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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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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학창시절에도 과학엔 잼병이었고, 과학의 발전이 더이상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린시절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들이 요즘 들어 하나둘 이루어 지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도 과학의 발전은 끊임이 없을것 같기도 하다.  일상속에서 과학의 이야기를 정말 이야기하는 것처럼 끌어내는 사람, 어쩌면 어린시절 그의 작은 호기심이 오늘날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을 읽어가는덴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구성 방식도 독특하다.  10가지 재료를 다루는 10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작가의 일상을 찍은 평범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사진에 나오는 낯익은 사물의 재료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속'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각의 재료에 따라 변주가 일어나기도 한다. /p5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10가지 재료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등장하는 저자가 지붕에 앉아있는 사진 한 장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냥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갖가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은 읽는 동안 뇌가 즐거워 지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과학적인 접근이었다면 읽다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유년시절과 경험도 양념처럼 곁들어 하는 이야기들은 그가 어떤 이야기를 더 들려줄지 궁금함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야누스 입자는 전자책을 읽는 행위를 실제 책을 읽는 경험과 훨씬 더 비슷하게 만든다.  최소한 페이지 위의 단어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도 말이다.  기록된 단어의 미래 모습일까.  하지만 전자종이가 책을 완전히 밀어낼 것 같지는 않다.  종이 특유의 냄새나 느낌,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특징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이 적혀 있는 것을 사랑한다기보다 '책'이라는 형태를 사랑한다. /p85~86



더 샤드에서 다음에 일어난 일은 콘크리트의 잠재력을 찬양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강철과 유리가 천천히, 하지만 체계적으로 건물의 겉면을 덮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코어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것이 주는 암시는 분명하다.  콘크리트는 부끄러운 것이다.  바깥세상, 혹은 거주민들과 민낯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은 없다. /p114




이상한 재료나라의 미오도닉,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 갖가지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자기'라는 단어 하나 빼고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거나 들어보았을 단어들 아닌가?  이러한 단어들을 수식하는 단어들 조차 세련되서 이 사람이 과연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소설을 읽는 속도로 읽어 갔던 책.  어쩌면 우리는 주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전 책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신뢰하지 않는 평인데, 미오도닉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줄지...



흔히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발견할 곳이 남지 않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의 규모에서 볼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집의 아무 구석이나 들여다보라.  탐험으로 가득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력한 현미경을 쓰면, 가장 환상적인 특성을 지닌 생명체로 가득 찬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망원경을 써보라.  눈앞에 가능성의 우주가 열릴 것이다.  개미는 개미의 규모로 도시를 짓고 박테리아는 박테리아 규모로 도시를 이룬다.  인간의 규모와 도시, 문명에 특별한 것은 없다.  예외가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크기를 능가하게 해주는 재료를 가졌다는 점이다.  바로 유리라는 재료다.  /p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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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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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네 봉지나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려니 시드니 땅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JJ와 쇼핑한 물건들을 두 봉지씩 나눠 들고 걸어가는데,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p22



'난다' 에서 출간하고 있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드문드문,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제일 먼저 구입했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는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고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지난해 <소란>으로 먼저 접했던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식을 대신할 책으로 엮은 어쩌면 청첩장과도 같은, 한국이 아닌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을 살며 그들이 함께 쓴 책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지독히도 에세이적 취향인 내가 찾아 읽었던 적은 없던 작가라 그들이 함께 쓴 글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었다. 



박연준(35)·장석주(60) 두 시인이 함께 낸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는 책을 통해 두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과도 같은 책이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다./한겨레 | 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인생이 단 한 번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이렇게 살아도 되나?  목뒤가 서늘해질 때가 있다  내가 겪어온 '어제'들이 날아가버린 날들이 아니라 몸에 배이고 스미는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시간을 써왔구나, 나는 오래되었구나.  인생은 낡았다!  앞으로 더 낡아갈 일밖에 없는 것인가?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 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 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6~19 박연준




박연준 시인의 글을 시작으로 책은 시작 되고있다.   서로에 대한 고백과도 같은 시로 시작하는 박연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의 생활이 그들의 결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많은 글들이 출간 되었고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절한 사랑보다 서로의 믿음에 기반한 삶이 있는것 같다고나 할까?  길고긴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그들, 생각보다 많은 나이차에 놀랐지만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긴 시간동안 지내오면서 함께 사는 일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드니의 자연속에서 글을 읽고, 걷고, 자연속에서 많은 생각과 글을 집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니체는 날마다 걸으며 상상하고 발견하고 경이로 전율하면서 사유를 확장해나간다. 그는 철학사에서 빛나는 누구보다도 걷기에 열광했던 건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 /p171  장석주



