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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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진왜란은 지우고 싶은 역사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흉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물론 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켜서 조선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의 많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굉장히 흥미롭고 교훈을 주는 일본의 전국시대(센코쿠 시대)의 역사마저 별로 조망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원래 역사라 함은 꼭 하나의 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삼국지>를 보면서 중국의 역사를 통해 현대의 삶의 지혜를 얻는 것과 같이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인의 경우 <대망>으로 번역된 총 36권짜리 대하소설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KOEI사의 명작인 <신장의 야망 12 : 혁신>을 통해 여러모로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당시 조선과 일본의 교류가 별로 조망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임진왜란 이후 조선 통신사를 배경으로 만든 팩션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기대와 한편으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팩션이라 함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이 바탕되어지지 않고서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힘든 법이다. 과연 "글쓴이가 당시 조선과 일본의 사정과 배경에 대해 정통할까?"라는 걱정은 유독 나만 가지는 걱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당시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감탄할 만한 팩션을 만들어 내었다. 특히 북벌론의 중심에 섰던 효종이 북벌을 위해 일본 막부의 힘(특히 서양 문물의 도입)을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젊은 나이에 <쇼군>에 오른 이에쓰나도 정치의 안정을 위해 조선의 도움이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작가의 머리속에서 교차되면서 <조선 통신사의 살인사건>이라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주제를 가지고 추리소설과 팩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을 탄생하게 되었다.

 그보다 더욱 더 놀라운 점은 하이쿠의 성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바쇼>의 등장이다. 하이쿠라 함은 일본의 한줄짜리 시인데 본인의 경우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한줄도 너무 짧다]라는 하이쿠 모음집을 통해 <바쇼>, <이샤>등의 하이쿠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바쇼>의 내력과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스스로 함구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그런 <바쇼>가 이 책에서 살인사건과 일본의 정치적 음모의 중심인물로 등장하게 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다는 팩션의 기초에 굉장히 충실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본적인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대한 묘사는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 책 맨 앞의 [일러두기]에서 글쓴이가 5번째로 지적한 바와 같이 "소설은 역사서가 아닌, 소설로 읽혀져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임진왜란 이후의 중국, 한국, 일본 역사에 정통한 글쓴이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버무려 만들어낸 탁월한 팩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아직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일본과의 관계가 궁금하거나 혹은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면 <조선 통신사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책과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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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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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 광대여 (Ridi pagliacci)

코미디는 끝났다.(La commedia e finita)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인 [코미디는 끝났다]는 바로 오페라 [팔리아치]비극적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에서 차용된 것이고 이 책의 맨 처음에도 위 글귀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런만큼 어느정도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본 독자라면 이것만 봐도 이 소설의 끝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리라.

 

 요새 부쩍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열대야가 심해져서 잠 못 이루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누구나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과거 <애거서 크리스티><셜록 홈즈>를 읽고 나서 과감히 더 이상의 추리소설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는데 이런 나의 선입견을 박살 낸 것이 한 달여 전에 읽은 [13계단]이었다. 이 후 나의 선인견은 "국내 추리소설 시장은 죽었다"로 바뀌었었다. 그러던 중에 2008년 우리나라 작가가 펴낸 첫 번째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이 책을 보고 나서 얼마나 국내 추리소설의 기반이 척벅한지 다시 알 수 있었다. 자그만치 반년이 넘을 동안 추리소설 1권이 나오지 않았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만큼 과연 이 책이 나의 선입견을 바뀌어 줄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국내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이진수'의 살인범과 형사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가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하는 이진수가 결국 죽임을 당하며 과연 이진수의 살인범이 누구인가에 대해 촛점을 두고 이 책을 읽게 된다.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 D"

 

라는 문자가 하루가 지날때마다 반복되고 이에 주인공은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에 점점 주인공은 로드 매니저인 장인호, 과거 연인이었던 오미영, 개그맨 선배 김웅, 영화배우 스티브와 그와 교제했었던 이소미, 그리고 소속사 사장 유일선 등… 점점 글쓴이는 주위사람을 <D>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대략 '이진수'의 살인범이 누구인지와 그 트릭에 대해서는 대략 1/3 지점 쯤에서 눈치를 챈 것 같다. 얼마 전에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통해 심리 추리소설의 트릭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된 탓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트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아야 머릿 속의 안개가 걷치고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D"는 누구고 그와 "레이저 킬러"와의 관계는? 그리고 "레이저 킬러"는 또 누구인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5"의 의미는?

