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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11월
평점 :
옛 사랑을 혹은 지금 당신이 빠져있는사랑을, 그리고 당신이 꿈꾸는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나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집에 쌓여있는 책을 생각하곤 살짝 마음을 접었던 책이었어요. 이후 지인들의 책평이 올라올때마다 살짝 궁금증을 더해갔던 책이었는데, 대구에서의 만남 그녀가 이쁜 엽서와 함께 수줍게 건네준 한 권의 책이 <노벰버 레인>이었답니다. 비가 올 듯 흐릿했던 날씨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곳에서의 시간들 때문었을까요? 즐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서울 오라오는길 피곤함에 탑승과 동시에 잠들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펼쳐드니 피곤은 저 멀리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네요.
서양인, 동양인, 가족, 연인, 노부부, 친구들, 다양한 사람들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잠시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가. 왜 그를, 그녀를 사랑하고 증오 하는가. 보고 싶은 마음,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매커니즘으로 생겨나는가? /p106-107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리고 작은 방에 관한 이야기. 사진이 있는 연애소설이라는 구성에 실화가 80%이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재익 작가가 소설화한 책이기도 합니다. 얼핏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에세이 같은 생각도 들고 한 편의 드라마를 읽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듭니다. 책에 관한 간단한 설명만 보자면 '사랑과 전쟁'류의 불륜이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빼고 본다면 불륜이 맞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 하나 미워 할 수 없었던건 그들만의 사랑이 있고 또 그럴수 밖에 없는 사연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몇 개월전 읽었던 정수현 작가의 <19 29 39>가 떠올랐던 건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가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했던 다른 모습들이 생각나서였던것 같아요.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인들이 있었다는걸 알게되고 그녀들을 만나보면서 그에게 자신이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이 있었다는걸 알게 됩니다. 어찌 이런일이?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남자 역시 밉지 않았던건 세 여자에게 모두 진심이었다는 점이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던것 같아요.
그 외에도 많은 이유로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내가 그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와 함께 있노라면 여고생 때 읽었던 시가 자주 떠올랐다. 사랑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취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소유가 되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p284
'사랑'이 무엇이길래....그 콩깍지에 씌우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걸까요?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전부 알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그 전부를 알고 있다고 더 행복해질까요? 때론 전부가 아닌 아주 작은 그 어떤것에 순간 사랑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어른이라고 자부했고 내 사랑에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먼저 지쳤고 내가 그의 나이쯤이 된 지금에서야 나이가 들어가는것 만큼 생각이 여물어가는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남은건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 조금은 달라진 내 모습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으니까요.
사랑에 대한 그 어떤 정의도 보편적일 수 없다. 사람마다 지문과 성격이 모두 다르듯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p295
기차에서도 환승하던 버스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읽는 분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 이재익 작가의 글과 김남지님의 사진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빠져들거에요. 내가 꿈꾸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드라마의 노래가사 처럼 내게도 그런 사랑이 오기는 할까요?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것 만 같은 겨울...그들의 사랑이야기 만나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