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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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감각 #도서협찬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자급자족하지 않는 우리에게 절기는 생산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계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유희적 장치다. 절기는 변하는 기후를 감각하게 만들지만, 내게 더 중요한 역할은 특정한 시기에 겹쳐 있는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는 데 있다. 그맘때 먹었던 것을 통해 당시의 미각적 즐거움, 공기, 함께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다시 같은 것을 찾는 반복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새로워지고 풍성해진다. _317p.

_

우리는 늘 새로운 맛에 설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그 멀어짐과 돌아옴 사이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중심축이 바로 절기 감각이라고 나는 믿는다. (중략) 나는 잘 사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여긴다. 계절마다 기다리는 맛이 있고, 함께 먹을 사람이 있고, 그 기억으로 오늘을 조금 더 견딜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_들어가며

농경사회에서의 절기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중요한 지표였겠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기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음식 정도일까? <절기 감각>이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의 24절기가 품고 있는 다양한 맛과 감각을 저자의 시선과 이야기로 짚어가며 희미해지는 절기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좋아하는 과일, 꺼려졌지만 읽으며 관심이 생긴 식재료,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흐려진 계절 감각이 시간이 지나며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를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절기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새로움의 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기란 계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해당 계절과 절기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들을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당시의 분위기와 추억을 쌓아가는 일상 속 작은 여유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개인적으론 식재료의 변화로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의 변화로 문득 절기를 느끼곤 한다. 문득, 지금 아이들이 '절기'라는 의미를 알까?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계절인 여름, 다양한 과일들의 향연으로 밥을 먹지 않아도 입과 몸이 즐거운 계절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절기 감각>을 읽으며 음식과 계절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풍성한 사진과 저자의 이야기로 읽는 맛과 보는 재미가 있는 음식 에세이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름 음식 하면 누구에게나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여름 음식에 얽힌 기억은 유난히 강하다. 아마도 여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어서 일 것이다. 더위가 숨을 조이고 습기가 몸을 짓누를수록, 음식이 건네는 안도와 해방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장 버티기 힘든 순간에 스치는 작은 기쁨이어서다. _183p.

기후 위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극지방의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고, 중위도와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대기가 정체되고, 그 결과 기록적인 폭우·폭설·가뭄·산불·허리케인·태풍이 이어진다. 이를 '기후 채찍질'이라 부른다. 참 적확한 표현이다. 전 인류가 지구 시스템으로부터 채찍질 당하는 형국이다.

현대 사회는 팍팍하다. 작은 기쁨과 일탈, 시시한 농담거리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그 작은 즐거움을 위해 탄소를 내뿜으며 키운 과일까지 먹어야 하는 걸까. _281p.

#이주연 #샘터 #음식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샘터출판사 #에세이추천 #24절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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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사로 인생 공부 - 내 삶을 비추는 명문장 100 필사집
오수경 지음 / Birdbox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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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대사로인생공부 #도서협찬

"나는 나랑 잘 지내고 싶어요."

남의 문장을 손으로 옮겨 쓰는 필사는, 그 목소리를 내 몸에 한번 통과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그저 좋은 대사였던 것이, 손끝을 거치는 순간 내 안의 어떤 감정과 부딪치게 됩니다. 그 부딪침이 이 챕터가 건네고 싶은 것입니다. 한 문장씩 따라 쓰는 동안, 이 대사들이 나를 비추는 작은 거울이 되기를, 그 거울 앞에서 나와 조금 더 친해지기를 바랍니다. _17p.

드라마를 좋아하는 않는 이들이라도, sns 문득 스쳐가는 문장에 마음이 사로잡혀 궁금해지는 드라마가 있다. 이 책은 총 100개의 드라마 속 명대사, 67편의 작품, 60명의 작가가 쓴 문장을 담고 있다. 어떤 작가가 이런 책을 엮을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드라마 담론을 쌓아온 오수경 대중문화평론가로 꾸준히 드라마 담론을 쌓아오며 오랜 시간 마음에 묻어둔 드라마 속 명대사들을 엄선해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필사집으로 였었다고 한다.

각 장을 시작하기 전 각 장마다 평혼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 장에 담긴 문장을 예상해 볼 수도 있고 좋아했던 드라마를 찾아 어떤 문장이 실렸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필사책이다. 새삼 드라마 속 명대사들일 이렇게 많았던가, 단순히 드라마 대사만 수록한 것이 아닌 드라마의 맥락을 짚어주는 해설과, 글로벌 팬들을 사로잡은 영문 타이틀 필사, 자유 공간 필사와 여유 있는 공간으로 필사하며 느낀 짧은 감상이나 순간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필사책이다.

