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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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도서협찬

#천쉐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모두 좋아했던 사람이고, 결코 그런 방식으로 죽어서는 안 되는 여자였다. (중략)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누가 죽였든, 그녀의 죽음은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_202p.

2020년 첫 방영되어 수많은 이들이 '인생중드'로 꼽는 안젤라 베이비 주연의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 <마천대루>의 원작 소설. 드라마판에서 미처 용기 내지 못했던 모든 것을 담은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마천대루의 아부카페 매니저인 중메이바오, 상냥하고 다정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미모의 여자가 어느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메이바오가 사망한 날, 남동생 옌쥔과 남자친구 리유원이 방문했지만 모두 그날 떠났고 알리바이도 증명되었는데... 그렇다면 메이바오는 왜? 누가 죽인 걸까? 그것도 기묘하게 인형처럼 꾸며진 상태로...

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갇힌 셰바오뤄(경비원), 쇼핑중독과 저장강박증이 있는 예메이리(가사도우미), 공실에서 밀회를 즐기는 린멍위(부동산중개인), 첫사랑과 안정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린다썬, 광장공포증에 걸려 현관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린멍위, 카페아르바이트생 , 린다썬의 아내등 여러인물이 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메이바오의 남자관계도 복잡하게 드러나는데...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누구였을까? 왜 그들과 그런 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걸까? 하나의 문을 열어갈 때마다 복잡한 인간관계, 불륜, 불행한 과거, 광기 등이 꼬리를 물며 사건은 해결이 아닌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외로운 사람들, 사랑이란 무엇일까? 메이바오의 불행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녀가 단 하루만 일찍 그곳을 떠났더라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중 진실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었을 사람은 누구였을까?

단순히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 아닌 읽는 독자들이 추리하며 생각하게 되는 <마천대루>는 그런 잔인한 사건이 있었던 공간임에도 시간이 흐르고 비밀을 간직한 채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일상이 오히려 비통함과 씁쓸한 감정은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의 감상이 궁금해지게 되는 소설이었다.

☆<마천대루>는 범죄소설인 동시에 닫힌 문 너머의 고독을, 슬픔을, 비밀을 숨어 듣는 이야기다. _이다혜 기자

내가 뭘 바라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남이 시키고 요구하는 것에만 맞춰 살았어요. 어릴 때는 동생을 돌봤고, 조금 자란 뒤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은 빛을 감당하며 가족에게서 도망쳐 다니느라 너무 지쳤어요. 누가 날 사랑하는 게 두려워요. 사랑받는다는 건 족쇄가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랑받을수록 점점 더 무거운 짐에 짓눌려요._358p.

내가 죽인 걸까요? 내가 죽이지 않았다 해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으니까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일까요? 그녀는 한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입니다. 내 마음에 소위 사랑이라는 게 남아 있다면, 그녀에게 했던 내 행동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이제 모든 게 깨졌습니다. 메이바오는 죽었지만, 난 계속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구차하게 살아가겠죠. 난 그런 사람이니까요. _375p.

사랑받는다는 게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녀는 결국 비명에 죽었다. _469p.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마천대루의 외관이 밝아졌다. 옥상에서 아래를 향하는 조명 빛이 빌딩의 일부를 비추고 로비 앞 대형 조명도 켜졌다. 상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 전체가 런웨이처럼 빛을 발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정문을 나서거나 로비로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둥린은 로비 정문에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 사람들을 관찰했다. 혼자인 사람, 둘인 사람,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그의 눈앞을 지나갔다. 그는 자신이 이 마천대루의 모든 이야기와 비밀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얼굴과 그들의 이름, 나이, 주소, 직업, 그들이 안고 있을 인생 이야기가 그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인데도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_472p.

#인플루엔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추천소설 #소설추천 #대만소설 #허유영 옮김 #THE_SKYSCRAPER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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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셸터 -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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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셸터 #도서협찬

#게오르기고스포디노프

내 말을 믿으라고, 언젠가, 머지않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할 거야. 기억을 기꺼이 '잃기' 시작할 거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동굴에 숨기를, 돌아가기를 원하는 때가 올 거야. 그런데 행복한 이유로 그러진 않겠지. 우리는 과거라는 방공호를 마련해야 하네. 시간 대피소 time shelter라고나 할까. _62~63p.

_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살아 있는 과거 제조기,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우리는 시간을 먹고 과거를 생산한다. (중략) 과거는 분해되는가, 아니면 비닐봉지처럼 사실상 그대로 남아 주변의 모든 것을 서서히, 깊이 오염시키는가? 어딘가에 과거를 재활용하는 공장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과거를 이용해 과거 말고 다른 것을 만들 수도 있을까? 역으로 재활용해 비록 중고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미래로 만들 수는 없을까? 여기 이렇게 많은 질문이 생겨난다. _172p.

