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수업 - 일생에, 한 번은, 제대로
홍성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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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표현수업 #도서협찬

#홍성호

“일할 때, 말할 때, 글 쓸 때

우리말, 얼마나 제대로 쓰고 있나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가끔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검색해 보곤 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생각을 짧게, 또는 길게 글로 표현하며 살아가는 오늘, AI가 문장을 대신 작성해 줄 정도로 언어 환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연 그 글의 표현들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빌려주는 것도, 빌리는 것도 대출? / ’칠칠맞다‘ 칭찬? 비난? / 한나절은 6시간일까? 12시간 일까? / 먼지는 털어야 하나, 떨어야 하나? / 수입산 소고기란 말은 없다고? / 사과하다..’유감’의 정체는?

40여 년간 신문사에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힘 있고 세련된 언어’를 찾는 여정의 시작을 ’자연스럽게 쓰기‘라고 이야기한다. 문장을 억지로 만들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듯 스스로 읊어보며 말하듯 쓰는 법, 그것을 자연스럽게 쓰기라고 이야기한다. 거기엔 이치에 맞는 말과 글로 일상 대화에서도 논리적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누구나 알기 쉽게 쓰여 소통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은 세련되고 힘이 있어 긴장감을 갖게 한다.

1장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말

2장 틀린 줄도 모르고 습관처럼 쓰는 말

3장 자주 쓰지만 매번 헷갈리는 말

4장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말

5장 사라지고, 바뀌고, 살아남은 말

6장 조금만 바꿔도 글이 좋아지는 말

주제별로 나뉜 챕터는 관심분야부터 찾아 읽어도 좋지만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다른 페이지는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술술 넘어가고 책에 밑줄을 그으며 내 생각을 적어보게 된다. 그동안 맞다고 생각해왔던 말, 맞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뜻이었던 말,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사용하면 안 됐던 말까지… 페이지를 넘기며 만나는 우리말 표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 외에도 더 많은 우리말 표현이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지는 책. 우리 일상에 쓸모 있는 단단한 언어생활을 위해 한 번쯤 읽어볼 책으로 추천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말이 먼저 생기고 나서 문법이 나오는 것이지, 문법이 먼저 있어서 말을 맞추는 게 아니지요. 압도적인 다수가 “좋은 하루 되세요”를 쓴다면 언젠가는 그게 문법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을 인위적인 문법의 틀에 가둘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자유로운 ‘언어의 시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_24p.

‘같다‘를 꼭 써야 할 상황에서는 써야 합니다. 내용상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다만 무심코,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다‘가 확실치 않으면 걸릴 것이다‘라고 하면 됩니다. ’걸릴 것 같다’는 남용이고, ’걸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면 오용에 해당합니다. _65p.

‘칠칠맞다‘를 이해하려면 우선 ’칠칠하다’를 알아야 합니다. ‘칠칠하다‘는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라는 뜻입니다. 애초 나무나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검고 칠칠한 머리’같은 표현에 ‘칠칠하다‘의 본래 뜻이 남아 있습니다. (중략) 누군가를 가리켜 ’칠칠맞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를 매우 칭찬하는 말입니다. (중략) ‘칠칠맞다‘와 ’칠칠맞지 못하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므로 반드시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_85p.

글은 단어로 시작해서 단어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단어 하나만 잘못 고르면, 문장 전체가 어법에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겉보기에는 말이 통하는 듯해도, 그 말이 품고 있는 본래 뜻을 따져보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 _99p.

글쓰기에서 ‘-에 대한/대해‘라는 표현이 일본어투라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표현이 튀어나옵니다. 애초에 글쓰기 습관이 잘못 들었기 때문이지요. 무심코, 상투적으로 남발하는 게 늘 문제입니다. _263p.

#인플루엔셜 #우리말필수교양

#글쓰기 #인문교양 #도서추천 #book #추천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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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사람 주의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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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사람주의 #도서협찬

#조경란

엄마들은 자신이 노인이라는 걸 언제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글쎄. 난 이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마도 그냥 우리처럼 잘 몰라서 혼란스러워들 하지 않을까. 우리도 우리가 중년이 됐다고 인정하지만 그게 실은 어떤 건지. 거기에 뭐가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_75p.

