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이라고 말해
우웸 아크판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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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아공 월드컵이 개최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되고 관련 서적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것 같다.   이 책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예수회 사제인 우웸 아크판이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토대로 쓴 5편의 중.단편 소설들이다.  현대 아프리카의 모습들이라 하기엔 우리의 삶과는 너무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책의 내용, 그리고 어쩌면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아닌 어린 아이들이 힘들게 살아야하는 그런 삶도 있다는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성찬>

빈민가의 장녀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열두살 어린나이에 자신의 꿈을 접고 거리에 몸을 팔러 나서야 했다.  그의 가족들은 그럼에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본드에 의지해 배고픔을 환각상태로 버텨야 했으며 일부 생활비는 동생을 학교보내기 위한 돈으로 모아야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아들이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켜야한다는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는걸까? 아니면 이런 생각은 전세계적으로 같은 것일까?  그런 누이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장남.  그럼에도 생활은 점점 힘들어져 결국 돈을 벌러 먼길을 떠나는 누이.  아마도 나는 직접 겪지 못했지만 우리의 역사속에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엔 눈길을 잡아끄는 글이었다.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순수하기만 한 어린 남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  삼촌은 아이들이 가봉에가면 좋은 학교,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거라고 한다.  아픈 부모에게도 약을 주고 집을 새로 지어준다고 한다.  남매들만 가서 양부모의 말을 잘 들으며 생활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거라고 한다.  아이들은 삼촌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삼촌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일이 꼬이기 시작하며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대략 예약되는 진행이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부분 이었다.  호의와 사람좋은 가면을 쓴 어른들의 실체를 알아가는 남매들.

가슴 가득 자책감이 차올랐다.  내가 삼촌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더라도 내게도 책임이 있었다.  어쩌면 구타를 당해야 했던 사람은 삼촌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몰랐다.  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고, 빅가이, 양부모, 축구 코치 못지않게 나 역시 나쁜 인간으로 여겨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한테서 사악함을 배운 것 같았다.  나는 적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미소 짓는 법을 배웠다.  - p194

 

<이건 무슨 언어지?>

짧은 단편이었지만 늘 함께하던 단짝 두 어린 소녀가 어른들의 종교 갈등 때문에 만날수 없게 된 뒤에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며 대화를 나누는지 보여주는 동화같은 따스한 이야기였다.

 

<럭셔리 영구차>

열여섯살 무슬림 청년이 종교내전의 발발로 아버지 고향인 남부로 피신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그리스도교 사람들로 가득찬 '럭셔리 버스'를 타고 가면서 겪는 일을 담은 이야기.   좁은 버스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하는 열여섯 살 무슬림 청년.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온통 신경을 바짝 곤두 세우고 가족사를 회상하면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고분군투하는 소년의 내면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부모님의 침실>

제일 묵직하게 다가왔던 단편이었다.  1994년 르완다에서 3개월 동안 약 80만 명이 야만적으로 살해된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라고 한다.

부족을 다른 부모를 둔 어린소녀 모니크는 단지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죽이는 참혹한 살상과 폭력을 목도한다.  딸이 광포한 사람들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기위해 엄마가 어린 딸에게 당부하는 말 "같은 종교를 믿는다고 말해", 이는 "한편 이라고 말해"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같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엄청난 종교분쟁.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기술된 그 현장들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차마 참혹하고 잔인한 것이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행에세이에서 간간히 만나왔다.  그리고 유니세프 후원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내오기에 가끔이나마 그곳 아이들의 소식을 전해듣는 정도였다.  <한 편 이라고 말해> 책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솔직히 그리 묵직하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급기야 잠시 쉬어 읽기를 반복했다.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이 처한 가난, 굶주림, 아동학대, 어린이 인신매매, 종교, 인종분쟁등의 참혹한 현실속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문구가 아닐까 싶다.  모쪼록 그곳의 아이들도 문명의 혜택을 받고 꿈을 펼칠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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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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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제목이 너무나 눈길을 끌어 다른 책표지 글들은 눈이 좀 적응된 후에야 들어왔다.  <임신 캘린더> 어? 이걸 왜 내게?  하며 가우뚱 하며 책표지며 작가프로필을 보니 책의 제목 책속 단편 제목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도 보유중인 도서인 <박사를 사랑한 수식>의 오가와 요코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책은 <임신 캘린더>가 처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라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투명한 악몽처럼 오싹한 세 편의 소설이다."

