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여행은 20대에나 하는 거라는 걸 체험하고 왔다.
이번 여행은 가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예약을 할 때만 해도(7월 말)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는데
8월에는 끝나리라 생각했던 일이 끝나지 않는 바람에
현재 한창 바쁜 상태라 원래 도저히 여행 같은 걸 갈 상황이 아니다.
지난 주에는 예약 취소할까 진지하게 생각도 했는데 취소한다고 돈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약속했던 후배한테 미안한 맘도 있어서
배째라 하고 그냥 갔다왔다.
물론 가기 전에도 마음 무거웠고 가 있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고,
다녀온 지금은 한층 더 마음이 무겁다.
이래서야 돈 들여 여행 다녀온 보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빌어먹을.
여행이란 것도 몸과 마음과 지갑에 여유가 있을 때나 가야 하는데
어느 하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가는 바람에
여러모로 아쉬운 여행이 되어버렸다.
물론 거기에는 아침저녁으로 메일 확인하며 스트레스거리를 늘린 내 탓도 있다.
(그렇다고 일거리 쌓아놓고 온 주제에 그것조차 안 할 수는 없고.)
올빼미여행에 대해 말을 하자면, 정말 하드한 일정이다.
금요일밤, 일요일밤 이틀은 거의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봐야 한다.
금요일 12시쯤에 발권해서 2시가 넘어 비행기가 뜨면 일본에 도착하면 4시 반,
입국 수속하고 대충 호텔에 짐을 맡기면 6시 반에서 7시.
나는 호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맥도날드에서 시간 떼우다가
9시쯤 아사쿠사에 가서 절 구경하면서 상점 문 열 때까지 버텼다.
(근데 절이라고 해도 도심의 작은 절이라 별로 볼 게 없더라;)
이런 식의 일정으로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새벽부터 다니게 되어서
오후 3시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 보통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오게 된다.
최근에는 얼리체크인이 가능한 곳이 많아졌다고 하니까
꼭 올빼미여행을 가고 싶다면 얼리체크인해서 새벽에 체크인해서 짐 풀고
오전 10시쯤까지 잠을 잔 후에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하다.
돌아오는 일정은 더 빡빡하다.
보통 4시40분쯤 비행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밤을 꼬박 새게 된다.
나는 일요일 저녁에 온천 옵션을 선택해서 온천을 하고 거기서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바로 이동했는데, 그런 옵션이 있다면 선택하는 게 나을 듯하다.
온천도 온천이지만 온천 내에 수면실 비슷한 게 있어서 버스에 모이는 시간까지
몇 시간은 잘 수 있다.
2시 반쯤 공항에 모여 발권하고 대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모습은
정말 좀비가 따로 없다. 다들 다크서클 작살에 퀭한 모습으로 졸고 있다.
도쿄에서 먹은 음식에 대한 건 다음에...
(알고보면 식도락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