<드라마 대사로 인생 공부>는 단순히 드라마 대사를 필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필사를 하며 나의 기록을 덧대어 남기며 나만의 필사책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고 함께 필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필사책들이 출간되어 있지만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인생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생각해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쯤 필사에 도전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항상 옳지 않아도 돼. 나빠도 돼. 남한테 칭찬받으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라는 <연애의 발견> 신윤희의 말처럼, 세상이 건넨 대본을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낸 문장들을 한 문장씩 따라 쓰는 동안, 나만의 애드리브를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기를. 대본 바깥에도 길은 있습니다. _59p.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은 '추앙'의 방법을 묻는 구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이 단순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장면으로 걸어갈 이유가 됩니다. 대단한 반전이 아니라 짧은 장면 하나, 작은 웃음 하나, 누군가의 응원 한마디가 극장 바깥, 삶을 나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에 모인 대사들도, 뜻밖에 만난 기분 좋은 쿠키 영상처럼 당신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이었으면 합니다. _238~239p.

#오수경 #버드박스 #명문장필사집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문장필사 #필사노트 #필사 #드라마대사 #드라마명문장 #필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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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느껴질 때
임수현 지음, 김지혜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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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느껴질때 #도서협찬

<천사가 느껴질 때>는 동시집 「미지의 아이」에 수록된 임수현 시인의 동시 '천사가 느껴질 때'가 김지혜 화가와 만나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한다. 책표지도 여름의 습한 공기를 한껏 머금은 듯한 여름 색깔 가득해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상상력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두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한 명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한 명은 작은 것들을 관찰하며 느리게 걸어가며 하교길에서 발견한 '이상한 것'을 이야기한다. 넓은 하늘에서도 바람은 길을 잃은 적이 없고, 웅덩이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득 안아주고, 노을은 날아오르는 오리의 손을 잡아주는... 그런 이상한 것들. 어른의 시선이었다면 이런 것들을 이상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이들의 시선으로 함께 걸으며 읽다 보니 그 상상력과 아름다운 그림에 빠져 그 그 이면에 담긴 더 많은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의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싶어 오감을 곤두세우게 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읽으며 짙어가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마중물로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천사가 느껴질 때 _임수현

고양이가 울타리 아래 새끼를 낳을 때

빗방울이 망설이지 않고 웅덩이로 뛰어들 때

시간이 동그라미 속에서 지치지 않고 갈 때

눈사람이 녹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때

장미가 가시를 미워하지 않을 때

오리가 연못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

내가 우산 없이 교문 앞에 서 있을 때

#임수현#김지혜 그림 #문학동네

#뭉끄7기 #그림책 #그림책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예쁜그림책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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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 내(외)향인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5
정재율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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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 #도서협찬

#정재율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매번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되지만, 무언가 '척하는'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싸우게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끄러운 걸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섬세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_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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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 많이 슬프고 외로울지라도

나는 여전히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내(외)향인' 내향인과 외향인 사이라는 부제에 이 작가의 글이 궁금해졌다. 성향이 확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어중간한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삶,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흐릿한 사람이 되어가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책 속의 문장을 헤매게 되는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에 섬세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들 열심히 사니까, 나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달리기만 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지난 시간 속에 나는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의 문장을 짚어 읽어가며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이 여기 있었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드는 순간, 이미 지난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가 있구나, 지치지 말고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나아가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문장들은 절대 가볍지 않고, 때로 울리기도, 피식피식 웃기게도, 진지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사이'에 머무는 이들에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모르겠다." 중얼거리면서도 어디론가는 가고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딘가에는 꼭 도착할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그래도 어쩌겠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길은 걸어가면 나오는데, 더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야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의 모름도 믿고 가봐야지. _37p.

치아가 아플 땐 걱정부터 든다. 현재 재정 상태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떠올리게 되니까. 어렸을 땐 아플까 봐 치과에 가는 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돈이 얼마나 나갈까 계산하다가 순간 무서움을 느낀다. 이럴 때 나는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다. 종종 치료를 받다 서럽게 우는 아이들을 마주하는데, 사실 나도 저렇게 소리 내 울고 싶다. 하지만 진정한 어른은 혼자 치과에 가서 울지 않고 적당히 타협한 다음 치료를 잘 받고 와야 하는 법이다. _67p.

어떤 공은 아무리 달려도 놓치기 일쑤였고, 어떤 공은 간신히 받아내기도, 어떤 공은 손쉽게 잘 받아치기도 했다. 매회 내 앞에 떨어진 공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는 인생에서 어떤 문제를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떤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었고, 어떤 일은 겨우 마무리하는 정도였고, 어떤 일은 힘을 쓰지 않아도 술술 잘 풀리기도 했다. 잠시나마 나는 테니스를 통해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_112p.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다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나만 이렇게 엉망진창인 건가? 물론 진짜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_124p.

가족은 우스갯소리로 세 마디 이상 넘어가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가족이란 대체 무엇일까 싶다. (중략) 하지만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래서 괴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잘 맞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이 적ㄱ정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지. 언젠간 후회할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 상처받지 않고 사랑만 받았으면 달랐을까. 효자가 되기란 참 쉽지가 않다. _166~167p.

