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소년, 떠나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수정(그림책 기획자, 수정에디션 대표)

 

소년이 떠난다. 책 한 권, 물병 하나, 그리고 놀던 곳의 흙 한 줌을 담은 찻잔을 가지고 작고 하얀 배에 몸을 맡긴다.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맑고 투명한 바다 위에서 소년은 간절하게 작은 점 하나를 찾는다. 그 기나긴 여정에서 견딜 수 있는 건 소중한 추억의 속삭임이다. 속삭임은 찻잔 속에서 새싹을 틔우고 소년이 기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사과나무로 자란다. 마침내 소년은 작은 점을 발견하고 그곳에 무사히 정착한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소년의 사과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란다. 또 다른 속삭임을 기다리던 소년은 어느 날, 해변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 역시 소년처럼 작고 하얀 배에서 배나무를 키우며 작은 점을 찾아왔던 것이다.

 

이 책은 언뜻 보면 어린 소년이 덜 자란 연약한 자기의 몸 같은 작은 배를 타고 거친 세상으로 용감하게 나가는 이야기로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찻잔 속에 담긴 흙이다. 그 흙은 소년이 놀던 곳에서 퍼온 흙으로, 그 한 줌의 흙이 소년의 거칠고 외로운 여정에 힘이 되어준다.

 

태어나 성장하며 평생 살아갈 거라고 굳게 믿었던 곳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하고 도망치는 그 마음은 어떨까? 세상이 뒤집혀도 모를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닿을지 모른 채 헤매는 그 고단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소년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다. 단지 거친 파도가 치는 날에도 오로지 찻잔만 꼬옥 쥔 소년의 마음만 따라갈 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불안함과 이대로 바다 위에서 죽을 지도 모를 짙은 두려움을 찻잔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란 사과나무에 의지해 이겨나가는 그 애절한 마음을 따라갈 뿐이다.

 

이 책은 호주에서 출간되었다. 모티프는 ‘보트피플’이다. 호주는 보트피플이 가장 많이 도착하는 나라였다. 2013년 7월, 더는 무분별하게 보트피플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난민에 관대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 책은 ‘보트피플’로 어렵게 호주에서 정착한 레베카 영의 고모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그녀는 난민이 되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림을 그린 맷 오틀리는 그림책 작가로 명성이 높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와 같은 맷 오틀리의 음악적 감각은 과감한 수평과 넓은 여백을 이용한 구성, 하늘을 가득 메우는 구름의 움직임과 수면의 움직임 등에 잘 드러나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한 곡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듣는 것처럼 이야기에 녹아들게 한다.

 

이 책은 난민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온 애틋함과 놓지 않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낯선 땅에 도착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까? 또 그 마음은 난민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게 품는 마음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글과 그림의 문학성과 높은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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