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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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검은집'이라는 영화의 원작인 소설의 작가 기시유스케의 밀실 수수께끼 단편추리소설이다.   그의 작품들이 나의 독서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읽기 전에 약간 고민스러웠지만 먼저 읽어보신 지인들의 반응은 일반 추리소설 같으니 부담없이 읽어도 된다고 한다.   책 표지의 남자가 새장에 갇혀서 탈출하고자 하는 듯한 그림자, 책을 읽기 전에 유심히 보았더라면 어느 정도 짐작되었을 법한 그림 이었는데 '검은집'이라는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았지만 익히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들어 왔던터라 공포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완벽한 밀실을 무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의 진상을 구현하라!"

 



밀실, 사람이 죽었다...그러나 범인이 탈출한 흔적은 없다.  하지만 이건 살인사건이다.  준코변호사와 전.현직도둑(?)케이 콤비의 활약으로 밀실트릭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준코와 케이가 함께 네 개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다보니 읽어 나가는데 단편이라 끊어지는 듯한 큰 불편은 없었지만 '밀실'이라는 공간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다른 주변적인 요소에 좀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며 그동안 읽어왔던 추리소설들과 다른 구성, 글의 전개에 약간 갸웃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사람이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지만 자세히 파고들이 이전에 놓여진 일련의 증거들 만으로 범행을 입증해야한다.  밀실이라는 공간에서 범죄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을 구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추리소설을 읽으며 범인이 누구일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기도 하는데 상상외의 트릭과 사건전개 때문에 머리가 띵 해질 정도였다.  사람이란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기 마련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타인의 죽음도  불사하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기시유스케는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모습들을 더욱 은밀하고 적나라하게 만나고자 한 건 아니었을까? 

 

'도깨비불은 우리의 시선을 잘못된 곳으로 향하게 한다' / P. 85

 

준코와 케이가 하나의 사건을 놓고 여러가지 추측을 하며 사건에 접근해가는 방식도 흥미롭고 즐거웠지만 사건 해결만을 위한 요소들이 짙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해결까지 과정도 좋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는데 '이럴 줄 알았어!' 라는 느낌?  아마도 작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좀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를 책을 약간은 꼬아서 읽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밀실추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수 있는 한 권의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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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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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동생의 블로그에 새 리뷰가 떴는데 제목이 눈에 띈다.  <돈 없어도 난 우아한게 좋아> 호기심에 들어가서 읽어보니 이 책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흔 두 살 싱글의 로맨스.  제목과 책표지가 시선을 사로 잡아서 더 궁금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읽어야 할 책들도 있고 다음에 읽자고 살짝 미뤄두었던 책을 그 동생이 선물해줘서 다른 책들은 뒤로하고 먼저 읽기 시작했다.

 

 

"우리 앞으로 동반 자살하기 전날의 심경으로 사귀어 보지 않을래?"

진짜다.  황홀하다.  실현될 리 없는 여정인데, 생각만 해도 둘의 세계가 달콤해진다.  나는 직감했다.  이 남자, 아주 좋은 제안을 하는 사람이다.  내게는 득이다. /p13-14

 

 

시작부터 낯선 문체가 잘 읽어지지 않더니 어느덧 책 중간 중간에서 자꾸 멈추게 된다.  마흔 두 살의 싱글녀 지우.  그녀가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한 사랑,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하는 남자 사카에와의 만남.  엉뚱한 제안을 하고 그런 제안이 그녀도 싫지 않다.  동반 자살하기 전날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이런 제안을 하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가며 그만큼 사랑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  어떤 감정이었더라.  낯설고 어색하다.   사랑이란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 나이가 나이테처럼 한 겹씩 나를 감싸는 것 처럼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받지 않겠다고 버티기만 한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랑=결혼' 이라는 어릴때부터의 고지식한 생각 때문에 즐겁고 행복해야 할 '연애'가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과 숙제처럼 나를 짖누르다 결국 포기했던것 같다.  사람을? 사랑을? 어떤걸 내려놓았던 걸까?

