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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바움가트너 #도서협찬
#폴오스터
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_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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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_123p.
폴 오스터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는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가 생의 끝에서 아내의 빈자리와 상실, 지난 시간에서 길어올린 반짝이는 생애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이름과 같이 삶의 단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은 마치 정원을 이루는 나무들의 가지 끝을 더듬어가는 듯하다.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만나 40년의 세월을 살았지만 사고로 아내를 먼저 보내야 했고, 혁명 실패자였지만 양장점의 주인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낸 아버지에 대한 회상 등은 '상실'을 통해 찾아오는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기도 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꽤 소장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읽어보게 되었으니 소장 중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애틋한 사유를 전하는 폴 오스터의 빛나는 최종 장, 느리게 천천히 사유하며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은 흔히 말하는 영원히 젊은 부부, 결혼한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떠안는 책임이나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아이들 한 쌍, 종종 동정받고 가끔 부러움을 사는 바움가트너와 블룸, 자식이 없기 때문에 오직 서로와 자신들의 일을 위해 살게 되는 불임 부부가 되었다. 바움가트너에게는 애나와 함께 산 그 모든 세월 내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한 것 이상이었다. _104p.
그에게는 엄숙하지만 의기양양한 순간, 평생 다른 어떤 때와도 다른 시간이다. 감정의 큰 파도가 일어 정신이 강인하고 때로는 마음마저 차갑고 단단한 이 남자를 삼킨다. 그의 내장에서 대양이 일렁이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며 그 자신으로부터 그를 끌어내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마흔두 살에 마침내 아버지라, 그는 생각한다. _151p.
어떤 사건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진실이어야 할까, 아니면 설사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어떤 사건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을 진실로 만드는 것일까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느냐 아니냐를 알아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 어떻게 될까? _184p.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게 진실인지 진실이 아닌지 확실치 않을 때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_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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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