 

책표지 이 한줄의 문구가 약간 망설이게 했다.  워낙 공포물이나 잔혹스릴러와는 담을 쌓고 있는지라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안의 내용을 휘릭~ 들춰보았는데 그런 내용들은 아닌것 같다.  "그럼 무슨 내용이지?" 더욱 궁금해진 책의 내용.  책은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임신 캘린더/ 기숙사 /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임신 캘린더/

임신을  한 언니, 여동생, 형부 이 세명이 주요인물이며 임신을 한 언니의 심리상태를 보는 동생을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상적으로 알고있는 '임신' 하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는 축복받는 임신,  축하받지 못하는 임신.   <임신 캘린더>에서 임산부인 언니의 심리는 임신을 타인의 일인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새 생명을 '생물'이라 지칭하기에 이른다.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그 순간, 에이 다 꿈이었잖아 하면서 기분이 후련해져.  그런데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내 배를 보면 다시 우울해지는 거야.  아아, 내가 이 아기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어." -64  '

 

어쩌면 '임신' 어쩌면 당사자에게도 축하받을일 만은 아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이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이 기혼자의 임신은 '축하받는 일' 이라고 각인 된건 아닐까?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엇 도망칠 수 없어." 언니가 임신에 대해 표현한 말이 처음엔 '뭐 이런사람이 있지? 싶었지만 그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왠지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모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자의 심리에 대해 날카로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 임신에 대한 새로운 작가의 시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신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중인 언니에게도 임신이란 2년간의 기초 체온표의 변화, 입덧으로 음식을 멀리해야하는 요인이며, 초음파를 통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이런 언니를 곁에서 보살피는 동생의 무던함도 눈여겨볼만 했다.  언니의 심한 입덧에도 무엇이든 먹이고자 노력하고 집안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괴로워하자 정원에서 밥을 먹는다.  절대 반항하지 않는 동생.  그저 언니 옆에 있어주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그리고 언니의 남편도 아내의 임신을 방관? 지켜보는 제 3자 같다.  설레임도, 거부반응도 없지만 아내의 기분이나 몸상태에 대해 새로운 상황이 되면 조용히 있는것으로 상황을 대처한다.  임신이란게 뭔지 알기나 하는걸까?

 

등장인물 누구도 생명의 존엄이나 부모가 되는 기쁨, 책임감, 아이의 장래에 대한 희망이나 현실감을 볼 수 없다.  어쩌면 우린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보존이나 종족의 보존은 생물의 본능이라고 배웠지만 우린 본능적인 행동에서 점차멀어지고 있다.  태어난 아기들은 다 이쁘다.  그 아기들을 이뻐 할 줄은 알지만 막상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큰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투명한 악몽 처럼 오싹한' 감정을 얼핏 알 것도 같다. 

 

책에는 세편의 단편에 세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세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느낌은 책 표지 짧은 한줄로 표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때가되면 찾아올 기다림의 끝.  출산, 멀리 떠난 남편과의 재회, 결혼은 어쩌면 여자에게 인생을 살면서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  저 편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다.  그 끝을 보기 전까진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늘 곁에 있는것 아닐까? 

한번 읽었을때는 '뭐지?' 했던 책의 내용이 두번 읽었을때 곁에 살짝 와 닿았다.  하지만 아직도 정리 되지 않은 듯한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그 무엇이 여운으로 계속 남아있다.  이 책으로 인해 <박사를 사랑한 수식>이 궁금해졌다.  과연 그 책에선 작가의 어떤 글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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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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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엔 워낙 관심도 없었지만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와 먼저 읽은 지인이 자기에게는 약간 별로였다는 말에 책장에서 한달을 넘게 방치해두었던 아이.  릴레이 도서로 돌아가는 책이어서 더 지체되면 안되겠기에 주말을 이용해 읽기 시작했다. <당신들의 조국>, <폼페이>에 이어 세번째로 만나는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앞의 두작품도 좋았지만 <아크엔젤> 단연 최고라 손꼽고 싶다.   '아크엔젤' 이 내포하고 있는 두가지 뜻과 부제인 '스탈린의 비밀노트' 이 두가지 만으로도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던것 같다. 

 

아크엔젤

1. 대천사. 구품 천사 중 한 천사로 국가 통치자의 보호와 특별한 사명을 전달한다.

2. 러시아 북부 백해에 위치한 항구도시. 스탈린의 비밀 노트가 가리키는 종착점. 


 

이야기의 시작은 라파바라는 노인이 한 사학자에게 스탈린이 죽음에 직면했을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스탈린의 비밀노트'에 대한 단서만 흘린채 사라져 버린 노인... 과연 '스탈린의 노트'는 무엇이며 존재하는 것일까?  켈소는 의문을 품고 그 노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있는 '스탈린'이란 인물과 광적인 역사로 인한 시대적 공포.  그러나 그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

 

스탈린.  그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정적들이 많았으며 그의 침실은 세개나 되었다.  자는 방은 매일 같이 바뀌었으며 심지어 부인이나, 부인의 친인척들을 죽이는 일에도 서슴치 않았고, 자녀들의 삶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방관했다.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 - 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 J.V.스탈린 1918 -p10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제거하는데 서슴치 않았던 그.  그에겐 어떤 신념이 있었기에 이런 일들을 서슴치 않았던 것일까? 