 

 

짝사랑을 할 수 없는 여자.  그게 나다.  기다리게 한 시간만큼 발걸음 가볍게 달려오는 남자와 친밀해지고 싶다.  흔히 말하는 어른의 사랑 따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든 서로를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래야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은근한 맛이 배는 것이다.   마침내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몸이 뜨끈한 열기에 납땜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로 이어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행복감은 둘이 마주하는 황홀한 시간의 수하.  그는 어른스럽지 못한 내가 찾아낸, 나의 보물.  /p50

 

 

나는 짝사랑을 잘하는 여자.  그녀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마음이 먼저 기울기 시작한다.   일단 마음이 기울기 시작하면 흘러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 마음과 신경이 그곳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고 감정이 헤프거나 한 건 아니다.  그러다 막상 연애가 시작되면 물이 끓어오르다 식는것 처럼 이내 상대에 대한 열정이 사그러 들기 시작한다.  왜일까?  아마도 상상속에 만들어진 상대의 이미지를 사랑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은 그냥 그리움만으로 좋은걸까?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작용, 양방통행이어야 하는데 어쩌면 일방통행에 너무 오랜시간 익숙해져서 소통의 방법이 낯설기 때문일지도.....  막상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때 혼자 그리워하며 상상해왔던 것보다 마음 한구석이 더 허전해지는 건 상대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 였을까?  아니면 내 자신을, 내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걸까?    

 

 

나는 아무래도 돈 냄새를 풍기는 남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돈이 없어 오히려 홀가분한, 그런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렇다고 가난뱅이 마니아는 절대 아니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사랑만 있으면 경제력 따위는 어쩌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철부지 같은 생각은 꿈에도 없다.....중략......이불 속에서 한숨 돌리고서야 관계가 시작된다.  그렇다.  나는 사랑의 줄다리기와는 인연이 없는 여자.  좋아하니까, 날 좋아해 주니까, 사귄다.  그뿐이다.  베리 심플.  /p74-75

   

아까워 내밀지 못한 마음은 쓸모가 없어지고 끝내는 유통 기간마저 지나고 만다.  그런 것들만 마음에 꼭꼭 보존하다 보면 새로운 마음이 들어 찰 장소가 없어진다.  그때껏 나는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늘 아까워한 탓에 결국은 썩어 버리게 했다.  /p100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그때는 같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지.  마음은, 틀림없이 뒤따라 죽을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계속, 같이 죽는 날을 위한 길동무."  남은 인생, 이 남자가 아닌 남자는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를 만나기까지 헛걸음을 꽤나 많이 했다.  조금 피곤하지만 깔끔한 이부자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잠들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천국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이 이부자리처럼 낡았다.  하지만 둘이라면 함께 솜을 다시 터는 방법을 알 수 있다. /p193

 

 

'날 좋아해주는 사람 좋아하기' 마음처럼 될까?  오히려 그 편이 더 어렵다는걸 안다.  결국 내 마음대로 흘러가 버릴거라는걸 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내 마음을 들키기보다 혼자 그 마음을 키우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유치한 사랑놀이가 불가능 할 것 같이 생각되는 마흔 두 살,그녀의 사랑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멈추어 몇 번을 다시 읽기도 하며 움찔 했던건 그런 그녀의 흘러가는 듯 한 감정이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표현처럼 내게 사랑이 어렵고 유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까워 내밀지 못한 마음이 쓸모없어지고 유통기한도 지나 썩어버리게 되서 고여있는 그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돈 없이 우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다 오래도록 마주하게 되는 문장들 사이로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마흔 두 살의 동갑내기의 로맨스는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사랑이란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할 감정일테니까.  흘러가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시길....가을의 시작을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시작하게 되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가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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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불행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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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책 제목때문에 궁금해서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달콤한 불행' 불행이 달콤하다? 달콤함이 불행하다?  어떻게 해도 말이 되는것 같고 또 아닌것도 같고.... 책을 받기 전엔 그냥 단순한 에세이려니 했는데 소설이다.  미국에선 제법 유명하신 작가분인것 같은데 찾아보니 국내에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작가는 책의 소재를 중국음식점의 포춘쿠키를 먹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행운의 메세지가 들은 포춘쿠키 하지만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잖아? 하며  불운의 쿠키를 굽는 지독한 염세주의자 소피를 탄생시키게 된다. 

