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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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도서협찬

#정혜연

여기서 우회전을 해야 했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 그때였다.

왼쪽에서 뭔가가 눈앞으로 확 끼어들었다. 그게 무엇인지도 인지하기 전에 균탁은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며 브레이크를 향해 다리를 쭉 뻗었다. 차를 멈춰야 했다. 그런데 차가 굉음을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핸들이 돌아간 상태라 차는 인도의 연석을 넘어 위로 튀어 올랐다. (중략)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균탁의 귀를 찢고 들어오는 비명이 있었다. _23p. [노균탁]

_

'연희를 죽인 건 우리가 아냐.'

혜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말이 맞았다. 연희를 죽이고 자신을 불행의 구덩이에 처넣은 것은 연우도 영준도 아니었다. 그 악마였다. 연희를 죽여놓고 목숨 값으로 죄를 벗고자 했던, 기자들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쇼를 부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수를 쓰는 그 악마가 이 모든 일을 만들었다. 그 악마가 연희의 목숨을 끊고, 자신의 숨을 막고, 우리 가정을 파탄 냈다. _91p. [김혜정]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더블>등 속도감 있는 문체와 뛰어난 몰입감, 사회적인 이슈도 놓치지 않는 정혜연 작가의 신간 『드라이브』. 이 소설은 딸을 사고로 잃은 엄마 김혜정과 사망사고를 낸 고령의 운전자 '노균탁'의 이야기로 나누어 전개된다. 이 책은 뒤표지가 없는 책으로 책을 뒤집으면 또 다른 앞표지가 나타나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이야기를 읽으며 양측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읽게된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시대,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사고의 희생자라고 하니 사회적으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게 들려오는 요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혜정의 딸이 교통사고로 인해 처참한 시신으로 돌아오고,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처참히 밟아버린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파괴한 노인을 용서할 수 없다. 피해자 가정의 절절한 마음은 시간이 흐른다고 과연 이 아픔이 치유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가해자의 노균탁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손주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차 앞에 끼어든 무언가를 피하려다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을 밟아 차가 급발진해서 정류장을 들이받아 소녀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소녀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죄책감 딸과 사위가 공탁금 마련을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인 걸 알고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건은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우리 모두가 읽고 함께 이야기해 봐야 할 책이 아닐까?

머리는 희끗하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늘어져 있었다. 어깨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70대는 넘었을 법한 할아버지였다. _28p. [김혜정]

"실수는 남의 발을 밟는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_53p. [김혜정]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죄를 지었으니 처벌은 받아도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죽은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부모는 평생 멍에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심장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_52p. [노균탁]

#앤드 #넥서스북 #&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추천소설 #드라이브_정혜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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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나에게 다정한 글을 써주기로 했다 - 자기 긍정과 마음 치유를 위한 글쓰기 필사 노트
김애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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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필사단

#나는매일나에게다정한글을써주기로했다 #김애리

저에게 필사는 삶을 사랑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고요하지만 아주 열정적인 사랑 방식이지요. 나는 여전히 어리숙하고, 사는 건 여전히 힘에 부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무언의 외침이기도 하고요. 아니, 어쩌면 저는 필사를 하는 내 모습 그 자체를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작은 스탠드 하나 켜고 앉은뱅이 책장에 앉아 사각사각 글씨를 써 내려가던 내 모습. 마음이 갈피를 잃고 조각 나 있음에도 나는 자신을 내팽개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핖사'라는 방법을 통해 돌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 돌아봐도 엄청난 위로가 되거든요. (중략) 의미를 새기며 꾹꾹 눌러쓴 문장들은 우리의 영혼 깊이 새겨지는 언어들이기 때문이에요. 필사란 그런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하지만 가장 단단하게 길을 내는 일이지요. _프롤로그

'필사'라는 용어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좋은 책의 글귀를 옮겨 적는 일을 해온 저자의 내공이 담긴 『나는 매일 나에게 다정한 글을 써주기로 했다』는 '이 구절은 살아가는 내내 나에게 등불이 되어줄 거야', '이 문장에는 나의 한 시절이 담기는구나'처럼 느낌이 오는 문장들을 모은 것 중, 또 엄선해서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다정한 필사책이다.

작고 사고한 일의 반복, 평범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특별한 일들을 일어나고 우리는 매일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필사, 내가 직접 움직여서 행동해야만 나에게 오는 문장들, 하루 5분 10분의 시간이 매일, 아니... 일주일에 2~3번이라 쌓이게 된다면 어떨까? 퇴근 후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오늘 필사할 문장을 고르며 '왜? 필사 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 10분, 또는 아주 잠시라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 오늘의 다정한 문장을 필사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rhk #알에이치코리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필사 #필사노트 #필사북 #도서협찬 #기록 #명언 #필사추천 #선물하기좋은책 #필사연습 #문장발췌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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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탕 웅진 모두의 그림책 71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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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탕 #도서협찬

#권정민 그림책

엄마는 시간을 잘게 쪼갰다.

"10분 내로 준비해."

또 시작이군.

"3분 후에 불 끄는 거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1분 남았어! 빨리 정리하고 자!"

제발 저 소리 좀 멈췄으면······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잘게 쪼개 쓰는 엄마, 그만큼 잔소리도 많은 엄마. 아이는 그저 책을 좀 더 읽고 싶었을 뿐이고, 엄마의 다그침이 싫어 간절하게 기도했을 뿐인데.... 다음날 엄마가 묵중한 회중시계로 변해버렸다.