 

 비록 결론은 조금 식상하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무대에서 웃고 있어야만 하는 '코미디언'의 가면 뒤에 숨겨진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주인공을 통해 공포에 떠는 현대와 현대인의 모습을 잘 드러낸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척박한 한국 추리소설계에 계속되는 작품활동을 하는 글쓴이의 도전과 노력에도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이런 글쓴이가 있는한 한국 추리소설의 맥을 끊기지 않으리라…

 



웃자 광대여 (Ridi pagliacci)

코미디는 끝났다.(La commedia e finita)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 중에서-

 

이런 대사와 같이 과연 맨 마지막에 웃는 광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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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지 못한 비즈니스 명저 8
시부이 마호 지음, 황혜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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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책을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몇 권 정도 읽는가? 본인의 경우 대략 일주일에 3~4권 정도 읽는데 대부분 등/하교길 지하철 내에서 책을 읽는데 경제경영서적의 경우 어느정도 난이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두께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등/하교길에서 대략 50쪽 정도 읽고 나서 하루 정도 지나면 이미 그 내용은 증발하고 난 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같은 책들도 구입 해 놓고서는 나의 책장 한구석에 신주단지처럼 고히 모셔져 있는 중이다. 그런 만큼 두꺼운 경제경영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서 지하철 안에서 읽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나처럼 학생도 아닌 직장인이 유명한 경제경영서를 전부 다 완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최고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8권을 '한번에' 읽을 수 있다는 이 책을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위 8권의 책을 230쪽으로 압축하여 직접 읽어본 결과 길어도 2시간 이내에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은 <Next Society>,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블루오션 전략>, <The Goal>, <행동 경제학>, <웹 진화론>,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부의 미래> 이렇게 총 8권이다.

 

 일단 <Next Society>를 통해서는 새롭게 등장할 '지식 사회'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자세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공 방정식을 알 수 있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경쟁없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경쟁자와 다른 전략 캔버스를 마련해야 함을 알 수 있었고 <The Gaol>에서는 '제약 조건'을 관리하는 5단계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으며 <행동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웹 진화론>을 통해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를 통해서는 이른바 BOP가 가지는 엄청난 잠재력에 놀랐으며 마지막으로 <부의 미래>에서는 새로운 '부의 물결'을 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보다 재미있게"

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바쁜 직장인을 위해 경제경영 분야의 명저 8권의 엑기스만 모아 놓은 책이다.  혹시라도 8권의 내용을 한 권, 그것도 고작 230쪽으로 요약해 놓았다고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의문을 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8권을 단순히 요약한 책이 아니다. 서문에서 글쓴이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쓰기 위한 글쓴이의 독서는 '벼락치기'가 아니었음이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바쁜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현대 경제경영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8권 중 특히 읽어보고 싶은 책을 하나씩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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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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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본인은 책을 읽을 때 보통 등/하교길에서 지하철 내에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지하철은 '지옥철'로 변하고 앉아서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남자'이고 이 책의 표지는 분홍색 배경에 외설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덕택에 지하철에서 꼭꼭 숨겨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이 책의 제목과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아직 20대 중반에 이를때까지 연예를 못해본 입장에서 20대 미혼 여성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이진'과 절친한 친구 'B', 'R' 그리고 사랑과 우정 사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Y'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K'가 등장한다. 일단 주인공 이진은 나이트클럽에서 고무장갑이라고 불리는 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머니'가 아닌 여자와 함께 살고 있으며 생모와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관계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상처를 주는 것이나 받는 것을 겁내는 것은 어머니의 부재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에 비해 주인공의 친구 'B'는 반대이다. 그녀는 오래 전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배반을 당하고 나서부터는 클럽이나 나이트로 대표되는 [꿈]이나 [원나이트]를 자주 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사랑하거나 호감을 가지는 남자와 원나이트를 하지는 않는다. 오직 싫어하는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할 뿐이다. 그리고 'R'은 쉽게 쉽게 연예와 사랑을 하고 연예와 사랑을 실패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각각 다른 사랑/연예관을 가지고 20대 초반 여성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다. 

