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책 <지구별 스쿨 라이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시온(서울신월초등학교 교사)

 

대한민국의 초등생들은 바쁘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 나간다. 저녁 7~8시까지 빼곡히 들어찬 학생들의 스케줄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신나게 수다를 떠는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친구들과 실컷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떠니?”라고 조언을 했다. 그랬더니 “쉬는 시간은 너무 짧고, 방과 후엔 학원을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이 웅성웅성, 밀물처럼 몰려왔다. 마음이 짠했다. 학생들은 매일 바쁜 일과에 쫓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들여다볼 마음의 틈이 없다. 어떤 때는 친구가 결석을 해도 모를 만큼. 『지구별 스쿨 라이프』는, 일상이 빡빡할수록 옆 친구를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유찬이의 눈을 통해 기오를 들여다본다. 기오가 이상해졌다. 지우개도 좀처럼 빌려주지 않던, 까칠한 기오가 물감을 선뜻 빌려주질 않나, 수학 박사 기오가 수학 쪽지 시험을 앞두고 커닝을 시도하지 않나. 기오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처음에 유찬이는, 기오가 지구별에서 사라지든 우주로 떠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영원한 일등은 자기가 될 테니까… 그런데 기오가 사라진 교실을 생각하니 이상하게 가슴이 덜컹거렸다. 마음은 거짓말을 못한다. 겉으론 기오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오가 이상해진 것을 유일하게 알아챌 만큼, 유찬이는 이미 기오에게로 마음이 향해 있었다. 상대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순간이, 관계 형성의 첫 신호탄이다.

 

유찬이는 외계인 기오를 통해, 진짜 기오의 팍팍한 삶을 엿본다. 방과 후 빼곡히 채워진 학원 일정, 사이보그와 다름없는 삶. “왜 하필 윤기오 몸에 들어갔어?”라는 질문에, 외계인 기오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친구가 없으니까. 친구가 있으면 내가 외계인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거 아니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잖아. 윤기오 따위는.” 외계인 기오의 말이 귓전에 계속 맴돌고, 유찬이는 진짜 기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기오도 함께 신나게 놀 친구를 그리워했겠구나… 결국, 유찬이는 고민 끝에 외계인 기오에게, 진짜 기오를 돌려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한다.

 

만약에, 기오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간 걸 알아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오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채 지금도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친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유찬이의 ‘눈’ 덕분에, ‘기오를 신경 쓰는 한 명’이 생긴 덕분에 진짜 기오가 되돌아올 수 있었다. 기오를 향한 ‘관심’이 기오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유찬이는 한 발 더 다가가 기오와 ‘친구’가 되었다. 상대방을 향한 세심한 관찰과 지속적인 관심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서로를 향한 거리의 틈을 촘촘히 메워준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호시탐탐 외계인이 기웃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와 연결이 끊어진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만약에, 옆 친구에게 외계인이 들어갔다는 걸 알아챈다면, 유찬이처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그 친구를 불러보자. 분명 그 친구는 자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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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 스페셜북 : 꿈의 황금 알과 판타지 세계의 시작>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명주(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내 어린 시절에도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환상적인 동화와 캐릭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동화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디까지나 책 속에서만 존재했고, 더욱이 어른이 되고 나니 더는 특별한 추억과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어쩌면 내 상상력이 너무 굳어 버려서 환상의 세계를 팍팍한 현실로 불러내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내게 잊고 있던 감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 일대 사건과도 같은 경험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만난 동화 캐릭터들의 퍼레이드였다. 거대한 규모, 정교한 장식과 건축물, 책을 찢고 나온 듯한 사실적인 분장, 즐거운 음악과 춤은 나를 동화 속 환상의 나라로 데려가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형상이 눈앞에 펼쳐지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든 환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간된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 스페셜북-꿈의 황금 알과 판타지 세계의 시작>을 보는 순간, 나는 디즈니랜드 퍼레이드를 만난 것처럼 또다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크기, 손끝에서 느껴지는 오톨도톨한 금빛 용의 감촉,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꿈의 황금 알’, 책장에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라벤더 향까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총망라된 데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꿈의 나라가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넓고 크게 펼쳐지니 어느새 내가 제로니모와 함께 판타지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셀렘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친구 제로니모와 같이 모험하는 개구쟁이 요정 피스타치오소, 설인이 떠오르는 북슬발라, 지혜로운 도롱뇽, 금빛 용으로 변하는 금빛 날개 공주 등, 조금은 낯설지만 신선하게 느껴지는 판타지 세계의 캐릭터들과 환상적인 이야기가 더욱 실감나고 흥미진진하다. 또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보드게임 등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어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느끼는 이 책의 참다운 미덕은,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담아 놓았다는 것이다. 제로니모는 위기에 빠진 꿈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는다. 그런 제로니모의 모습은 개인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는 요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진실된 마음이 결국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려 준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모든 아이들이 제로니모와 같이하는 스페셜한 모험을 통해 흥미로운 판타지 모험 이야기도 읽고, 나와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고운 꿈도 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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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농부가 심는 희망 씨앗>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황대권(농부, 생명평화운동가, 「야생초 편지」저자)