우리는 매일 밤 죽는다  잠은 작은 죽음이다  날마다 잠에 드는 까닭에 날마다 죽는 것이다.  아침에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부활한다.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을 번갈아 겪으면서 큰 죽음을 맞는다.  잠이 작은 죽음이라면 큰 죽음은 영원한 망각에 드는 일이다.  작은 죽음들은 큰 죽음을 위해 드는 보험이다.  우리는 잠자면서 망각과 죽음에 드는 연습을 한다.  삶이라는 전투를 끝내고 망각과 안식에 들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죽음들을 잘 치르는 사람이 큰 죽음도 잘 맞을 것이다. /p194  장석주




공감하며 함께 거니는듯 읽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을 지나, 시드니에서의 사진들을 몇 장 지나고 나면 장석주 시인의 글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장석주 시인의 글이 어렵다고 해야하나?  문학교수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석주 시인도 조금은 쉽게 다른 문학서적의 인용을 조금 줄여 주었더라면, 박연준 시인과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내가 그의 글을 아직 접하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문장 속에서 마음을 붙잡는 문장들도 꽤 있었으니 그의 책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리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거닐었던 시드니,  함께여서 서로를 보듬으며 지냈던 한 달 여간의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끔은 그곳이 그리우리라 생각되는 시간들.  이 책을 읽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곳이 조금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되어 시드니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장석주 시인의 글을 다시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낯선 곳을 여행해보면 안다.

여행은 불편을 동반한 낯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리 익숙함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돌아와보면 안다.

익숙할 때 즈음 그곳을 떠나왔음을,

이곳의 익숙함이 달콤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지지만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조만간 권태에 빠져,

불편과 낯선 상황을 향해 달아나고 싶어할 것임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을 서울 밖에서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p100  박연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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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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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새들을 찾아다닌다.  그런 엄마가 새들보다 더 신기하다.  나는 어째서 엄마가 새를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9



지독히 낯을 가리는 내가 여행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바깥에서는 서로에게 느슨해진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슬쩍 열어버리는 순간, 삶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p69



해외여행에 눈뜨기 시작했던게 이십대 중반즈음이었다.  영어 울렁증도 컸지만, 그땐 패키지 상품같은것도 없었고 블로그가 활성화 되어있지도 않았던 때라 정보가 부족했달까?  지금은 넘치는 정보로 선택장에가 생길 정도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여행지를 결정하고 출발하기까지의 준비시간이 꽤나 길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보이기도 했고 겁이 많아서 였겠지만.... 그렇게 몇 번의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삼십대가 되었고 친구와 한 달여간의 일정을 잡고 친구의 지인이 계시는 LA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여행하기를 했던 적이있다.  그때의 경험은 그 동안의 여행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정해진 시간안에 누구보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경험하길 원했기 때문에 여행지의 풍경을 보고 즐기기 보다, 사진에 담고 이동, 이동....을 하는 바쁜 여행을 했다면 딱히 일정을 정하지 않고 여유있게 머물렀던 한 달여간의 여행은 현지인처럼 지내면서 하루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던것 같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들은 짜여진 일정대로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라도 여유있게 쉬면서 돌아보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에 목마른 갈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즈음, 한파로 한차례 몸살을 앓고 있던 때에 김남희 작가의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를 읽어보자고 집어들었다.  어쩌면 글로 나마 추위를 잊고 빠져들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 여행이 우리가 품은 질문에 답을 주진 않지만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긴 하지.  일단 나아가면 결국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던져진 질문과 마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p74



나는 얼마나 순진했던가.  한국에서 좋은 사람만 만났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으니.  오늘 나는 그의 운명을 쥔 사람인데 내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일한 6년 동안 부당한 대접과 차별에 잠을 이루지 못한 무수한 밤이 있었을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을 받기도 했을 것이며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에게 '좋은 나라' 였을 것이다.  그의 조국에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을 벌게 해주었으니.  내가 너무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는 좋은 '사장님'을 만나 인간답게 대접받으며, 선량한 동료들과 즐겁게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현실은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삶이 그러하듯. /p199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 그녀가 겨울을 피해 머물렀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은 아직 내가 방문해보지 못했던 여행지, 하지만 이미 여러번 읽었던 곳들이라 그 곳들의 변화가 낯설지 않았다고 할까?  세계각국에서 모여드는 여행객들 그리고 그러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들, 그 방송을 보고 몰려드는 여행객들...현지의 순박함을 외지사람들이 변하게 하는건지, 그들이 자본주의에 눈을 뜨게 된 것인지... 특히 라오스의 변화는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모 방송의 프로에 소개 되면서 그들이 다녀간 곳들을 한국관광객들이 섭렵하고 다닌다고 하니, 방송의 힘이 대단한건가?  3,4년전만 해도 라오스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지금이라면 글쎄... 선뜻 내키진 않는다.