시간에 집착하는 엄마와 "내가 왜 그래야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던 아이.. 엄마가 회중시계로 변하고 다그침이 사라진 조용한 아침 아이는 천천히 밥을 먹고 느긋하게 난생처음 지각을 하며 학교에 다녀온다. 그. 런. 데... 엄마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다시 원래의 엄마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아이는 고장 난 엄마를(회중시계) 고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가까스로 시계 고치는 곳을 찾았지만 할머니는 오늘부터 휴가라며 내일 시계탕으로 와보라는 의문의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시계탕??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의문의 장소를 향해 아이는 자신보다 큰 시계를 싣고 낯선 곳으로 향한다. 목적지를 알지 못하고 무작정 향했던 발걸음이 드디어 시계탕에 도착하게 되는데... 엄마를 시계탕에 쉬게 하고 내내 엄마 옆을 지키던 아이는 단잠에 빠져들고, 그사이 할머니는 시계들을 고치기 시작한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고,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엄마의 휴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게 되는 그림책. 무엇보다 아이가 엄마 시계를 데리고 모험하는 과정이 너무도 흥미진진해서 몇 번이고 읽게 되는 그림책이다. 시간 재촉을 엄마의 잔소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잠시 함께 풀어져도 좋을 시간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엄마는 가끔 고장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죠.

그땐 나사 몇 개를 풀어 주어야 한답니다.

시간이 있다면 엄마와 함께 시계탕으로 떠나 보세요.

가는 길에 재미난 모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_작가의 말

#웅진주니어 #그림책 #엄마도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그림책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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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 할아버지와 분실물 보관소
이영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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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할아버지와분실물보관소 #도서협찬

#이영림 그림책

분실물 보관소는 마을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모아 둔 곳입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어느 아침,

뭉실 할아버지가 서둘러 동쪽 분실물 보관소로 향한다.

"흠, 바람이 올 때가 됐는데...."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두 모여있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특별히 부탁한 물건을 받아 길을 나선 할아버지. 물건을 전달하러 가는 길,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다시 길을 출발, 중간에 거대한 발을 만나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기도 했지만 멍뭉이와 할아버지의 활약으로 무사히 탈출! 거센 바람을 만난 할아버지는 바람을 타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탱해 주는 존재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모험처럼 표현한 그림은 우리 집 거실 소파 뒤, 아니면 그 사이 작은 공간에서도 무언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될지도.... 아이들이 페이지를 넘기며 신나서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 그림책, 즐거운 상상이 아주 작은 것들의 다정한 세계로 안내하는 그림책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그림책 #뭉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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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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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도서협찬

#허주은 #가제본

"나리."

내가 조용히 말했다.

"언젠가는 죽음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나요?"

심 부장이 적갈색 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너무도 많은 처형 장면을 목격한 탓에 울면 눈물 대신 피가 흐를 듯한 눈이었다.

"아니, 설아."

심부장이 어린 동생을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은 사람이 보기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아." _230p.

_

"사람은 죽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거야." _135~136p.

깊은 고요에 잠긴 도성, 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목을 찔리고 코가 사라진 얼굴은 오판서댁 여식으로 열아홉밖에 되지 않았다. 누가, 왜? 그녀를 죽인 걸까? 한 종사관의 지휘로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다모 설이 한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면서 원하는 소원 한 가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고 약조의 의미로 노리개를 받게 된다. 관청에 매인 다모, 왼쪽 뺨에 찍힌 노비의 표식. 하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오래전 헤어진 오라버니를 찾는 일도 멈추지 않는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5년이라는 시간을 다모라는 일을 하며 버텨낼 수 있을까?

천주교 박해, 왕이 승하 하고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의 어수선함, 연쇄살인 등 도성은 연일 사건이 끊이지 않고 한 소녀의 죽음이 어쩌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계속 생겨나게 된다. 아름다운 문체와 빠른 전개 생생한 인물들의 활약은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긴장감으로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가 없다. 호기심이 강하고 마음 따뜻한 다모 설의 활약, 어쩌면 이 사람이 오라버니??라는 궁금증을 잔뜩 남긴 채 가제본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19세기 조선, 연쇄 살인사건의 비밀을 쫓는 다모 설의 용감한 발걸음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

포도청에 들어온 날부터 내 삶은 기이하게 변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이르게 될지 보이지 않았고, 나는 틈만 나면 한양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하루하루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같이 저물었다. 비록 내 삶의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혜연이 시신의 이상한 점들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속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듯했다. _46p.

"수사에 관여하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중시할 책임이 있지. 무슨 결정을 하든 훗날 돌아보면 다시는 되찾지 못할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야. 그러니 다모 설아, 신중하게 임해야 해. 더없이 신중하게."

내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새장에서 풀려나 끝없는 하늘의 세상으로 던져져 자유 낙하하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_105p.

"어둠이 다가올 거야. 하지만 두렵다고 선행을 포기하지는 말아, 설아. 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의미 있게 죽기는 어려운 법이지." _107p.

잠시 마음이 흔들리던 나를 붙잡아준 것은 내 기억 속 한 종사관의 말이었다.

진실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 범죄를 수사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_244p.

#창비교육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미스터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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