_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는 거야._78p.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조경란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 202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일러두기>, 당해 김승옥 문학대상 수상작인 <그들>을 포함한 7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 이이다. 인물들이 반복해 등장하며 공통의 테마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보이는 중년의 인물들이 내면의 갈등과 불안, 외로움 등 이들의 세상은 점점 축소되고 유일한 가족을 염려하며 살아간다. (현실의 4~50대 모습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불안과 질문, 수시로 찾아드는 죽음 충동, 불안정한 삶과 가까운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고 가까운 이야기이기에 더욱 생생하게 읽히고 생각하게 되는 소설. 행간을 읽다 문득 마주하게 되는 문장에 빠져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지만 찬찬히 다시 읽고 싶은 소설. 관계에 지친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

어머니와 나의 문제는 사랑과 돈이 아닐지도 몰랐다. 우리는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모녀였다.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침착하게 말하고 듣고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채로 오십 년 가까이 살아온 모녀였다. 우리는 둘 다 갈 데가 없고 갈 데를 몰라, 그런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단지 같이 사는 서툰 여자들이었다. _30p.

나는 언제부터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라도 노인이 되고 싶지도, 더는 늙고 싶지도 않은 내가. 지금 내 쪽으로 한쪽 팔을 올려 자신이 거기에 있음을 조심스럽고 약간의 쑥스러움을 담아 표현하는 어머니는 어떤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서툴고 부족하여 혼란을 느끼는 사람, 부모에서 자기 자신으로의 역할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사람. 어머니는 어떤 과정의 사람으로 보였다. _39p.

화와 슬픔은 닮은 데가 있었다. 한 번에 멈춰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니까. _66p.

일러두기라는 게 있었네요.

(중략)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네요.

왜요?

그러면 미리 이해를 구할 수도 있고 안내 같은 것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_120p.

검은 간장 물이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어떤 사람들이 불안 없이 살까, 두려움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이 있을까. _171p.

남편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이 솟구치는 시간도 그런 때였다. 그런 마음을 너무 눌러놓으면 언젠가 크게, 너무 크게 터져버려 수습할 수 없어질 거라는, 지금껏 지켜온 생활이 모두 무너져버릴 거란 불안이 들었다._175p.

#독파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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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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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세대 #독파 #도서협찬

#백온유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는 그 산이 쑥대밭이 되길 바랐어요. 아주 오래전부터요. 그러면 저도 이 동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_55p. <나의 살던 고향은>

_

오랫동안 연수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간절한 존재이기를 바라왔다.

한두 번 혹은 두세 번, 할머니의 부름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자지 않으면서 자는 척했던 그 순간, 할머니는 정말 몰랐을까. 자신의 존재가 자욱한 외로움을 더 짙게 하지는 않았을까. 연수는 고통을 관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연수는 단 한 번도 할머니를 진정으로 측은해하지도, 가여워하지도 못했다.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애틋해하지 않는 삶이 세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삶이 세상에 남긴 생채기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_152~153p. <의탁과 위탁 사이>

고향을 떠나지 못해 누군가에게 자신이 지켜야 할 터전에 불을 놓아달라 부탁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기억을 읽어하며 유일한 가족인 딸과 손녀도 믿지 못하는 영실의 <반의반의 반>,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었던 <회생>, 돌봄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의탁과 위탁 사이>는 몇 번을 되짚어 읽었던 글이기도 했다.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약속의 세대』는 <나의 살던 고향은>, <광일>, <의탁과 위탁 사이>, <반의반의 반>, <회생>, <사망 권세 이기셨네>, <내가 있어야 할 곳>등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믿음과 불신을 보며 '이건 나의 이야기 인가?' '내가 했던 고민이잖아?'라는 과몰입에 빠져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해 때로 위안 받기도,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 균열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게 되지만 그 예상을 반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진심 많은 이들이 함께 읽어주시기를... (올해의 책으로 찜!)