 

 

행복은 네 속에서 빛나는 선물.

네 마음의 소원은 곧 이루어지리라.  -p33

 

 

9살 생일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저녁식사때 포춘쿠키 메세지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아빠에게 초코렛 한개만 먹는게 소원이라며 조르다가 그만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소피의 9살 생일이었던 그날 가족들을 사고로 모두 잃게된다.  그날의 불행이 모두 자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그 사고 이후 20년의 세월을 자신을 자책하며 보내게 된다.   운명처럼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가렛과의 갑작스런 파혼 이후, 단맛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쓰디쓴 초코의 맛을 그대로 사용한  그녀만의  '미스포춘쿠키' 그녀가 아침마다 직접 적어 메세지를 넣어 만든 미스포춘 쿠키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한때 미끼상품에 그칠거라 생각했는데 주력상품으로  날개돋힌듯 팔리자 소피도 깜짝 놀란다.   과자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은 '미스포춘 쿠키'안에 들어있는 불행에 대한 메세지에서 무엇을 찾고자 한 것 일까?

 

 

사방을 둘러보던 소피가 미간을 찌푸리며 지는 태양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해봐. 오늘 이 순간 야외는 아름답고, 태양이 비치고 따뜻해.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아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고, 저 운명의 쪽지는 어디론가 굴러가 버리겠지. 다 망가져버리는 거야. 트러플은? 동틀녘에 배고픈 다람쥐나 너구리가 먹어치우기 딱 좋겠지. 저 운명의 말도, 초콜릿 조각도 결국은 희망도 꿈도 사라져버린다는 걸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될 거야. 부모님에게도, 내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부모님의 이름 아래 새겨진 비문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읽었다. "그게 내 인생담이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진다는 거." - p68

 

 

아픈과거가 있음에도 그녀는 쇼콜라티에로 그녀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쩜 그녀는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들보다 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그녀였다면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녀처럼 아픈추억의 한조각이었던 일을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녀의 29번째 생일날 다시 그녀를 찾아온 가렛 블랙,  그녀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신문에 광고를 내어 영속하는 행복사연 100개를 모아오면 만나주겠다고 한다.  그녀 입장에선 그를 만나고 싶지않은 그녀가 생각해낸 적절한 방패막.   이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그녀를 놀라운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인생이란 그리 크지 않은 삶의 범주내에서 돌아가는 것일까?  그녀가 자신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어린날의 기억이 사고현장에 있던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사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사고는 빗길에 일어난 단순한 교통 사고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에 실수로 인한 인재였을까? 

 

지우고 싶었던, 없었으면 했던 그날의 사건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피.  그녀는 어린시절의 아픔을 딛고 그녀의 사랑도 다시 찾을수 있을까?  어린시절의 기억을 외면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날의 불행을 계속 담고 살아온 그녀가 '그 날'의 진실을 마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   책을 읽다보면 미스테리 같기도하고 로맨스 소설같기도하고, 인생의 처세를 이야기하는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이 모든것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아닐까?  소피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이란 씁쓸함과 달콤함의 조화로 더 아름다움을 발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한건 없으며, 행복한 순간에도 어딘가에 불행은 다가오고 있을것이고, 불행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행복의 순간은 여기저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함을 일깨워준다.  인생은 씁쓸한 순간도 많지만 달콤한 행복의 순간도 많이 있다는걸....

