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분홍 문의 기적>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영미(대전 대문초등학교 교사)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도 생각해 보자. 엄마가 죽는다면?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할 것이고 밀려오는 슬픔이 옅어질 때면 누구에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원망까지 마음에 일게 될 것이다. 『분홍 문의 기적』에 나오는 ‘박진정’과 그의 아들 ‘박향기’가 바로 그랬다. ‘분홍 문’을 들어서면 아내이자 엄마인 ‘김지나’ 씨가 만든 ‘행복한 우리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부를 사러 집을 나섰다가 사고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남겨진 두 남자의 집은 ‘안 행복한 집’이 되었다. 아내와 엄마를 잃게 된 이들은 세상을 향해 비뚤어지게 된다. 아들 향기는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게임에 빠져 살았으며, 아빠는 가게 일에 소홀했고 술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은 기적이 되어, 김지나 씨가 엄지공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목에 걸린 감 씨가 몸에 흡수되는 데 걸리는 72시간! 그 시간 동안 그들은 그녀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박진정 씨와 김지나 씨, 그리고 아들 박향기가 만든 행복한 집은 마치 유리잔과도 같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유리잔이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와장창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 조각을 원래대로 할 수 있을까? 시간을 돌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고 이때야말로 기적이 필요한 순간이다. 기적이란 믿을 수 없는 거짓말 같은 일이기에 작가는 먼발치에서 주인공들을 관찰하며 객관적인 태도로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을 이야기한다. 바로 ‘분홍 문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긴 기적’을 통해 깨져버린 유리 조각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기적같이 주어진 72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길지 않은 72시간은 엄마와 아내가 늘 지켜봐 주기 바라는 아들과 아빠가 다시 일어날 이별을 부인하려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서로를 온 맘 다해 사랑하고, 남겨진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깨진 유리 조각에서 또 다른 유리잔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그렇게 ‘그래도 행복한 우리 집’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선물이었다. 『분홍 문의 기적』은 ‘엄마의 죽음’이라는 예기치 못한 슬픔 속에서도 어떻게 우리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지 따뜻한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생각해 보자. 엄마가 죽게 된다면? 슬픔에 쌓여 엉망진창인 삶을 합리화하는 못난 삶을 살 것인가? 그저 엄마가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엄마와의 추억을 마음 한구석에 고이 넣어 두고 또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엄마가, 가족 한 명 한 명이 나와 함께일 때 온 마음을 다해 서로 사랑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엄마에게 반찬이 맛없다고, 학원가기 싫다고 짜증만 부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금 당장 달려가서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고백해 보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 『분홍문의 기적』을 읽어 보자. 그러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런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개똥벌레가 똥똥똥>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심명자, (사)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우리말에는 두 말이 합쳐져서 아름다운 말이 되는 순우리말 합성어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외국어가 섞인 줄임말은 늘어만 가는데, 순우리말 합성어의 사용은 점점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언어는 생명체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성장하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그 의미를 대신하는 다른 언어가 나타나면 어느 틈에 기억에서 사라지지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켜내려면 우리가 그 언어들을 생활 속에서 즐겨 사용해야 합니다. 외래어나 비속어, 줄임말들이 생활 속에 가득차서  순우리말들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렇듯 보석 같은 우리말을 발굴하여 아이들에게 전하는 책이 만들어져서 참 반갑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성과 정보를 한 책 안에 다 넣다보면 어느 한 쪽이 소홀해져서 삐걱대는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두 가지 미덕을 함께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 <개똥벌레가 똥똥똥>은 감성과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입니다.