'이렇게 사는 이가 나뿐 아니란 것은 위안인가, 절망인가. 못내 궁금해 다시 백온유를 잡는다. 기꺼이 그를 앓는다.'_이적

부모와 함께 살면서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 건 사실이지만 미세한 각도로 뒤틀린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따금 부모 간에 작은 언쟁이 있으면 다시 안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미지근한 슬픔을 느꼈다. 때가 되면 주저 없이 손을 놓을 수 있도록 연수는 스스로 마음을 다졌고 점차 부모에게 받는 사랑에도 무감해졌다. _142p. <의탁과 위탁 사이>

"있잖아. 나는 뭔가 탕진하고 싶은 것 같아. 돈이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말이야. 빨리빨리 쓰고 싶어. 나에게 주어진 걸 다 소진하고 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지루함도 끝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어."

연지가 이런 속내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수영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연지가 마음을 쏟을 대상을 벌써 정했으면 어쩌지. 그게 아기라면 어떡하지. 연지가 수영의 뱃속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아기. 수영은 정말 두려워졌다. 거짓말의 무게에 짓눌려 압사당할 것만 같은 날이었다. _224p. <회생>

모든 일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망가져버린 듯해, 모든 의욕이 꺾이곤 했다. 이미 글러먹은 삶을 저버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세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들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라고. 인간은 무작위로 그 사건들에 꿰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_322p.

#문학동네 #소설추천 #book #책선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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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하승완 지음 / 부크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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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날들이당신편이에요

#도서협찬 #하승완 에세이

잘 지내자는 말이 소중해진다.

너도 나도 분명 힘든 일이 있을 거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다.

내 편이 생긴 것만 같다.

그러니 우리, 꼭 잘 지내자._70p.

_

말은 오래 남는다. 어떤 말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어떤 말은 마음 한편에 박혀 한 사람의 숨을 오랫동안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하고 따뜻해야 한다. (중략)

어른이 된다는 건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온 끝에 조금 더 다정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흔들린다. 그럼에도 서로를 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_133~135p.

문득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오랜 시간 허우적대는 기간이 생기곤 한다. 무엇? 때문이라고 하기엔 소리 내어 나오는 감정이 아닌, 그렇다고 쓸어 담아 마음에 묻어두기에도 애매한 시간이 길어질 때면, 그 시간들을 책장 앞에서 서성이며 닥치는 대로 문장을 읽어가곤 했다. 새해가 시작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났고, 반짝이는 젊음이 지나 저물어가는 그 어디즈음을 서성이기 시작한 나이. 한때 열심히 읽었던 에세이도 크게 와닿는 게 없어 언젠가부터 읽지 않게 되었는데...

하승완 작가의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를 읽으며 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비교하게 되는 마음, 서툰선택도, 실패와 좌절의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걸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는 듯했던 글을 읽으며 응원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곧 성년이 될 조카를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가 마주하게 될 많은 시간들에 이 책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개인적으론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없어서 좋았음. ㅎㅎ

어떤 기쁨도 길게 머물러 주지 않는다. 설렘은 곧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이내 무심해진다. 지금 손에 쥔 것들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무뎌지고, 아무리 꽉 움켜쥐어도 만족감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삶은 모래와 같아서 붙잡으려 할수록 더 쉽게 흩어져 버린다. _16p.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내면의 기준에서 부끄럽지 않을 때 삶은 더 가벼워진다. 비교를 멈추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타인의 삶을 흘겨보지 않고 내 삶을 고요히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_35p.

버린다는 것은 꼭 지우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아주 정성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 마음을 다해 작별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더 가벼위진다. 그리고 다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담담하게 방향을 바꾸고 한 걸음씩 마음의 자리를 옮겨 간다. _86p.

참 이상하지.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잠깐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_201p.