 

 

"지난 몇 달 간 세상을 보는 내 관점이 좀 바뀌었달까.  맞아, 인생에는 맛이 씁쓸한 순간도 많아.  하지만 그건 여기저기서 터져오르는 행복의 순간 때문에 누그러지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맛있는 경험이 되는거야."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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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키스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3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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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와일라잇 이후 '뱀파이어'관련 소설들의 출간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다.  미드중에도 뱀파이어 관련 미드가 인기 상승중이라고하니 뱀파이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뱀파이어하면 94년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력적인 뱀파이어로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해주셨던 레스타트 역의 '톰 크루즈' 아직 그만큼 뱀파이어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를 만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뱀파이어 다이어리'라는 미드의 주인공이 인기몰이를 좀 하고 계신다는데...뱀파이어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걸까?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를 그것도 중간인 3번째 책부터 읽게 되었다.  47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께.  과연 중간부터 읽어도 이야기가 이어질까? 하는 의문을 살짝 가지고 책을 들었는데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시리즈는 시작하는 권수에 관계없이 시작해도 무리 없이 읽어지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 왕족과, 뱀파이어를 수호해야하는 수호인, 그리고 이들을 공격하려는 스트리고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받으며 왕족을 수호하는 수호인이 되기 위해 교육되는 수호자들 이중 주인공인 로즈.  거의 혼자 독백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되풀이 되는 설명이 처음엔 앞부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가게 해서 이해가 쉬웠으나 뒤로 가면 가면서도 반복 되다보니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왕족이자 친구인 리사를 수호인의 신분으로 함께 지내야하는 디미트리.  현재는 아카데미 선생님, 그리고 제자의 신분이지만 그들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랑 복선을 끌어안고 간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과 리사와 관련된 왕족의 재판을 위해 여왕이 있는곳까지의 여행, 그리고 스트리고이들의 아카데미 침입사건 등등 사건은 쉴 새없이 일어나고 해결되며 진행된다.  전편과 맞물리는 부분도 적지 않아서 궁금해 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의 시리즈를 다 읽을게 아니라면 그냥 이 한권만 읽어도 부족함은 없을것 같다.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성장기 소설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카데미 안에선 안전하고 자신의 선택이나 책임에 대해 큰 타격이 오지 않지만, 사회는 언제 어디서든 위험에 놓여있고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 신중하게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18살 생일을 맞이하며 끝나는 3권의 이야기는 자신과 전혀 다른세계의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디미트리와 리사 그리고 아카데미 관계자들과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조금은 궁금해 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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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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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알브테옌의 본격 심리 스릴러!  - 책표지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스웨덴 작가의 책.  카린 알브테옌 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소설이었다.  주로 일본문학이나, 영미권의 책들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았는데 북유럽권 작가의 책은 처음이기도 하고 책표지가 왠지 호러에 가까운 책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거의 떠나고 인적드문 스칸센 놀이공원  홀로 앉아있는 네살의 남자아이.  그 아이가 들고 있던 책에서 나온 메모엔 이 아이를 잘 돌봐달라는 메모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지역.  독거노인 예르다가 죽은채로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고 주택관리인인 마리안네가 대신 예르다의 짐을 정리하며 장례절차를 준비한다.  짐 정리도중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웨덴 문학계의 거성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사인이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과 가족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마리안네는 그녀의 장례식을 위해 그나마 그녀와 인연이 있을거라 생각되는 랑네르펠트가에 연락을 하게 된다.  가정부의 죽음으로 드러나는 랑네르펠트일가의 어두운 비밀. 

 

젊은 사람들은 삶에 목표가 있다고 믿는다.  악셀도 그러했다.  바로 그날 악셀은 그 말을, 그것도 맹목적으로 믿었으며, 부모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실망하는데도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끝냈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삶이 끝없는 여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예정된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그곳이 또 다른 출발점이 되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직 끝이 있을 뿐, 그리고 마침내 끝에 도달해 보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가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았다. -p124-125

젊은 시절의 악셀 랑네르펠트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알리세와는 문학이라는 접점에서 함께 글도 쓰고, 꿈을 꾸며 가정을 꾸렸지만 악셀의 성공뒤에 알리세의 지지와 희생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  악셀이 몇몇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작품집필에 대한 한계를 느껴가고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해가는데 혼자힘으로 버겁다는걸 느끼게 된다.  알리세는 아이들이 자란후에도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왜 집필을 하지 않았을까?  악셀의 성공.  그러나 점점 멀어지는 두사람.  그러면서도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가정은 포기 하지 못한다.

