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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참 게으른 것 같다. 맨 처음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고 이번에는 되도록 빨리 읽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12월 중순에 기말고사, X-mas, TOEIC 시험으로 이어지는 콤보에 정신줄을 놓다가 이제야 바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나마 2010년을 지나기 전에 다 읽은 것이 다행이랄까? 2011년에는 좀 더 독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시간 계획을 잘 짜기로 결심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 내용에 대해 살피기 전에 이 말은 하고 가야겠다. 나는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싫어한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서점에서 재구입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대중이 좋아하는 책이란 대개 사람들로 하여금 '편하게' 해주는 책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편한 책' 보다는 읽고 나서 나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책'(뭔가 끓어 오르게 만드는 책)이 더 좋은 책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의 글쓴이인 Michael J. Sandel 교수의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상하게 '불편한 책'이면서도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이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이명박이 휴가 때 이 책을 가져가 읽었기 때문이라는데 있다. 정의와는 수억 광년 떨어진 듯한 이명박이 이 책을 읽었다는 점도 우습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면 행동하지 않는 독서는 읽지 않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모습도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독서는 편한 현실도피 수단이 된다는 내가 존경하는 어느 분의 자조적인 말씀이 현실화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누구나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면 칭찬을 하지 이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 과연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 독서량을 이룰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과거 소극적인 지식인과 같이 책만 많이 읽는다고 모든 것을 해결되지는 않는다. 바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다면 독서가 현실도피 수단이 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는 여기서 주로 '스포츠(Sports)의 상업성'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나 자신이 FIBA 공인 농구 2급 심판이고 여자보다 농구가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포츠와 관련된 글쓴이의 주장에 관심이 갔다. 먼저 글쓴이는 "VIP 관람석의 확대가 팬들과 경기 사이의 관계, 그리고 팬들 사이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일으킨다."(p.33)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그리고 스포츠 구단이 이익을 내는 미국 사회에서는 모르겠으나 대다수 모기업에 의존하고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스포츠 구단에서는 이익을 낼 수 있는 VIP 관람석 문제를 이렇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또한 이른바 '연고 이전' 문제도 글쓴이는 지적한다. 연고 이전은 K-리그에서 <북패륜>, <남패륜>으로 불리는 경우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에서도 현대가 인천을 버리고 서울로 입성하기 위해 수원으로 야반도주 했던 적이 있었다. 이는 구단주들이 좀 더 이익되는 큰 시장이나 좋은 입성 조건을 제공하는 지자체로 이전하기 때문으로 이를 막기 위해 글쓴이는 지역 사회가 스포츠 구단의 주인이 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p.37) 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지만 수많은 미국 프로 구단에서도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 적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배아문제>에 대해 살펴 볼까 한다. 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배아>, 특히 <배아줄기세포>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과거 불교계에 계시는 분과 어디부터 생명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그분은 <배아>부터 생명으로 보고 배아를 이용한 연구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셨다. 그러나 "만약 배아가 생명이라면 수정된 이후 착상되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는 경우에는 살인으로 보아야 합니까?"라는 저의 질문에 말문을 돌리셨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글쓴이도 본질적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그러나 87쪽에서 91쪽에 이르는 부분은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글쓴이의 태도가 굉장히 애매하게 나타나 있다.) 나는 배아는 본질적으로 '생명'이 아니며 착상 후 심장과 뇌가 생기는 순간부터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배아 연구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은 배아 연구 윤리에 대한 교육 및 강력한 가이드라인 규제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글쓴이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왜 도덕인가>를 통해 다시 한 번 '정의'와 '도덕'에 대해 살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가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었다고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좀 더 정의로워졌는가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아 좋은 책 읽었다'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