#현대문학 #핀시리즈

#에세이 #에세이추천 #내외향인일기 #book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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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책깃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재용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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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성 #도서협찬

#루시모드몽고메리

‘나는 남의 손을 거친 삶만 살아왔어.’ 밸런시가 결론 내렸다. ‘삶의 모든 위대한 감정들은 날 그냥 지나쳐 갔지. 난 정말로 슬퍼했던 적도 없잖아. 누굴 제대로 사랑한 적은 있나? 나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걸까? 아니, 사랑하지 않아. 창피한 일이든 아니든 그게 사실이야. 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 한순간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더 나쁜 건, 어머니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거네. 그러니까 나는 어떤 사랑이든 전혀 모른다는 거지. 내 삶은 텅 비어 있어……. 공허하다고. 공허한 것처럼 나쁜 건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밸런시는 격한 감정이 일어 마지막의 "아무것도 없다고!"라는 말을 소리 내어 내뱉었다. _77~78p.

_

"저기가 우리 섬이에요." 그가 뿌듯한 듯 말했다.

밸런시는 보고·····보고····· 또 바라보았다. 호수 위로 투명한 연보라색 안개가 섬을 감싸고 있었다. 그 너머로 바니의 오두막 위에 손을 맞잡은 듯한 거대한 소나무 두 그루가 어두운 탑처럼 솟아 있었다. 그 뒤로는 저녁놀이 남아 있는 장밋빛 하늘과 희미한 초승달이 있었다.

밸런시는 갑자기 바라멩 흔들리는 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영혼을 휩쓸고 가는 듯했다.

"푸른 성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오 나의 푸른 성이에요!" 그들은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 섬으로 향했다. 일상과 익숙한 것들의 영역을 뒤로하고 신비와 마법의 영역에 도착했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고····· 무엇이든 진실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_229p.

스물아홉 살의 밸런시 스털링은 엄격한 대가족의 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본 적이 없다. 규칙적이고 엄격한 삶, 이젠 시집 못 간 노처녀 취급까지 받으며 밸런시의 마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심장병으로 인한 시한부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죽게 된다니!!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처럼은 살기 싫다! 마음 가는 대로 살기로 결심한 밸런시는 집을 나가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시의 병간호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스털링 가족들은 드디어 밸런시가 미친것 같다며 평판을 위해 어떻게든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하지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밸런시에겐 스털링이란 집안은 이제 의미가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른 시한부인 삶, 당장 오늘 내가 기쁘고 행복한 게 다인 걸! 마을에서 괴짜로 소문난 바니 스네이스와도 종종 어울리게 되면서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고백하며 청혼하면서 그와 함께 바니의 아름다운 섬의 '푸른 성', 드디어 자신만의 푸른 성을 만나게 되어 꿈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밸런시와 바니, 어느 날....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밸런시는 자신의 불치병에 의심을 갖게 되고 후반 몇 페이지는 정말 숨 가쁘게 넘어간다. 바니의 정체가 정말 생각지 못한 반전이었음!!! ㅋㅋㅋ 뭉클하기도, 쿡쿡 웃음이 나기도, 이 사람들 참~ 속물이네 하면서도 '너네만 행복하면 됐다.' 하는 결말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던 <푸른 성>은 꿈처럼 달콤하고 강렬한 고전 로맨스를 보여준다. 지금 가장 새롭게 읽는 고전 책깃 클래식, 책표지도 아름답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자신의 삶을 찾아 당당한 삶을 나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밸런시는 고집이라곤 부려본 적이 없었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어떤 반대도 용납하지 않았다. (중략) 현실에서는 늘 겁에 질리고 위축되고 억눌리고 무시당하는 밸런시였지만, 공상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거침없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다. 스털링 일가와 주변 친척들은 그 사실을 짐작조차 못 했다. 어머니와 스티클스 고모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밸런시의 집이 두 곳, 그러니까 엘름 가에 있는 흉한 붉은 벽돌 상자 같은 집과 스페인에 있는 푸른 성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밸런시는 기억이 미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푸른 성에 살았다. _10~11p.

밸런시는 닳아서 해진 듯한 자신의 영혼을 신들의 작업장에서 막 만들어진 새로운 영혼으로 바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한 삶은 늘 지루했고, 무색무취했고, 무미건조했다. 이제 그녀는 보랏빛 향기로운 작은 제비꽃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마음껏 꺾을 수 있는 그녀의 꽃이었다. 바니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무슨 일을 했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든 무슨 일을 하든 그 누구도 이 완벽한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순간의 매력에 완전히 몸을 맡겼다. (중략) "대가를 치르고 겪은 일은 온전히 자기 것이죠. 그러니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경험은 절대 당신 것이 될 수 없거든요. 뭐, 세상이라는 게 옛날부터 참 묘해요." _190~192p.

고통뿐인 삶이지만, 그래도 삶이었다. 지난 몇 분..... 아니, 지난 세월 동안의 반쯤은 죽고 반쯤은 살아 있었던 그 끔찍한 상태보다는 나았다. _317p.

#책깃 #창비교육

#김재용 옮김 #책깃클래식 #고전로맨스 #창비 #소설추천 #고전추천 #book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문장발췌 #문장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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