 이에 주인공 옆에는 2명의 남자가 있다.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Y'가 있는데 주인공은 사랑과 연예를 통해 상처 받거나 상처 주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Y'와 연인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는 한편 주인공은 'K'라는 인물과 문자를 주고 받는데 이렇게 주고 받는 문자가 각 챕터 앞에서 꼭 등장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K'란 과연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주고 받는 문자는 연인관계가 아니라 마치 마음이 담겨있지 않는 것과 같이 틀에 박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만약 'K'의 존재가 없었다면 단언컨데 이 소설은 <2008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K'는 주인공이 신청한 <문자 서비스>이다… 사랑하기를 겁내는 주인공이 고독감에 못 이겨서 통신사를 통해 신청한 서비스로 매일 아침마다 가상의 인물과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것이다. 이에 대한 오해 때문에 'Y'와 갈등도 빚지만 결국에는 헤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비록 지하철 내에서 남자가 읽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20대 여성의 사랑과 연예에 대한 고민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연예를 못해본 입장에서 나에게 20대 여성의 생각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K'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사랑받기는 원하지만 상처 받기는 싫어하는' 사람의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글쎄? 누구나 '사랑받기는 원하지만 상처 받기는 싫어하는' 것은 당연할테고 이 책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대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다만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본인의 경우 책 중간에서 소개한 다양한 연예관을 가진 사람 중에서 평생 혼자 살 것 같은 연예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나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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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외 지음, 전성민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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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국내에 번역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만들어진 신]을 기억하는가? 국내에 번역될 때는 <만들어진 신>이라고 제목을 번역했지만 원래 제목은 [The God Delusion]이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등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만들어진 신]으로 종교에 대해서까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에 대한 신학 과학자의 답변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부터 [도킨스의 망상], 즉 [Dawkins Delusion?]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다. 결국 [만들어진 신][도킨스의 망상]은 종교에 대한 과학의 도전과 이에 대한 반격이다. 그런 만큼 어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2권의 책을 같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였으며 원래 무신론자였다가 군대 다녀와서 기독교를 쭉~ 믿어오다가 [만들어진 신]을 읽고나서 많은 시험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도록 하겠다. 그런만큼 이 책에 대한 견해도 많이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고백한다.

 

 일단 이 책의 추천사를 살펴보면 포항공대 김경태 교수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지성인은 오히려 '하나님은 계시다'라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자신을 비롯한 이른바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은 계시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자신의 '지성'을 과신하는 듯한 오만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은 도킨스가 전개해 온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모두 다루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의 신은 어째서 믿을 만한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p.8~9)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서 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한 비종교인에게 신의 존재와 신을 믿는 믿음의 정당함을 보여주는 증거는 다름 아닌 종교인들의 삶일 수 밖에 없다(p.11)는 것도 오히려 현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그리고 그렇게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신을 믿었던 적은 역사상 결코 없었다."(p.16)라고 주장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을 믿어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고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가는 제쳐놓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을 믿든, 아니면 무신론자인 글쓴이가 다시 신을 믿게 되었든 그것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에서 단 한가지 배울 점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열린 마음"을 글쓴이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p.17) 또한 도킨스가 무신론적 근본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p.20)과 이런 무신론적 근본주의가 종교적 근본주의와 동일한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p.23)도 일견 의미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믿음은 유아적이다"라는 도킨스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 후반기에 신을 발견하게 되는지 설명해야만 한다'(p.33)라고 주장하는데 글쓴이가 정말 이에 대한 답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했을까?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신을 믿는다고 하면 이에 대한 대답이 될련지 모르겠다. 그러나 도킨스가 이른바 "모태신앙"같이 어린이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글쓴이가 "무신론"을 어린이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p.34)고 지적한 점은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킨스가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p.35)는 점 또한 약간은 위험한 생각이지만 지적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킨스가 자료를 잘 찾아보지 않고 인터넷 검색에 의지했다는 지적(p.37) 또한 훌륭한 지적이며 비개연성이 비존재를 수반하지 않으며 쟁점은 신이 있을 개연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신이 실재하느냐 안하느냐에 있다는 지적(p.45) 또한 일리 있다. 그러나 비록 도킨스가 무신론을 권하기 위해 "경험적으로 더 잘 맞는다"라는 논증 방법을 사용했다(p.41)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만 이것이 반대로 경험적으로 더 잘 맞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는 논증 방법 또한 문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2장에서는 [과학은 신이 없음을 증명했는가?]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일단 2장 초반부에서 과학적 탁월함이 무신론적 믿음과 같은 것은 아니다는 글쓴이의 날카로운 지적(p.55)이 있다. 그리고 자연과학들은 귀납적 추론들에 의지(p.57)한다는 지적을 통해 어떤 일련의 관찰들이라도 다수의 이론들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글쓴이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도킨스의 견해를 '순진'하다고 비판하는데 그러나 나는 아직 과학이 설명 못하는 것이라도 언젠가는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래와 같은 질문을 과학이 답할 수 없기 때문에 성립된다고 하는데(p.63) "모든 것들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우리 모두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충분히 과학, 특히 진화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NOMA에 대한 도킨스의 비판에 대해 POMA를 주장하며 특히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지휘한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신앙의 원리들은 과학의 원리들과 보충적이다"라고 말하는데(p.66) 의문이다. 사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해  종교계에서 많은 비판과 우려를 받았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콜린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교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많은 과학자들이 신을 믿는다(p.67)고 하는데 이는 도킨스의 '진짜' 과학자들은 무신론자들이어야 한다(p.70)는 주장한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많은 과학자가 믿는다고 신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종교를 배척하고 파괴한 스탈린과 히틀러가 무신론자라고 지적(p.70)하는데 실제 히틀러는 기독교인이었다는 학설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도킨스가 세계는 합리주의와 미신 이렇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진다는 것에 대해 흑백논리라고 비판한 점(p.75)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신이 있다 없다는 문제에서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라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카톨릭 교황이 생물학전 진화의 일반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지만 아직도 개신교에서는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p.78)는 점은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증거 아닐까? 하지만 2장 마지막에서 도킨스가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만 강조했다는 지적(p.80) 도킨스가 명심해야될 것이다.