 

사학자인 켈소가 사건을 조사중 라파바 노인을 찾게 되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비밀은 무었이었으며 그의 상관 베리아가 스탈린의 금고에서 깨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서류를 보았던 베리의 의문스러운 표정은 무슨 의미였을까?  사람들은 그것을 '스탈린의 비밀노트'라 부르며 몇몇 광적인 스탈린의 지지자들은 그가 죽었지만 노트에 무엇인가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오직 스탈린 혼자만이 알고 있던 노트.  그리고 열쇠는 오직 한개였고 스탈린이 직접 관리했다. 

 

라파바의 죽음으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출국하려던 켈소 앞에 나타난 라바파의 딸 지나이다.  그는 어떤 끌림에 그녀를 따라가게 되고 그녀로부터 라파바가 죽기전에 그녀에게 남긴 메모가 있다는걸 알게된다.  바로 그 '스탈린의 비밀노트'  노트를 손에 넣었지만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그들은 광기어린 과거의 부활을 막을 수 있을것인가?  철저한 스탈린의 계획하에 준비된 시나리오들. 

 

다소 무거운 내용의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로버트 해리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그 이념의 숭배자들의 영향으로도 과거를 부활 시킬수 있다는 설정이 조금은 오싹하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 크게 지식이 없으신 분들도 부담없이 읽기 좋으실것 같다.  10년전에 쓰여진 책이라 역사인지 허구인지를 생각하며 읽다보면 책을 읽는 재미는 없을것 같다.  극적인 재미와 세밀한 묘사, 방해세력들의 복선들도 긴장감있게 깔려있어서 잘 짜여진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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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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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며 소매치기를 소재로 제작되었던 <무방비도시>가 생각이났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는 내가 그 현장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것처럼 때로는 섬칫 하기도 했고 놀라운 솜씨에 과연? 정말? 하며 놀라면서도 영화속에서 보았던 장면을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니 더 실감나게 읽혀졌다.

 

주인공인 니시무라는 도쿄에서 활동하며 부유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작업<?>을 한다.물론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싶지만 무작위로 작업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다는 설정이..그래도 바닥은 아니라는 주인공을 설정하고자 했던걸까?

 

"사실 참 아름다워.  그건 인생의, 이 세상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야.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지.  사람들이 불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만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대신 그들의 주머니를 보고 있어.  그게 좀 뭐랄까...지겨웠어." -38

 

함께 활동하던 이시카와가 그바닥의 일을 접고 뜨고자 할 무렵..이시카와가 가끔 전화를 받곤 하던 사무실에서 낯선남자를 마주하게 되고...이시카와가 속해있는 조직으로부터 일을 제의 받는다.  쉬운일이었지만 그 일을 하고나서 이시카와는 실종되고 막연하지만 그들에 의해 제거되었을거라 생각하게 된다. 

 

한동안 도쿄를 떠나 생활하다 다시 돌아온 이시카와는 그들에게 일을 의뢰했던 그 남자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기자키..우연한 마주침이 아닌 니시무라를 그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대로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만남.  기자키는 니시무라에게 세개의 일을 주어준다.  실패하면 니시무라가 죽고, 거절하면 아끼는 사람들을 죽인다.  어쩔수 없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 하지만 모든일을 다 마쳤을때 과연 그가 니시무라를 살려둘까?

 

"타인의 인생을 책상 위에서 규정해나간다.  타인 위에 그렇게 군림한다는 건 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만일 신이 있다면 이 세계를 가장 유쾌하게 음미하고 있는건 신이야.  나는 수많은 타인들의 인생을 조종하면서 이따금 그 인간과 동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들이 생각하고 느낀 것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일이 있어.  여러 인간의 감정이 동시에 침입해 들어오는 상태.  너는 그런건 맛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  다양한 쾌락 중에서도 그게 최상의 쾌락이야.." -p164


 



책을 붙잡는 순간 덮을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지만..책장을 덮는 그 순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과연 권력이나 힘을 가진이들이 타인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조정하고 또 그 목숨까지 결정한다는 설정이 지금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실체일까?  물론 소매치기였던 니시무라의 직업도 '선'한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이용하는 더 큰 먹이사슬.  어쩌면 이 관계는 꼭 이런 면만이 아니라 다른 여느 관계들에서도 볼 수 있을것이다.
 