흐르는 시간 속에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삶. 하지만 과거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노인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시간의 부랑자라 불리는 가우스틴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알츠하이머'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세밀히 재연한 '과거 요법 클리닉'을 고안하고 한 건물에 층마다 각기 다른 십 년을 완벽히 재현한 최초의 클리닉을 만들게 된다. 소설가인 화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과거를 다시 산다는 것, 시간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때론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어쩌면... 그럴 지도라는 끄덕임과 그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 공간에서 회상에 잠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람은 얼마만큼의 과거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억을 잃은 자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시간이라는 새로운 국경이 생긴다면,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배치할 것인가? 라른 질문의 홍수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설과 현실의 경계, 인물들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순간 다가서기도 한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이 책을 언제든 다시 읽고 또 읽을 수 있도록, 절대 질리지 않는 책'을 보관하는 책장에 꽂아두었다." 추천사에 호감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왜 꼭 여기인가? 왜 스위스지? 60년대의 거실에 앉아서 나는 가우스틴에게 물었다.

『마의 산』에 대한 애정이라고 해두지. 다른 장소들도 타진해 봤지만 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투자를 해줄 사람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어. 여기에는 행복하게 죽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사람들이 많다네. _61p.

반드시 경험한 일만 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상상만 한 일이 과거가 되기도 한다. _68p.

일어난 이야기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어나지 않았다. _70p.

미스터 N에게는 친구도, 살아있는 친척도 없다. 전화할 사람도 없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76p.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은 신이 없다면 과 상응하는 말이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신은 거대한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죄악의 기억. 무한 메가 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클라우드. 건망증이 심한 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은 우리를 모든 의무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기억이 없으면 범죄도 없다. _96p.

시간은 특별함에 둥지를 틀지 않아.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지. 다른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평범한 어느 오후일 거야. 삶 그 자체를 빼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후······ _127p.

인간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다. 지난 삼 년간 아직 정신이 온전했을 때 아버지는 늘 '떠남'을 원했다. 아버지의 언어로 '떠남'은 죽을 수 있게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온갖 종류의 쪽지에, 심지어는 방의 벽지에도 그런 말을 썼다. 아직 글을 쓸 수 있는 동안에는. _154~155p.

죽음의 관광은 부유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안락사를 이용하지 않는다._163p.

공통의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떠날 때는 공유한 과거의 반쪽을 가져간다. 아니, 사실은 통째로 가져간다. 과거의 반쪽이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마친 반으로 길게 자른 종이의 반쪽을 들고 거기 적힌 글을 중간까지만 읽으면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읽는 셈이다. 그러면 누구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다른 반쪽을 들고 있는 사람이 없다. _318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소설추천 #인터내셔널부커상 #추천소설 #문학동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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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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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손에쥐어야했던황금에대해서

#도서협찬 #오가와사토시

이런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우연히 과거의 지인과 재회하고 얼마간 서먹한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또 보자" 하고 말하며 헤어진다. 대개, 이런 유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기적적으로 교차한 두 인생은 그 후, 두 번 다시 교차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이 흘러간다. _170p.

_

나는 다른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버리는 일에 정신을 빼앗겨 엉거주춤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었다.

이건 재능일까? 아니면 재능이 결여일까?

나는 '결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 역시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_244p.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저자와 동명인 소설가를 중심으로 여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편이라기엔 화자를 중심으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하나의 큰 틀에 담긴 퍼즐 조각같이 맞아들어가는 묘미를 느끼게 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여자친구의 권유로 자기소개서를 소설처럼 써보라는 권유에 취업이 아닌 프리랜서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과거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하고, 타인의 삶에 딱히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호기심에 자신이 직접 참여해 조사해 보기도 한다.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그런 행동들을 했을까? 하고 추측하고 관심 갖기도 하는 소설 속 화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책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라는 궁금증에 책의 내용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유쾌하고도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어 어쩌면 정말 저자 주변의 이야기, 또는 자신의 에세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저자의 뛰어난 필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문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 인생에는 원그래프로 표현할 수 없는 잉여가 있다. 나는 입사지원서의 공백을 향해 그렇게 반론을 제기했다. (중략)

"소설이요. 여태까지 수없이 읽어 왔잖아요. 입사지원서에 소설을 쓰면 되는 겁니다. 구직 활동은 소설이에요. 당신은 소설의 등장인물입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거짓이어도 상관없어요. 진실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_36~38p.

우리는 부분적인 진보 과정에서 악과 거짓을 내면화해 간다. 그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인 것은 틀림없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퇴화이기도 하다. 나는 성장하고 진보하며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을 용납하게 되었다. 입사지원서를 쓸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 대신, 수많은 분노와 슬픔, 기쁨을 잃어버렸다.

내게 구직활동이란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라는 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도 역시,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_15p.

'망각'이라는 현상은 불가사의하다. 우리가 '잊었다'라고 말할 때 많은 경우 우리는 완전히 잊은 게 아니다. 잊었다는 것은 어떤 기억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인데 어떤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는 건 기억하는 것이다. 즉, '망각'이란 한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중략) 진정한 의미에서 무언가를 '잊었을'때 우리는 기억의 부재조차 망각하고 만다. 즉, 잊었다는 기억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_82~83p.

