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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이야기를들려줘요 #해문단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독파
"밥, 우리 모두는 흐르는 모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말하면서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정말로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 삶에 언제 들어오는지에 따라 그들의 허상을 만들어내죠. (중략)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순간이라도 - 어쩌면 평생- 같이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 자신도 자기 마음의 깊은 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_305~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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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행복했다. 그들 두 사람은 - 걷고 대화하고 - 그저 행복했다. _353p.
'이것은 밥 버지스의 이야기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500여 페이지의 분량에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소설이다.
밥의 소개로 올리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루시는 '기록되지 않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산책하며 걷고 말하고 그저 행복했던 밥과 루시, 가족들 간의 갈등, 전처, 전남편 현재의 관계들, 그리고 어느 날 벌어진 실종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과 그들 사이에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산책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던 루시에 대한 밥의 마음이 점점 커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감정, 그 애틋한 마음이 어디에 닿을지 두근거리다가, 거의 마지막장에 다다라 루시가 올리브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 이내 참지 못한 울음이 터져 나오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너무도 완벽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책장을 덮고 든 생각은 '이제라도 스트라우트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였다. 인간 내면의 세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소설, 정말 최근 몇 년간 읽었던 소설 중 손꼽고 싶은 작품이다. 그동안 작가가 집필했던 책의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한 이야기라니! 이전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읽는데 큰 지장이 없고 읽고 나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이 될 것이다.
이것은 밥 버지스의 이야기다. 메인주 크로스비 타운에 사는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자인 그는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에 예순다섯 살이었다. 밥은 너그러운 사람이지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은 모른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_13p.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루시 바턴이 올리브를 처음으로 만나 올리브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표현을 썼다. 기록되지 않는 삶.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금 그녀를 강타했다. _126p.
밥은 루시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쉬고 있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았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스쳤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가 말했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아요. 루시, 당신은 내게 음, 뭐랄까, 삶으로부터의 휴식을 주는군요."
"죄를 먹는 것으로부터의 휴식."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주 뿌듯한데요." 그리고 그녀가 덧붙였다. "나도 정확히 똑같이 느껴요. 다만 나는 죄를 먹지는 않죠." _260~261p.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요. 사람들은 살고, 희망을 품고, 심지어 사랑을 보듬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어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_492p.
사랑은 많은 형태로 찾아오지만, 사랑은 늘 사랑이에요. 그게 사랑이라면, 그건 사랑이에요." _509p.
우리 삶이 기록되지 않더라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무소음 객차에서 옆에 앉은 남자를 사랑했다는 루시의 그 엉뚱한 사랑 이야기처럼, 일상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일렁이게 한 그런 아주 엉뚱한 이야기라도 모든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마지막에 루시가 올리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었듯이, 그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더없는 행운일 것이다. _525p. 옮긴이의 말
#문학동네 #해문단2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