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외 지음, 전성민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2007년에 국내에 번역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만들어진 신]을 기억하는가? 국내에 번역될 때는 <만들어진 신>이라고 제목을 번역했지만 원래 제목은 [The God Delusion]이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등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만들어진 신]으로 종교에 대해서까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에 대한 신학 과학자의 답변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부터 [도킨스의 망상], 즉 [Dawkins Delusion?]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다. 결국 [만들어진 신][도킨스의 망상]은 종교에 대한 과학의 도전과 이에 대한 반격이다. 그런 만큼 어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2권의 책을 같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였으며 원래 무신론자였다가 군대 다녀와서 기독교를 쭉~ 믿어오다가 [만들어진 신]을 읽고나서 많은 시험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도록 하겠다. 그런만큼 이 책에 대한 견해도 많이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고백한다.

 

 일단 이 책의 추천사를 살펴보면 포항공대 김경태 교수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지성인은 오히려 '하나님은 계시다'라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자신을 비롯한 이른바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은 계시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자신의 '지성'을 과신하는 듯한 오만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은 도킨스가 전개해 온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모두 다루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의 신은 어째서 믿을 만한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p.8~9)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서 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한 비종교인에게 신의 존재와 신을 믿는 믿음의 정당함을 보여주는 증거는 다름 아닌 종교인들의 삶일 수 밖에 없다(p.11)는 것도 오히려 현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그리고 그렇게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신을 믿었던 적은 역사상 결코 없었다."(p.16)라고 주장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을 믿어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고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가는 제쳐놓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을 믿든, 아니면 무신론자인 글쓴이가 다시 신을 믿게 되었든 그것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에서 단 한가지 배울 점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열린 마음"을 글쓴이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p.17) 또한 도킨스가 무신론적 근본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p.20)과 이런 무신론적 근본주의가 종교적 근본주의와 동일한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p.23)도 일견 의미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믿음은 유아적이다"라는 도킨스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 후반기에 신을 발견하게 되는지 설명해야만 한다'(p.33)라고 주장하는데 글쓴이가 정말 이에 대한 답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했을까?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신을 믿는다고 하면 이에 대한 대답이 될련지 모르겠다. 그러나 도킨스가 이른바 "모태신앙"같이 어린이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글쓴이가 "무신론"을 어린이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p.34)고 지적한 점은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킨스가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p.35)는 점 또한 약간은 위험한 생각이지만 지적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킨스가 자료를 잘 찾아보지 않고 인터넷 검색에 의지했다는 지적(p.37) 또한 훌륭한 지적이며 비개연성이 비존재를 수반하지 않으며 쟁점은 신이 있을 개연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신이 실재하느냐 안하느냐에 있다는 지적(p.45) 또한 일리 있다. 그러나 비록 도킨스가 무신론을 권하기 위해 "경험적으로 더 잘 맞는다"라는 논증 방법을 사용했다(p.41)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만 이것이 반대로 경험적으로 더 잘 맞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는 논증 방법 또한 문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2장에서는 [과학은 신이 없음을 증명했는가?]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일단 2장 초반부에서 과학적 탁월함이 무신론적 믿음과 같은 것은 아니다는 글쓴이의 날카로운 지적(p.55)이 있다. 그리고 자연과학들은 귀납적 추론들에 의지(p.57)한다는 지적을 통해 어떤 일련의 관찰들이라도 다수의 이론들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글쓴이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도킨스의 견해를 '순진'하다고 비판하는데 그러나 나는 아직 과학이 설명 못하는 것이라도 언젠가는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래와 같은 질문을 과학이 답할 수 없기 때문에 성립된다고 하는데(p.63) "모든 것들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우리 모두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충분히 과학, 특히 진화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NOMA에 대한 도킨스의 비판에 대해 POMA를 주장하며 특히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지휘한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신앙의 원리들은 과학의 원리들과 보충적이다"라고 말하는데(p.66) 의문이다. 사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해  종교계에서 많은 비판과 우려를 받았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콜린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교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많은 과학자들이 신을 믿는다(p.67)고 하는데 이는 도킨스의 '진짜' 과학자들은 무신론자들이어야 한다(p.70)는 주장한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많은 과학자가 믿는다고 신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종교를 배척하고 파괴한 스탈린과 히틀러가 무신론자라고 지적(p.70)하는데 실제 히틀러는 기독교인이었다는 학설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도킨스가 세계는 합리주의와 미신 이렇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진다는 것에 대해 흑백논리라고 비판한 점(p.75)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신이 있다 없다는 문제에서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라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카톨릭 교황이 생물학전 진화의 일반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지만 아직도 개신교에서는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p.78)는 점은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증거 아닐까? 하지만 2장 마지막에서 도킨스가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만 강조했다는 지적(p.80) 도킨스가 명심해야될 것이다.

