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낮시간이 아니라면
급하다고 택시를 탔다간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버리고
마음만 상한다는 걸 몇 번 경험했음에도 또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도대체 학습능력이라곤 어디다 버렸는지;
이사하고 새로 받은 열쇠를 아직 열쇠고리에 안 달았다.
어제 집에 들어가서 분명히 그 작은 열쇠를 나름대로 잘 챙긴다고 챙긴 것 같은데
새로 산 신발장을 들이고, 신발장에 신발을 정리해 넣고
신발장 대신으로 며칠 썼던 책꽂이를 제자리에 놓고 책을 정리하고 어쩌고 하다 잊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열쇠가 안 보인다.
가뜩이나 꾸물거리다가 출근시간이 빡빡했는데 열쇠 찾느라 또 시간을 잡아먹어서
시계를 보니 꼼짝없이 지각을 할 판이라 잠시 고민을 하다가 택시를 탔다.
내가 미쳤지.....
차라리 평소 지하철과 버스로 가던 길로 갔으면 좀 복잡하긴 해도 지각은 안 했을 텐데
아무 말도 안 했더니 택시기사가 자기 말로는 안 막히고 빠른 길이라며
지지리도 돌아가는 길을 골랐다.
덕분에 그냥 평소처럼 지하철, 버스로 가는 것과 별 차이도 없는 시간이 걸려서
지각은 지각대로 하고 돈은 10배가 넘게 나왔다.
지각 안 하겠다는 일념으로 그 돈 낼 각오를 하고 택시를 탄 건데....
돈은 돈대로 깨지고 지각은 지각대로 해서 눈치 보이고,
기분은 나쁘고...
다음부턴 이런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