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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평점 :

#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도서협찬
#허주은 #가제본
"나리."
내가 조용히 말했다.
"언젠가는 죽음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나요?"
심 부장이 적갈색 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많은 처형 장면을 목격한 탓에 울면 눈물 대신 피가 흐를 듯한 눈이었다.
"아니, 설아."
심부장이 어린 동생을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은 사람이 보기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아." _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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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거야." _135~136p.
깊은 고요에 잠긴 도성, 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목을 찔리고 코가 사라진 얼굴은 오판서댁 여식으로 열아홉밖에 되지 않았다. 누가, 왜? 그녀를 죽인 걸까? 한 종사관의 지휘로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다모 설이 한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면서 원하는 소원 한 가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고 약조의 의미로 노리개를 받게 된다. 관청에 매인 다모, 왼쪽 뺨에 찍힌 노비의 표식. 하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오래전 헤어진 오라버니를 찾는 일도 멈추지 않는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5년이라는 시간을 다모라는 일을 하며 버텨낼 수 있을까?
천주교 박해, 왕이 승하 하고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의 어수선함, 연쇄살인 등 도성은 연일 사건이 끊이지 않고 한 소녀의 죽음이 어쩌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계속 생겨나게 된다. 아름다운 문체와 빠른 전개 생생한 인물들의 활약은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긴장감으로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가 없다. 호기심이 강하고 마음 따뜻한 다모 설의 활약, 어쩌면 이 사람이 오라버니??라는 궁금증을 잔뜩 남긴 채 가제본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19세기 조선, 연쇄 살인사건의 비밀을 쫓는 다모 설의 용감한 발걸음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
포도청에 들어온 날부터 내 삶은 기이하게 변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이르게 될지 보이지 않았고, 나는 틈만 나면 한양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하루하루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같이 저물었다. 비록 내 삶의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혜연이 시신의 이상한 점들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속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듯했다. _46p.
"수사에 관여하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중시할 책임이 있지. 무슨 결정을 하든 훗날 돌아보면 다시는 되찾지 못할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야. 그러니 다모 설아, 신중하게 임해야 해. 더없이 신중하게."
내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새장에서 풀려나 끝없는 하늘의 세상으로 던져져 자유 낙하하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_105p.
"어둠이 다가올 거야. 하지만 두렵다고 선행을 포기하지는 말아, 설아.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의미 있게 죽기는 어려운 법이지." _107p.
잠시 마음이 흔들리던 나를 붙잡아준 것은 내 기억 속 한 종사관의 말이었다.
진실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 범죄를 수사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_244p.
#창비교육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미스터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