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을 하는 A라는 분이 있다.
입장상 그분이 갑, 내가 을이 된다.
그분이 최근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관여하기를 원했다.
뭐, 귀찮긴 하지만 부당한 요구는 아니고 무엇보다 내가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문제는 관여하려면 제때제때 연락이 닿아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바로 피드백을 해줘야 진행이 되는데
그분, 거의 잠적 수준이시다.

몸이 아프다고 지방으로 요양을 가네 어쩌네 하며
핸드폰은 거의 항상 꺼져 있고 본인 필요할 때만 켜서 전화한다.
결국 나 혼자 피가 마른다.
날짜는 하루하루 가고 회사에서는 진행이 왜 이렇게 더디냐고 하는데
권한 쥐고 있는 갑이 잠적 중인데 내가 무슨 재주로...


어제는 내가 그분 상대로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해버렸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과 문자의 글자수 제한이 이루어낸 절묘한 하모니라고나 할까.

여전히 그분의 핸드폰이 꺼져 있길래 문자를 남겼는데
글자수 제한 때문에 앞뒤를 잘라먹고 몸통만 남겼더니
나중에 내가 봐도 딱 오해하기 좋은 문장이 만들어져버렸다;
서로 평소에 충분히 대화를 했다면 그런 오해가 없었을 텐데 대화 부족으로
정확하게 오해하신 그분, 나에게 전화했다가 사실을 알고는
내가 뭐라고 해명을 하려는데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해명을 하려고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간 A의 만행을 무던히도 꾹꾹 참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나도 뚜껑이 열릴락 말락 한다.
그래도 참긴 참아야 하는데....꼭 참아야 하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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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이럴땐 목구멍이 포도청인게 참 원망스러워요!!

보석 2009-09-12 00:31   좋아요 0 | URL
글쵸..사실..어제 홧김에 문자 하나 보내놓고 오늘 급 비굴하게 다시 문자 보내는에 사는게 뭔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넷 2009-09-1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황이라면 참을 용기가 없는데... 이럴때 못참으면 살기가 좀 힘들어 질까요?-_-;;;

그런데 뭐하는 사람인데, 일을 하는데 전원을 꺼놓는 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보석 2009-09-12 00:32   좋아요 0 | URL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ㅎㅎ

무스탕 2009-09-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나가는 사무실 여직원 하나도 자기 필요해야 핸펀을 쓰더군요 -_-
그렇다고 꺼 놓지는 않던데 더 강적이 계시네요..

보석 2009-09-12 01:34   좋아요 0 | URL
그게 다 짬밥과 위치에서 나오는 여유인 거죠..;

무해한모리군 2009-09-1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전화를 꺼놓습니까..
저흰 삼십분만 전화기 놓고 나가도 난리납니다~
참 인간이 나이가 들면 남의 입장에 서볼줄 알아야 되는데요.

보석 2009-09-12 01:35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젊었을 때 생각이 더 유연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자기 세계가 확고해져서 오히려 그게 안 되는 듯해요.

마늘빵 2009-09-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뚜껑을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열어버릴까요? -_-a

보석 2009-09-12 01:40   좋아요 0 | URL
열면..사실 살짝 열렸다 닫혔지만..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말이죠. 그냥 뒷일 생각 안 하고 확 될 대로 되라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지만..또 차마 그럴 수는 없죠.

라로 2009-09-12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C 사는게 뭔지,,,,,그래도 시간이 지나서라도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넘 억울하잖아요!!

보석 2009-09-12 19:34   좋아요 0 | URL
음...그런 기회가 올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