 

 이제 3장에서는 [종교의 기원은 무엇인가?]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일단 글쓴이는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도킨스의 주장은 고도로 이론화된 추측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p.91) 하지만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이론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고도로 이론화된' 추측이라 함은 그 자체가 이미 보편적 타당성을 가졌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가 '보편적 특징'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p.97) 이건 전형적인 '물타기', '논점 흐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어떠한 믿음을 수반하지 않고도 '종교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그 예로 불교를 드는데(p.101) 일단 이 주장 자체가 사실인지는 둘째치고라도 주장 자체에서 옹색함이 느껴진다. 이런 점은 이어서 p.102~103사이에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또한 과학에서 다수의 원인들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라는 점(p.105)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종교도 다수의 원인들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 절대적 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기득권층'의 의도가 개입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발언이다. 아니면 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원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종교적 믿음의 타당성은 과학적 추론에 의해 실증될 수도 없고 논박될 수도 없다"라는 베르고트의 주장(p.106)은 종교라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런 자세가 중세 시대에 이른바 예술과 과학의 암흑시대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그러나 도킨스의 주장 자체가 '신이 없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된 순환론적 논증이란 지적(p.92)은 타당하며 정신바이러스와 meme에 대한 비판(p.107~113)은 전공자 입장에서 속이 시원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적이다. 분명 위 2가지 개념은 정통 생물학에서 전혀 인정받고 있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4장은 [종교는 악인가?]라는 제목으로 종교의 선/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종교가 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가운데 '종교만 폭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p.128)와 스탈린을 예로 들면서 '무신론도 폭력과 관계있다'(p.129)고 지적하면서 현대의 종교의 잘못된 점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은 무신론에 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p.130)은 100% 옳은 주장이다. 그리고 일부 미국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테러의 원인은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이라는 지적(p.132) 또한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글쓴이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인간 자체가 초월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과 타자화는 인간 본성이라는 주장(p.133)과 함께 '종교'가 타자호를 위한 한가지 기준으로 단순히 사용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자체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그리고 도킨스의 성경에 대한 비판 중에서 특히 구약에 대한 비판에 대한 글쓴이의 반론(p.139)은 정통 개신교계에서 좋아할만한 100점짜리 답안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 말고 도킨스가 주장했던 '성 마리아는 처녀가 아니었으며 단지 오기였을 뿐이다'라는 주장 같이 증거에 근거한 도킨스의 지적에 대한 반론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글쓴이는 정통 기독교가 '예수가 전적으로 인간이었으며 무엇이든지 다 알고 있지는 않았다고 이해한다'(p.140)고 주장하는데 이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인데 다수의 기독교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종교 형식은 임시적이고 인간적인 제도라고 지적(p.144)하는데 카톨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도 의문점이다. 결국 글쓴이 자신도 '성경무오류설'을 믿지는 않는 것(p.146)으로 보이며 신의 말씀이 나타난 성경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성경에서 증거하는 '신'이라는 것의 존재도 의문시될 수 밖에 없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일부 타당한 비판도 있지만 여전히 그 또한 도킨스와 마찬가지로 '신은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논지를 펴고 있다. [만들어진 신][도킨스의 망상]을 통해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중 1개의 책만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위 2권의 책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진리'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은 다른 점은 다 우이독경이 되더라도 반드시 명심해야 될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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