흙에 뿌리박은 참자유의 삶을 찾아 나서라.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본 농부와 농업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내용의 깊이나 문체, 그림 할 것 없이 최고의 수준을 보여 준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으면 반성과 치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서정홍 시인은 오랫동안 농촌 현장에서 농사짓는 즐거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써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한 바 있다. 그런 시인이 왜? 시가 몇 수 들어 있기는 하지만 통계 숫자가 나오는 산문을 써야만 했을까? 시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있어서이다. 그 마음이 부드러운 문체 속에 절절이 묻어난다. 생태위기의 시대에 언제인지 모를 끔찍한 재앙을 맞이하기 전에 제대로 된 ‘먹고살기’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콘크리트 빌딩숲에서 가짜 음식을 먹고 가짜 삶을 살지 말고, 흙에 뿌리박은 참자유의 삶을 찾아 나서라고 타이르듯 차분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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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동물 박물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은희(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눈에 들어오는 동물백과. 갓 잘라낸 나무속을 닮은 부드러운 황갈색 종이에, 각 동물의 특징을 살려 직접 손으로 그린 세밀화가 마치 19세기 고서를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책이다. 이런 느낌은 전자책과 동영상이 아무리 그 편리함과 현란함으로 사람들을 유혹해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실물 책만이 주는 묵직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 책은 백과사전을 고르는 세 가지 기호(순서대로 차근차근, 상관없이 두루두루, 좋아하는 것만 파고들기)를 모두 만족시킬 만하다. 무척추동물에서 시작해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로 진화상 발달 과정대로 등장하며, 하나의 어류 항목 내에서도 더 먼저 나타난 연골어류(상어)가 앞서 등장하고, 경골을 지닌 조기어류가 나중에 등장해 진화의 단계별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여러 동물 집단이 등장해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동물이라는 공통점을 염두에 두며 다양하게 혹은 집중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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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수명 도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선희(안양 연현초등학교 교사)

 

여러분은 ‘수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 주변에 모든 생명체나 물건들에 수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살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타는 것 등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습니다. 사실 수명이 있다는 것은 언젠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 동물, 아끼던 식물과 이별하는 날이 올 거예요. 또 학교 갈 때 메는 가방, 매일 신는 운동화, 자전거도 제 몫을 다하면 버려지잖아요. 모두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하며 살아갑니다. 참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사실 이건 정말 멋진 일이기도 해요. 언젠가 모두와 헤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일매일 주변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거든요.

 

<수명 도감>을 읽다 보면 각종 동물이나 물건에 대한 신기한 정보들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몰라요. 귀여운 그림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진짜 미덕은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과 동물, 물건을 좀 더 아끼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예요. 여러분이 이 큰 책의 미덕을 느끼고 깨닫는 순간이 오기를 바랄게요. 그럼 여러분이 보는 세상은 한결 더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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