개, 똥, 벌레가 합쳐져 만들어진 개똥벌레라는 합성어에서 출발하여 구멍과 가게가 합쳐진 구멍가게까지 모두 13개의 순우리말 합성어가 제시되는 동안 13편의 토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남매의 일상이지요. 순박하고 따뜻한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우리말 여행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단어가 반복되어 자연스럽게 리듬을 형성하고, 자꾸자꾸 따라 읽게 됩니다. 평소 쓰지 않던 낯선 단어라도, 뜻을 알고 보면 쓰고 싶어지지요.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을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낼 만큼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그림은 이 책이 아이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합니다. 학습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어휘력 확장의 씨앗을 제공하는 글,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과 아련한 추억을 불러오는 배경을 함께 표현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우리말 체험을 선물할 것입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느 날 학교에서 왕기철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민아(파주 지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도깨비와 함께 떠나는 횡단보도 열 줄의 세계
도깨비가 우리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언제든 상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어딘가에 외계인이 사람인 척 우리와 섞여 살고 있다는 설정도 가능한데, 조상 대대로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함께해 온 도깨비가 지금도 어딘가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이야기 속에서라면 더더욱. 대체 그 많던 도깨비는 지금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바로 이 책에서 궁금해마지 않던 ‘오늘날의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사건의 시작은 도깨비가 인간과 어울려 살기 시작한 지 딱 백 년 되는 해, 이젠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도깨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다. 바로 왕기철. 역시나 주인공 왕기철 도깨비는 그럴싸하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장난을 좋아하고 게으르고 이야기 듣는 건 좋아해도 공부는 죽어라 하기 싫어한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들 때문에 부모는 아침마다 다툼이 끊이질 않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왕기철은 천하태평이다. 이런 녀석을 학교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건 역시 연륜이 있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학교 가는 길에 놓인 횡단보도의 비밀을 알려주고, 다음날부터 왕기철은 학교를 가야하는,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갖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처럼 횡단보도 줄이 9개에서 10개로 바뀌는 날에 신기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판타지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도깨비의 등장부터가 이미 판타지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이 책은 그 안에서 또 다시 판타지 세계로 떠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바로 횡단보도의 숫자가 변하는 때이다. 매일 보는 밋밋한 횡단보도를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처럼 설정함으로써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고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넘어가는 매개가 되게 한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일이 어쩌다 가끔 일어나고, 이 모든 일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 왕기철이 또다시 횡단보도 숫자가 10이 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우린 또 어떤 신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하다가도 한 번쯤 일탈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왕기철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또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요소요소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수수께끼 같은 장치들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횡단보도 줄이 변할 때 뭔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물론, 탈출한 호랑이를 찾는 전단지, 갑작스럽게 등장한 임시 담임선생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 절대 물을 주어서는 안 되는 토괭이, 선생님의 알쏭달쏭한 태도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왕기철의 왕성한 호기심으로 사건의 사건을 일으키며 하나씩 하나씩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게 된다. 주저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왕기철과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결국 하지 말라는 금기 사항을 모두 깨 버리고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신없으면서 재미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임시 담임선생님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의 속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약이 있다면 주저없이 먹을 수 있을까? 등등. 무엇보다 인간이지만 진짜 인간이 되는 게 어려워서 약을 먹어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공감을 끌어낸다.

 

신나게 땀나게 후회 없이 잘 논 아이가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잘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나마 그런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언제든 왕기철처럼 횡단보도 10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춘희는 아기란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진희(<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저자)

 

상처를 보듬는 작은 리본

내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갑자기 찾아온 소아마비를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제때 치료하지 못한 흔적이 짧고 뒤틀린 다리에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늦둥이 아들의 다리를 보며 평생 미안함을 짐처럼 껴안고 살아가셨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고 11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딸이 느낄 부끄러움을 덜어 주고자 큰 수술을 치렀다. 아버지의 다리는 목공소에서 다듬어지는 나무처럼 펴지고 이어 붙여졌지만 끝내 온전한 모양이 만들어지진 못했다. 그 큰 수술의 고통보다도 힘든 것은 아무리 애써도 쉽사리 깨지지 않는 유년 시절의 상처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그저 지독히 가난하고 운이 나빴던 한 개인의 불행일 뿐이라고 여겨왔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냐고 단념시키기에 바빴다. 그러나 아주 작은 사실 하나만 바꿔보면 아버지의 삶이, 그리고 할머니와 나의 삶이 확 달라졌을 것이다.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말이다.

 

