지 잘못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캘빈은 로맥스의 최면술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집에서 최면술을 해보기로 하지요.최면에 걸린 적이 있었나요?아니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습니다.
『캘빈의 마술쇼』 그림에 촉감이 살아 있어요. 그림에 사용한 화법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저는 60년 전, 아직 마술사가 극장에서 마술 공연을 했던 시대(공연장의 인기가 서서히 시들어가던 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했지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봤을 때, 책과 제 이야기의 분위기가 약간은 고풍스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속의 계절이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었기 때문에, 배경의 밑바탕이 되는 색을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갈색(구운 시에나토 염료)으로 선택했죠. 구운 시에나토 염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세피아 물감’보다 훨씬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저는 우선 파스텔을 이용해서 밑그림을 거칠게 완성한 다음, 연필을 이용해서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세밀한 부분들을 완성했습니다. 파스텔로 그린 밑그림 위에 연필의 질감을 꼼꼼히 살려서 ‘촉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완성한 것입니다.
『캘빈의 마술쇼』에 등장하는 시대와 장소는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에서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한 것입니까?
그보다는 20년 더 앞선 이야기라고 해야겠죠. 제가 주인공 캘빈의 나이였을 때는 1961년이었으니까요. 『캘빈의 마술쇼』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초반입니다. 그리고 장소는, 제 기억에 남아 있던 그랜드래피즈의 풍경이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캘빈이 사는 동네를 조금 더 작게 묘사하기는 했지만, 그랜드래피즈의 지리는 아직까지도 제 기억 속에 정확히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이웃마을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가는 길에 높은 언덕도 몇 개를 넘어야 했죠. 저도 몇 번인가 시내까지 걸어가긴 했지만, 열두 살밖에 안된 남자아이가 무더운 여름날에 자기 여동생을 짐수레에 태우면서까지 가고 싶은 거리는 결코 아닙니다.
*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 미국 미시간 주 중서부에 있는 도시.
당신의 작품 중에 세 작품이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나요?
아니요. 물론 영상으로 만들어진 각각의 작품은 영화로서뿐 아니라 책을 통해서 제가 보여주고자 시도했던 부분들에 있어서도 성공적으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제 몹쓸 상상력 때문에 영화에 다 담지 못한 것들을 계속해서 아쉬워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완성된 영화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를 하기 보다는 지나친 비판을 하게 되죠. 하지만 어쨌거나 저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것에 대해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영상기술과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영화 제작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니까요!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고 대답해요. 그렇게 대답하는 이유는 다음 작품이 그 이전들 작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