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불행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순전히 책 제목때문에 궁금해서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달콤한 불행' 불행이 달콤하다? 달콤함이 불행하다?  어떻게 해도 말이 되는것 같고 또 아닌것도 같고.... 책을 받기 전엔 그냥 단순한 에세이려니 했는데 소설이다.  미국에선 제법 유명하신 작가분인것 같은데 찾아보니 국내에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작가는 책의 소재를 중국음식점의 포춘쿠키를 먹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행운의 메세지가 들은 포춘쿠키 하지만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잖아? 하며  불운의 쿠키를 굽는 지독한 염세주의자 소피를 탄생시키게 된다. 

 

 

행복은 네 속에서 빛나는 선물.

네 마음의 소원은 곧 이루어지리라.  -p33

 

 

9살 생일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저녁식사때 포춘쿠키 메세지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아빠에게 초코렛 한개만 먹는게 소원이라며 조르다가 그만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소피의 9살 생일이었던 그날 가족들을 사고로 모두 잃게된다.  그날의 불행이 모두 자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그 사고 이후 20년의 세월을 자신을 자책하며 보내게 된다.   운명처럼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가렛과의 갑작스런 파혼 이후, 단맛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쓰디쓴 초코의 맛을 그대로 사용한  그녀만의  '미스포춘쿠키' 그녀가 아침마다 직접 적어 메세지를 넣어 만든 미스포춘 쿠키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한때 미끼상품에 그칠거라 생각했는데 주력상품으로  날개돋힌듯 팔리자 소피도 깜짝 놀란다.   과자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은 '미스포춘 쿠키'안에 들어있는 불행에 대한 메세지에서 무엇을 찾고자 한 것 일까?

 

 

사방을 둘러보던 소피가 미간을 찌푸리며 지는 태양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해봐. 오늘 이 순간 야외는 아름답고, 태양이 비치고 따뜻해.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아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고, 저 운명의 쪽지는 어디론가 굴러가 버리겠지. 다 망가져버리는 거야. 트러플은? 동틀녘에 배고픈 다람쥐나 너구리가 먹어치우기 딱 좋겠지. 저 운명의 말도, 초콜릿 조각도 결국은 희망도 꿈도 사라져버린다는 걸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될 거야. 부모님에게도, 내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부모님의 이름 아래 새겨진 비문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읽었다. "그게 내 인생담이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진다는 거." - p68

 

 

아픈과거가 있음에도 그녀는 쇼콜라티에로 그녀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쩜 그녀는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들보다 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그녀였다면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녀처럼 아픈추억의 한조각이었던 일을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녀의 29번째 생일날 다시 그녀를 찾아온 가렛 블랙,  그녀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신문에 광고를 내어 영속하는 행복사연 100개를 모아오면 만나주겠다고 한다.  그녀 입장에선 그를 만나고 싶지않은 그녀가 생각해낸 적절한 방패막.   이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그녀를 놀라운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인생이란 그리 크지 않은 삶의 범주내에서 돌아가는 것일까?  그녀가 자신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어린날의 기억이 사고현장에 있던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사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사고는 빗길에 일어난 단순한 교통 사고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에 실수로 인한 인재였을까? 

 

지우고 싶었던, 없었으면 했던 그날의 사건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피.  그녀는 어린시절의 아픔을 딛고 그녀의 사랑도 다시 찾을수 있을까?  어린시절의 기억을 외면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날의 불행을 계속 담고 살아온 그녀가 '그 날'의 진실을 마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   책을 읽다보면 미스테리 같기도하고 로맨스 소설같기도하고, 인생의 처세를 이야기하는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이 모든것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아닐까?  소피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이란 씁쓸함과 달콤함의 조화로 더 아름다움을 발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한건 없으며, 행복한 순간에도 어딘가에 불행은 다가오고 있을것이고, 불행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행복의 순간은 여기저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함을 일깨워준다.  인생은 씁쓸한 순간도 많지만 달콤한 행복의 순간도 많이 있다는걸....

 

 

"지난 몇 달 간 세상을 보는 내 관점이 좀 바뀌었달까.  맞아, 인생에는 맛이 씁쓸한 순간도 많아.  하지만 그건 여기저기서 터져오르는 행복의 순간 때문에 누그러지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맛있는 경험이 되는거야."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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