변기자 작가가 쓴「춘희는 아기란다」에서도 지독히 불운한 운명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인물이 소개된다. 마흔세 살의 춘희와 어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춘희는 마흔세 살이지만 제목에 나타난 바와 같이 여전히 아기처럼 살고 있다. 아직도 기저귀를 차야 하고 늙은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고통을 개인의 불행으로 여겼던 것처럼 작품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춘희와 노모의 비극을 낮은 확률로 찾아오는 개인의 불행으로 여긴다. 노모는 봄이라곤 찾아온 적 없는 듯한 산비탈 아래 초라한 집에서 살고 있고 응급상황에서도 언덕 아래에까지 내려가야 겨우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들의 삶을 개인의 불행이라 여기며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춘희의 불행은 어머니의 잘못도 하늘이 내린 천벌도 아니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전쟁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싸움터에 보내졌고 전쟁이 쏟아내는 화염에 다쳤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헤아리기도 전에 가난과 육신의 고통에 신음해야 했고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대물림되었다. 그 때문에 전쟁을 구경해 본 적도 없는 춘희는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폭탄 때문에 43년째 아기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노모의 불행은 남편을 잃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뱃속의 자식에게 대물림되었다. 그리고 춘희와 노모도, 나의 아버지와 나도 슬픔을 털어내지 못하고 살아간다. 뚜렷한 가해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전쟁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춘희의 삶이 어떠했을지 끊임없이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삶은 어떠했을지도 그려 보았다. 작품 속 춘희를 만들어 낸 작가의 삶과 아직도 고향의 봄을 부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이웃들,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을 지를 생각해 보았다.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졌을까. 단정할 순 없지만 춘희의 기저귀와 아버지의 다리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 맺힌 노래가 조금은 더 사소한 고민거리들로 바뀌지 않았을까.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 아직도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개인의 역사는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닌데 우리는 삶 속에 스며든 그 흔적들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과거를 되돌려 전쟁이 없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작품 속 유미가 봄이 오지 않은 할머니의 집에 들꽃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슬픔에서 허우적거리는 할머니에게 고향의 봄을 불러주는 것처럼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유미가 내민 흔하고 소박한 리본은 잿더미처럼 시커멓게 그려진 할머니의 손에서 따뜻한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은 아마 사랑이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리본 하나, 또는 음정도 맞지 않는 피리 소리지만 우리는 건네 보지 못한 작은 사랑. 사람에 의해 다친 이웃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들의 작은 사랑이 아닐까.


전문가가 선택한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세계의 빈곤,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구정은(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세계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뉴스들은 참혹했습니다. 무너진 집들, 숨지고 다치고 병에 걸린 사람들. 무엇보다 마음 아팠던 것은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 먹을 것이 모자라서 진흙을 물에 개어 햇볕에 말려 먹다니요! 흙이라도 먹고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로 이 책 『세계의 빈곤,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야!』에 소개된 아이티의 열 살 소년 임마누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뉴스를 다룰 때에 ‘빈곤’을 어떻게 전달하고 설명할 것인지는 늘 고민거리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비참한 사람들, 특히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늘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지요. 굶주려 비쩍 마른 아이의 사진 한 장을 실으면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의 사진과 함께 기근, 전염병, 내전, 분쟁 따위를 소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 그런 신문기사나 방송 뉴스를 보는 사람들 머릿속에는 ‘아프리카는 사람들이 굶주리는 곳이로구나.’ ‘아프리카 아이들은 불쌍하구나.’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거든요.


세계의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의 현실을 전하는 것과 함께 그들이 게으르거나 나빠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가난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점점 발전한다는데 왜 세계 70억 명 중에는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세계의 그 많은 돈은 다 누구에게 간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갈수록 부유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더 가난해질까?


이 책은 ‘남반구 나라’들이 겪는 가난을 아이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면서 식민 지배라는 어두운 역사를 고발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식민지 시절의 과거에서만 찾는다면 독립 한 뒤 5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이 가난한 이유를 다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발전할 기회를 빼앗아가고, 곡물 값이 요동치게 만드는 강대국들과 국제기구들의 모습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렇게 가난의 먼 원인, 가까운 원인들을 설명해주는 것이 이 책의 뛰어난 점이지요.


부모님에게 넉넉한 돈을 물려받았는데도 사치를 누리느라 펑펑 다 써버린 뒤 남들을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며 손을 내미는 친구가 있다면 꾸짖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라고, 성실하게 살면서 돈을 벌라고. 낭비하지 말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꾸려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세계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아이티 소년 임마누엘은 게을러서 진흙쿠키를 만들어 먹는 게 아니라, 그저 그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배를 곯는 처지가 됐습니다. 여기, 한국에 사는 우리 대부분은 그저 여기에서 태어난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고 학교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고 현대 사회의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난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도와줘야 합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펑펑 쓰고 온실가스를 내뿜어 기후 변화를 앞당기는 바람에 아프리카 건조지대의 가뭄이 심해져 그곳 아이들이 더욱 굶주리게 된 것도 사실이거든요.


‘페이스북’을 만든 미국의 기업가 마크 저커버그는 얼마 전 딸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습니다. 재산을 거의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저커버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단다.” 가난한 이들을 돕고,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 책을 쓴 김현주 선생님은 그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도울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또 국제기구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는 분입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어떤 것이 ‘잘 돕는 방법’인지 소개돼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고통받는 이들을 잘 도울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