 

 이제 3장에서는 [종교의 기원은 무엇인가?]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일단 글쓴이는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도킨스의 주장은 고도로 이론화된 추측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p.91) 하지만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한 이론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고도로 이론화된' 추측이라 함은 그 자체가 이미 보편적 타당성을 가졌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가 '보편적 특징'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p.97) 이건 전형적인 '물타기', '논점 흐리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어떠한 믿음을 수반하지 않고도 '종교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그 예로 불교를 드는데(p.101) 일단 이 주장 자체가 사실인지는 둘째치고라도 주장 자체에서 옹색함이 느껴진다. 이런 점은 이어서 p.102~103사이에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또한 과학에서 다수의 원인들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라는 점(p.105)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종교도 다수의 원인들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 절대적 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기득권층'의 의도가 개입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발언이다. 아니면 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원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종교적 믿음의 타당성은 과학적 추론에 의해 실증될 수도 없고 논박될 수도 없다"라는 베르고트의 주장(p.106)은 종교라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런 자세가 중세 시대에 이른바 예술과 과학의 암흑시대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그러나 도킨스의 주장 자체가 '신이 없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된 순환론적 논증이란 지적(p.92)은 타당하며 정신바이러스와 meme에 대한 비판(p.107~113)은 전공자 입장에서 속이 시원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적이다. 분명 위 2가지 개념은 정통 생물학에서 전혀 인정받고 있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4장은 [종교는 악인가?]라는 제목으로 종교의 선/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종교가 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가운데 '종교만 폭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p.128)와 스탈린을 예로 들면서 '무신론도 폭력과 관계있다'(p.129)고 지적하면서 현대의 종교의 잘못된 점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은 무신론에 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p.130)은 100% 옳은 주장이다. 그리고 일부 미국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테러의 원인은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이라는 지적(p.132) 또한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글쓴이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인간 자체가 초월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과 타자화는 인간 본성이라는 주장(p.133)과 함께 '종교'가 타자호를 위한 한가지 기준으로 단순히 사용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자체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그리고 도킨스의 성경에 대한 비판 중에서 특히 구약에 대한 비판에 대한 글쓴이의 반론(p.139)은 정통 개신교계에서 좋아할만한 100점짜리 답안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 말고 도킨스가 주장했던 '성 마리아는 처녀가 아니었으며 단지 오기였을 뿐이다'라는 주장 같이 증거에 근거한 도킨스의 지적에 대한 반론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글쓴이는 정통 기독교가 '예수가 전적으로 인간이었으며 무엇이든지 다 알고 있지는 않았다고 이해한다'(p.140)고 주장하는데 이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인데 다수의 기독교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종교 형식은 임시적이고 인간적인 제도라고 지적(p.144)하는데 카톨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도 의문점이다. 결국 글쓴이 자신도 '성경무오류설'을 믿지는 않는 것(p.146)으로 보이며 신의 말씀이 나타난 성경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성경에서 증거하는 '신'이라는 것의 존재도 의문시될 수 밖에 없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일부 타당한 비판도 있지만 여전히 그 또한 도킨스와 마찬가지로 '신은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논지를 펴고 있다. [만들어진 신][도킨스의 망상]을 통해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중 1개의 책만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위 2권의 책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진리'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은 다른 점은 다 우이독경이 되더라도 반드시 명심해야 될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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