프로소매치기라는 직업이나 소매치기하는 사람의 섬세한 심리묘가는 분명 이책의 읽을거리다.  오에 겐자부로상 수상작이고 책표지와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기전부터 기대가 조금 컸던건 사실이다.  일본은 문학상의 종류도 많은건가? 상을 받았다고 하면 대부분은 기대치의 중간이상은 충족시켜 주는데..하지만 결국 이런 결말이었고 또 다른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가 약간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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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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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고 돈다.

우리는 휘청거리며 계속 나아간다.

우리가 처음에 알던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에 아는 사람이 아니다. - 책표지

 

작가는 2001년 911테러이후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무역센터 빌딩,  줄타기를 했던 예술가, 그리고 타워의 붕괴..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책을 만나보기도 전에 저자의 인터뷰와 책 소개를 통해 우리네 돌고 도는 삶을 지구에 비유한 것일까?






1974년 완공을 앞두고 있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사이로 줄을 걸고 줄타기를 했던 프랑스 예술가 '필리프 프티'

실제로 한시간을 줄타기를 했고 그후, 체포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기고 줄타기후 그는 바로 체포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키아란과 코리건 형제. 그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싶다가도 어느덧 다른이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네 삶처럼 다른이들의 이야기들도 군더더기 없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키아란과 코리건 형제의 이야기는 키아란의 회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어릴때부터 기이한 행동들을 했던 코리건을 보며 키아란은 그가 평범한 인생을 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코리건이 뉴욕에서까지 창녀들에게 자신의 집까지 내주면서 생활하는 그는 정말 타고난 성직자일까? 성직자이기 이전에 살고자하는 욕망이 있는 인간일텐데  정작 사랑하는 여인앞에서도 종교와 사랑사이에고 고뇌하는 그의 모습은 성직자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키아란의 삶이 가슴아프기도 했다. 

 

그때 그녀는 알았다, 그 하늘을 걷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깨달음이 그녀 깊은 곳에서 세게 울리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천사도 악마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예술도, 개선된 공간도, 인간과 매개체와의 만남도, 자연을 넘어서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가 그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은 일종의 외로움에서였다.  그의 정신이 한 행위는, 그의 몸이 한 행위는, 외로움에서였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p195-196 

 

클레어의 집으로 향하던 마샤는 줄타기 하던 사람을 보며 베트남전쟁에서 죽은 아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한다.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판사의 부인인 클레어에게도 전쟁에서 아들을 잃었고, 흑인인 글로리아도 전쟁에서 세 아들을 모두 잃었다.

자녀를 전쟁에서 잃은 이들의 슬픔은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다르지만 그 슬픔이나 아픔은 같은 것 이었다.

 

외로움이 내 안으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우스웠다.  모두가 자기만의 작은 세계속에 오도카니 앉아 말을 하고 싶은 깊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그냥 불쑥 중간에서 시작하고선 그 이야기를 다 하려고, 모두 말이 되고, 논리적이고 최종적인 것이 되게 하려고 너무나도 애를 쓴다. -p494

 

거리 단속에서 경찰서로 이송된 틸리와 재즐린, 변호사와 합의하에 재즐린은 가석방 되지만 틸리는 몇개월 감방생활을 하게 된다.

 법정에서는 클레어의 남편인 솔로몬이 판사로 틸리와 재즐린을 판결하고, 하늘을 걷던 필리프 프티 사건도 담당하게 된다.

그들을 도우러 왔던 코리건이 재즐린을 태우고 집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해 재즐린은 즉사, 코리건은 병원에 실려와 응급처치 중에 사망하게 된다.

그 사고현장을 그냥 도망쳐버렸던 라라와 블레인.  라라는 죄책감에 재즐린, 코리건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키아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재즐린의 두 아이를 글로리아가 맡아서 기르게 되면서 대를 이어 거리의 여자 생활을 하던 그녀들의 집안내력도 끝이 난다.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회자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갸웃 하면서 읽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아~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여정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사랑을 발견하면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차를 몰고 뛰어내리는 벼랑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좀 살아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그저 하루하루 변하는 것이라고, 사랑은 얼마나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싸우느냐에 따라 얻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하고, 또는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애초에 사랑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p512

 




"우리가 살아볼 수 있는 모든 삶,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할 사람들, 우리가 결코 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게 바로 세상이다."  - 알렉산다르 헤몬 <라자로 프로젝트> -p7




 



실제로 줄타기 하던 '필리프 프티'와 책속의 인물들은 연관이 없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살아가는 인생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높은 곳에서 줄타기를 하고자 했던 이유를 각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어쩌면 더 높고, 어쩌면 무모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도전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지금도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교차하며, 여러 인연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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