#부크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추천 #추천에세이 #선물하기좋은책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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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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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가제본서평단

#네주시노

일이 벌어지고 나면, 일단 그런 일이 시작되고 나면, 일단 사람이 그런 일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그땐 너무 늦은 것이고, 일은 이미 벌어진 것이다. 어떻게든 중단시켜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절실하게 깨닫는다. 중단시키겠다고 혼자 다짐한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그 일이 닥친다. 막을 방도도 전혀 없고, 도와줄 사람도 하나 없다. 너무 나쁘게 보일 염려도 있고,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 사회는 너무 닫혀 있고, 너무 편협하다. 그래서 그 일은 계속되고, 가해자는 일을 또 벌이고, 다시 또다시 벌인다. 결국 피해자는 몇 해가 지나서야 드디어 벗어날 방도를 찾아낸다. _45p.

_

우리는 악을 무시할 수 없다. 악은 여기저기 도처에 있다. 악은 모든 것의 색깔과 맛을 달라지게 만든다. 악을 무시하거나 잊은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 우리가 악에서 도망치면 칠수록 악이 더 빨리 우리를 잡으러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세계에 들어가지 않고 가장자리에 버티며 살 수는 있다. 그 세계의 문턱에 머무는 법을 배우라. 그렇게 도전하라. _350p.

저자는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 단순히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닌 여러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하는 이야기는 범죄자와 피해자, 인간의 선/악, 문학작품, 동화와 전설 등 다양한 텍스트를 사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범좌자들은 피해자를 볼 때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음을 파악하고 대상을 선택하는 걸까? 평생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받은 피해자, 범죄자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면 면죄부를 받아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자신이 저지를 죄를 뉘우친다고 정말 달라질까? 왜? 왜?라는 질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성폭력이라는 것의 처벌이 얼마나 약한지, 방비책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자신의 의붓아버지와의 재판 과정에서 그는 순순히 자신이 한 일들을 인정했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건 피했다고 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파렴치함. 그럼에도 대외적으로는 호탕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 심지어 출소 후 저자 나이 또래의 여성과 가정을 꾸려 4명의 자식을 둔 가장이 되었다고 하니... (그 가정은 안녕할까?)

출력물 형태의 가제본 도서 <슬픈 호랑이>를 읽는 내내 연필을 손에 놓을 수 없었고 종이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끄적여두었는지, 읽는 내내 입을 앙다물고 읽었더니 책을 완독한 시점엔 턱관절이 뻐근할 정도... 자녀를 둔 이들이라면...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도 권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이라 말했고, 그의 가장 소중한 소원은 내가 그 대가로 자기를 사랑해 주는 거라고 했다._29p.

우리의 문화에서,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행위는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가.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강간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 강간을 분석하는 것이다._32p.

지옥에 갇혀 있으면,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아무 얘기도 들려주지 않으며,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그저 지옥 속에 있기에도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_117p.

나의 이 책은 강간의 흔적이 평생 간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책에 많은 독자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이 문학 속에 존재하는 방식은 내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룬 주제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언제나 나를 사로잡던 강박 관념이었다. 게다가 그 주제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원한 것도, 생각해 낸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남에게 강요당한 일을 매개로 존재한다는 것, 그건 지독한 악몽이었다._135p.

괴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정상 상태에서 너무나 멀리 벗어나 있기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고, 자신도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게 괴물이 아닐까? 자기들의 발기된 성기를 자기네 아이들의 몸속에 넣고,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들의 귀에 대고 세상에 있는 그 무엇보다 더 그들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자들이 바로 괴물이 아닐까? _207p.

아버지는 나만의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내게 주었고,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법과 고독을 즐기는 취향을 물려주었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문학에 대한 사랑이 생겨났다. 하지만 내 의붓아버지는 언어의 이중성과 침묵의 이중성을 알게 해주었다. 둘만의 그 내밀한 관계, 그것에 대한 혐오감. 내 글쓰기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_235p.

나를 강간한 자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을까? 어떤 점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할까? 내가 그를 이해할 가능성이 정말 있을까? _245p.

말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많은 것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 말하고 나면, 당연히 가족을 잃는다 마을도 잃고, 어린 시절도, 어린 시절의 추억도 잃는다.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진실을 얻기는 하지만,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_296p.

#열린책들 #이세욱 옮김

#프랑스소설 #페미나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추천소설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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