#소미미디어 #솜독자3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나오키상 #일본서점대상 #소설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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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도시 인문학 수업 - 이름만 알던 세계 도시에 숨어 있는 특별한 이야기
신정아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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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도시인문학수업 #도서협찬

#신정아 #책읽는신쌤

3분, 이 정도의 시간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분 도시 인문학 수업』 20년간 중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신 유튜버 책읽는신쌤의 인문여행서이다. 인간의 정치, 경제, 사회적활동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다섯 가지의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책의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목차를 보고 관심이 있는 도시 위주로 읽다 보니 세계지도에서 도시의 위치를 찾아보기도 하고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 문학, 미술, 건축, 정치, 경제, 기술, 과학, 환경 등 많은 지식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도시, 예술을 품다

  2. 도시, 역사를 기억하다

  3. 도시, 혁신을 이끌다

  4. 도시, 자연과 공존하다

  5. 도시, 희망을 꿈꾸다

사실 프라하, 교토, 로마, 방콕, 타이페이, 런던 등 지명만으로도 지구상의 위치를 알 것 같은 곳도 있지만, 푸나푸티, 프라이부르크, 앵커리지등 지도를 자세히 찾아봐야 어디 즈음에 있는 도시인지 알 것 같은 도시도 있다. 오랜 시간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을 일으켜 살아온 도시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같이 느껴지는 건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에 좌우되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신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한 기분이 드는 건 책에 수록된 많은 사진들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자 하는 저자의 친절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날 너무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환경문제,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의 선정원은 고요히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곳입니다. 고요함, 평화, 관조, 깨달음이 이곳과 어울리는 단어지요.

문득 칼과 무사의 나라인 일본과 이토록 우아한 정원을 지닌 일본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인간이 세상을 완전히 가질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들과 전국시대를 통일하기 위해 서로를 베고 다투던 사무라이들은 모두 일본인입니다. 한 사회를 하나의 잣대로만 바라보아서는 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교토는 칼의 도시일까요, 선의 도시일까요. 둘 다 보아야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_51p.

『신곡』은 중세 막바지에 기독교 문학을 결산한 작품이자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불멸의 작품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신을 향하고, 신을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곡』에서 단테를 인도한 것이 누구입니까? _132p.

원래 두바이는 진주를 채취하며 어업에 종사하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게다가 1년 내내 비도 거의 오지 않는 사막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두바이가 어떻게 이렇게 부유해질 수 있었을까요?

페르시아만에 접한 아랍에미리트의 도시이니 당연히 석유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아랍에미리트 석유의 95퍼센트는 아부다비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_142~143p.

외국인 관광객들이 빈티지라며 사랑하는 아바나의 올드카는 사실 쿠바가 자동차를 수입하지 못해 오래된 자동차를 고쳐 타고 다니면서 생긴 풍경입니다. 경제 봉쇄로 인해 쿠바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잠시 왔다 가는 관광객들은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며 추억을 떠올리고 사진을 찍지요. _238p.

#글달출판사 #아날로그 #도시인문학 #여행에세이 #인문 #인문여행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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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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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유토피아 #도서협찬

#정보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생계와 연결될 때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연구소 로비에 잠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나는 어쩐지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지고 가야 할 먹고사는 걱정, 밥줄에 대한 집착이 무섭고, 그 집착이 앞으로 198주년, 298주년, 398주년····이 지나도록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연구소라는 곳에 발목 잡힌 채 끝없이 허덕여야 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서웠다. _48p. #영생불사연구소

_

무너져버린 세상에 혼자 남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평온했다. 세상은 황량했고, 아름답고, 자유로웠다. 콘크리트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가 사라졌다. 몸을 떨면서 나는 일어섰다. _161p. #여행의끝

<영생불사연구소>의 조금은 엉뚱 발랄한 행사 준비과정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 몇 줄에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준다면, <여행의 끝>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One more Kiss, Dear>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전개를 이런 마무리로 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고 <그녀를 만나다>의 마지막 문장은 그저 먹먹하게 앞서 읽었던 문장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되짚어보면 단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인상 깊어서 읽고 되돌아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되는 글이었다.

사실 이전에 읽었던 소설보단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 타임지가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추천사들을 읽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 긴장하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때론 웃프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불편하고, 오싹하지만 마음에 내려앉아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은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_362p.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사람을 죽였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서 밑에 있던 사람을 깔아 죽였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고치던 사람을 치어 죽였고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뜨리고 밀어내면서 장비는, 기계는, 기계로 가득한 생산 설비는, 공장은, 작업장은, 일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기계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그렇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고 끔찍하게 죽이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아니 그저 보고만 있는 건 아니고 사람과 기곗값을 계산해서 이득을 따지고 앉아 있었다. _241~242p. #그녀를만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뿌리와 두 발뿐이다. 거대한 기계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 뿌리마저 뽑힌 채 실험실이나 감옥에서 시들어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씨앗은 살아남을 것이다. 수많은 씨앗 중 하나 정도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서 어딘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기다린다. 지평선 너머에서 더럽고 거대한 기계의 날개 소리 대신 꽃가루가 날아오는 날을. _353p. #씨앗

#래빗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SF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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