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을 하는 A라는 분이 있다.
입장상 그분이 갑, 내가 을이 된다.
그분이 최근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관여하기를 원했다.
뭐, 귀찮긴 하지만 부당한 요구는 아니고 무엇보다 내가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문제는 관여하려면 제때제때 연락이 닿아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바로 피드백을 해줘야 진행이 되는데
그분, 거의 잠적 수준이시다.
몸이 아프다고 지방으로 요양을 가네 어쩌네 하며
핸드폰은 거의 항상 꺼져 있고 본인 필요할 때만 켜서 전화한다.
결국 나 혼자 피가 마른다.
날짜는 하루하루 가고 회사에서는 진행이 왜 이렇게 더디냐고 하는데
권한 쥐고 있는 갑이 잠적 중인데 내가 무슨 재주로...
어제는 내가 그분 상대로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해버렸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과 문자의 글자수 제한이 이루어낸 절묘한 하모니라고나 할까.
여전히 그분의 핸드폰이 꺼져 있길래 문자를 남겼는데
글자수 제한 때문에 앞뒤를 잘라먹고 몸통만 남겼더니
나중에 내가 봐도 딱 오해하기 좋은 문장이 만들어져버렸다;
서로 평소에 충분히 대화를 했다면 그런 오해가 없었을 텐데 대화 부족으로
정확하게 오해하신 그분, 나에게 전화했다가 사실을 알고는
내가 뭐라고 해명을 하려는데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해명을 하려고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간 A의 만행을 무던히도 꾹꾹 참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나도 뚜껑이 열릴락 말락 한다.
그래도 참긴 참아야 하는데....꼭 참아야 하나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