 

"자신의 젊음의 고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스무 살 적에 사랑했거나 강렬하게 즐겼던 것을 마흔 살에 다시 살아보겠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광기,거의 언제나 벌을 받게 마련인 광기다."  카뮈는 그의 아름다운 산문 <여름>에서 이렇게 썼다.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광기에 불과할지라도 어쨌든 나는 다시 돌아왔다. 12년 만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일상을 꿈꾸며, 지금보다 젊었던 만큼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던 시절에 머물렀던 곳으로, /p247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막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그때 읽는 여행에 관한 글이다.  내 몸에 마지막 도시의 바람 냄새가 남아 있고, 미처 풀지 못한 짐이 한쪽에 쌓여 있고, 배낭에는 먼 도시의 이름을 단 비행기 짐표가 붙어 있고, 돌아왔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아 전화는 울리지 않고, 내가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떠나온 곳과 돌아온 곳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순간에 읽는 글들.'

언젠가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여행을 떠날 때 배낭 안에 가장 정성껏 챙겨 넣는 물건이 나에게는 책이다.  책 한 권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외로움이 절반으로 줄었다......중략......생각해보면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아 있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일상과 그 일상을 둘러싼 세계의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가장 온순한 방법으로 자신이 쌓아온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세계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p253



김남희 작가의 책이, 아마도 내가 읽는 첫 책이지 싶다.  책을 읽다가 이 작가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은근 골수 팬들이 많으시네,  읽다보니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검색하다가 다시 책읽기를 반복,  솔직히 읽기 전엔, 그냥 그런 여행에세이겠지 했는데 그녀가 선택하고 살아온 삶을 중간 날 것 그대로 드러냈을때,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읽다보니 페이자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고 아쉬운마음을 금할길이 없어졌다.  여행을 하는데 많은 정보가 필요하진 않을것 같다.  현재를 즐기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읽는 그녀의 글은 어떤 느낌일지,  다른 책을 구입해두고 언젠가 떠나게 될 그날 함께 떠났다 돌아와야겠다.



사람의 마음 하나에 의지해 타국에서 가정을 꾸리다니.  모국어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평생을 사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저이렇게 몇 달을 머물러보는 정도로나 만족할 뿐, 누짱이 잠든 포디를 데려가 눕힌다.  누짱과 세 아이들이 나란히 누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젖어든다.  가족, 내가 만들지 못한 것.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내것이 되지 못하겠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대신 평생 혼자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가끔은 그 길이 사무치게 서러울 때가 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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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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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편하게 즐겼던게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이후로 찾아 읽게 되지 않았던게 그 즈음 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삼십대가 되서야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으니, 그동안의 시간 동안 시집이나 책을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소설이나 에세이는 찾아 읽으면서 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간들, sns를 뒤적이다 문득 발견한 마음에 콕 박히는 짧은 글들은 그동안 내가 찾아 읽지 않았던 시들이 대부분이었고, 지난해 즈음 시를 찾아 읽어야겠다는 강렬한 끌림에 시집을 한 권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간간히 등장했던 탓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특히 시인의 공들이 작업은 저 보이지 않는 삶을 이 보이는 삶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사치는 저 세상에서 살게 될 삶의 맛보기다.  그 괴팍하고 처절한 작업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은 이 분주한 달음박질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기를 두려워하는 지쳐빠진 마음이다. / p031



시집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찾아 읽지 않았던 건, 학창시절 짧은 시 한 편을 몇 시간에 걸쳐 해석하고 시험을 치뤄야했던 그 지난함에 질렸던게 아닌가 싶다.  시험과 연관하지 않았던 시읽기는 즐거웠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분석과 공부는 자발적으로 '시'로 부터 멀어지게 한 시간이었으니까.  지금도 20년도 전에 구입한 손 때묻은 시집들을 보관하고 가끔 펼쳐보곤 하는데, 그 시절의 고민과 감정들이 새삼스러운 기분이라고나 할까? 