 

이혼은 안 될 일이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헤어질 이유가 충분하다 해도,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들이 있었다.  친구도 거의 없었고 부모형제들과 연락도 다 끊긴 마당에 어대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악셀 랑네르펠트 부인으로 남으면 지위라도 누릴 수 있는데.  허상을 유지하기 위해 치른 그 모든 희생-p164-165

문득 권력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니면서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문이라는 배경이 필요했던 알리세.  그녀가 그 모든걸 떠나 조금더 자유로울수 있었다면 랑네르펠트가는 다른 상황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악셀은 책의 밤 행사에서 할리나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알리세와는 소원해진지 오래되었고 그런 감정이 자신에게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하룻밤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집필에 전념하려하지만 할리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할리나는 악셀의 문학적 지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자신도 등단하고 싶었던 것이다.  악셀의 친구이기도 하고 할리나를 짝사랑하는 토리뉘.  할리나는 그런 토리뉘는 바라봐주지 않고 악셀에게만 집착한다. 할리나는 자신이 집필한 원고를 읽어달라며 보내기도 하고, 편지도 매일  보낸다.  급기야 악셀에게 아무 연락도 없자 그의 집에 찾아가 자신과 악셀의 하룻밤을 적은글을 출판사에 팔겠다며 협박을 한다.  

 

알리세가 느낀 것은 놀라움뿐이었다.  그녀는 촛대를 쥐고 있는 손을 보고는 그것이 자기 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손이 본능에,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라는 본능에.  알리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내면 어딘가에 그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알리세는 그 작은 성공을 위해 엄청나게 희생했다. 그 작은 성공을 위해, 살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조차도 두렵지 않았다.  -p313



알리세의 순간적인 살의는 본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악셀 랑네르펠트'라는 그들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를 위해 가려진 삶을 살았고 자신은 희생의 댓가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조차 두렵지 않았다.

 

얀-에리크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허리를 굽혀 손으로 삽자루를 쥐었을 때도, 따라잡으려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도, 문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자갈길에 누워 있는 움직임 없는 시신을 보았을 때조차도.  그가 느낀것은 놀라움 뿐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삽을 쥐고 있는 손에 닿자, 그는 그것이 자기 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손이 본능에,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라는 본능에.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내면 어딘가에 그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그 오랜 세월 분투하며 일궈 낸 작은 성공.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그 작은 성공을 위해, 그는 살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구덩이는 이미 파헤쳐졌다.  처음 땅을 판것은 앞서 간 사람들이었다.  31년 뒤에 그곳을 가족묘지로 만든 것은 다음 세대였다. -p384

대를 잇는 살인.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부모는 할리나를, 그의 아들은 할리나의 핏줄인 스칸센 놀이공원에 버려졌던 아이<크리스토페르>를 살해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독거노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가벼운 이야기 인듯 하지만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극중 관계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욕망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피붙이는 물론 살인까지 그들이 가진것을 지키기 위해선 정당화 시키는 그들이 이루고자 한 위업은  그 후광으로 과거 세대가 이루어놓은 후광으로 조금더 편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정녕 편하기만한 삶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과거, 그로인한 희생, 고통의 댓가로 이루어진 명성과 영광은 과연 가치있는 것일까?   결국 그러한 위업으로 이루어진 권위나 명성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끼고 싶었던것 아닐까?  그 당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과 행동들을 정당화 시키기 위한 결과물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더욱 포기하지 못하고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이지 않았을까?

 

나는 극히 일부분분의 내용만 담았다.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연결성등 생각지 못한 반전이 인상깊었고, 눈에 보이는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포장하고 그 거짓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고, 살인을 서슴치 않으며 지키고자 했던 위업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얼마나 본능적인지 잘 표현한 작품인것 같다.

 

어떤 이유로 우리는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순간의 환희와 감각적 황홀경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필요한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려고 하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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