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다윈의 시대 -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 / 세계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인간은 창조되었을까? 진화되었을까?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쟁이 심화된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는 돈벌이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이런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안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진화와 창조의 문제가 본격화 된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2007년에 출판되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도킨스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논증하였는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우리 나라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꾸준히 계속되었고 EBS에서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화와 창조의 논쟁을 소개하였고 그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주장하는데 그 속 뜻은? 


 지금까지 수 많은 진화론과 창조론을 다룬 책을 읽어 봤지만 이와 같이 읽고 나서 화가 나는 책은 처음이었다.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은 나름 공평한 입장에서 인터뷰하고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양 측 모두에게 공평한 척 하면서 실제로는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오히려 다른 진화론과 창조론 책에서 하나의 주장만을 일관되게 하는 것보다 더 문제가 많은 것이라고 하겠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 책은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주장하여 교묘하게 종교의 손을 들어주는 책이라고 하겠다.(마치 2MB처럼 친서민 정책을 외치면서 부자 감세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 책은 과연 공평하게 집필되었는가? 

 솔직히 말해보자. 이 책이 과연 공평한 관점에서 집필된 것일까? 진화론에 대한 반대 논거로 '지적 설계론', '창조과학'그리고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등을 예로 드는데 소개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은근히 진화론을 비판하고 창조론을 뒷받침하는 듯한 표현이 담겨 있어 읽는데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에 대해서는 최대한 공평하게 썼다고 당연히 부인하겠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들어가는 글>을 보면 진화론을 비판하고 있는 지적설계라는 이론을 소개하며 '그 정당성을 떠나서 진화론에 도전하는 이론이 끊임없이 존재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봐도 이 문장의 속 뜻은 진화론에 보다는 진화론에 도전하는 이론에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점은 각 학자들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각 챕터 마지막에는 진화론과 창조론을 지지하는 학자들과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진화론을 지지하는 학자에게 하는 질문은 진화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이 많았고 창조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에게는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에드워드 윌슨과의 인터뷰에서 "하지만 단순히 종교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기에는 종교에도 그 나름의 설득력 있는 논리가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였고(p.152) 도킨스에게 한 "모든 종교에 반대하십니까? 종교에 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p.142)라는 질문은 종교의 이점을 묻는 질문을 한 데 비해 진화론을 비판하는 입장인 마이클 베히의 인터뷰 질문에는 "다위니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입니까?"(p.68)와 같이 마이클 베히가 좋아할 만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적 설계론을 소개한 것은 아직 우리 나라에 지적설계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소개할 만하다고 하더라도 지적설계론이 지금까지 오랜 시간 검증되어 과학적 증거가 누적된 진화론과 동급 이론(지적 설계론을 Theory라 부를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은 분명히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 설계론을 진화론과 같은 수준의 과학이라고 여기고 있다. 또한 이른바 '창조 과학'에 대해서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창조 과학을 대해 중립적으로 서술해보니 오히려 처음 듣는 사람은 이에 대해 그럴 듯 하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왜 과학자가 창조 과학을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창조 과학에 대한 이런 서술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한 마지막 결론 부분 역시 문제가 많다. 요약하면 종교와 과학은 서로 존재하는 평면이 다른 것이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런 입장은 종교를 두둔하는 결론이다. 한 마디로 종교와 과학은 서로 다투지 말고 잘 지내자라는 뜻인데 지금까지 종교인이 과학자의 검증 요구를 묵살해 온 논리와 다른 점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나마 중립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한 책이니 만큼 처음 이런 논쟁에 대해 접한 사람에게는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 책을 읽은 후에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아갈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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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0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 다큐멘터리라기에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책 속에 내용의 숨은
의도가 있었군요. 부동님 말씀대로 정확하게 알고 균형적인 시각을 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쓴 책들도 같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암향부동 2010-12-09 23:33   좋아요 0 | URL
이 책 서평은 막상 써 놓고 후회하고 있는 서평입니다…. 제가 너무 '욱'해서 공격적으로 서평을 쓴 것 같습니다. 사실 내용만으로 보면 이렇게 악의적인 평가를 내릴 책은 아닌데요….

사실 저 역시 교회를 다닌다는 면에서는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확고한 유물론자이자 무신론자이자 진화론자인지라 이런 책에서 논리적 헛점을 발견하면 울컥하게 되네요. 특히 <지적 설계론>은 그렇다 쳐도 <창조 과학>을 이렇게 겉핱기 식으로 소개한 점은 불만입니다. 예컨대 창조 과학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6000여 년으로 주장하는데 방사선 동위 원소를 통해 밝혀진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이라는데 의심을 품는 과학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창조 과학회>에서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여기에 과학을 억지로 끼어 맞추고 있지요.

또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과거 [만들어진 신]과 [도킨스의 망상] 서평으로 다른 분들과 심지어 만나서 7시간 가량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만난 기독교인들은 진화론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진화론을 비판하고 있더군요.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런 점이 굉장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