나태와 무책임에 형식이 없듯 악의 심연에도 형식이 없다.  미뤄둔 숙제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쌓아준 죄악이 우리를 마비시켜, 우리는 제가 할 일을 내내 누군가 해주기만 기다리며 살았다  누군가 해줄 일은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다.  아니 기다리지도 않았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 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며,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료해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 p098


사물을 새롭게 본다는 것은 말이 쉽지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사물에 자신의 온갖 신경을 다 바치면서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p126



현대시를 연구하며 문학비평가로 활동중인 황현산 저자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시와 다시금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었다고 할까?  처음 몇 장이 낯설어서 잘 넘어가지 않더니 뒤로 넘어갈 수록 책장이 휘릭 휘릭 넘어가는게 짧은 문장에 담긴 역사적, 시대적 배경과 시인들의 안타까운 삶을 읽으며 다시금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어쩌면 '시'를 더 이해하기 위해선 더 많은 글을 읽고 시대와 역사를 알아가야 겠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잠시나마 멀리했던 '시'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책읽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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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16년을 시작하며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들을 뒤적이다 그녀의 책을 집어들었다.  어쩌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나의 갈망이 그녀의 책을 먼저 손에 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삶을 보면 열정이 가득한 여자,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끊임 없이 노력하는 사람.  이란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한다.  방송인에서 여행작가로 거듭나기까지, 그리고 여행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회사를 꾸려가며 한 달이라는 긴 여행을 준비하며 그녀가 여행에서 비우고 채우고자 했던것은 무엇이었을까?  3년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평생 여행하고 싶어했던 나라였던 페루,  그곳에서라면 아버지와의 이별을 조금은 덜 아프게 보듬을 수 있을것 같다고 했다.  언제까지나 곁에 계실거라 생각하는 부모님과의 갑작스런 이별을 아직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일을 당한 그녀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가지 않기에 그녀가 페루 여행에 가진 큰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엔 한 달간의 여행.  준비 과정만 해도 아바타가 열 명쯤 필요했다.  여행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떠나기 전'부분을 만끽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희생이 따른다 해도 '쉼표'를 찍는 일은 기꺼이 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집 안 대청소를 해서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먼지를 떨어내듯 머리속도 켜켜이 쌓인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쁨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가끔 디톡스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영혼에서 독소를 빼내야 한다.  걱정, 불안, 경쟁심, 분노, 조바심 등을 내보내고 빈 공간을 마련하는 일.  그것이 바로 휴가다/p22



페루 여행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한없이 낮아지던 경험, 때로는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깨달음.  인간 능력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교만함을 버릴수록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  이것이 바로 페루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p115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의 설레임은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여행지의 일상으로 전환 되는듯 하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해박한 지식과 그녀가 경험했던 순간들을 글로 읽으며 나도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진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페루, 라는 나라에 대해 여행을 생각했었던가?  그렇진 않았던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이리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지, 아마도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이겠지만 가끔 이렇게 읽는 에세이들을 통해 새로운 나라, 여행지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느끼게 되는듯 하다.  스페인에게 정복당한 역사, 아마존과 안데스의 광활한 자연, 마추픽추와 잉카인들의 산책로, 티티카카 호수에서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 나스카 라인을 비롯한 잉카 시대의 유적들은 페루라는 나라와 잉카 문명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역사의 한 부분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깜찍하게도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QR코드를 만나게 된다.  호기심에 검색해보니 여행지에서 간간히 찍은 동영상을 QR코드를 찍으면 볼 수 있게해서 사진으로 보는 에세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역사는 쉬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그 역사의 강을 따라 흘러가버리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들.  창틀에 소복하게 쌓였다가 바람 한번 불면 포로로 날아가버리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짧은 여행길 같은 인생에서 욕심 따위는 버리고 걸어도 좋다.  죽음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애석해하지 말지어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인 것이니' /p155



손미나의 다른 책들에 비해 더 잘 읽어졌고, 즐겁게 읽어졌던건 여행작가로 시간을 보내온 그녀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일 테고, 여행지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통해 그녀가 좋은 에너지를 충분히 받고 돌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여행의 시작도 중간도 끝도 사람에게 시작하고 사람에게서 끝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만큼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그녀에게 좋게 작용하는 인연들이 우연으로만 생각하게 되진 않는것 같다.  아마도 생각하는대로 흘러가기 때문이지 않을까?  페루여행을 다녀와 비우고 채운 만큼, 다시 열심히 일상을 시작할 그녀.  그녀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페루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해도 좋을 만한 정보가 그녀의 글이 끝난 뒷 페이지에 너무도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페루여행을 계획중인 이들이라면 참고해도 좋을듯 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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