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진리를 위해 죽다 주니어 클래식 2
안광복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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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고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딱딱하다', '어렵다', '두껍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게다가 가장 딱딱한 '철학' 고전이라니... 솔직히 이 책의 제목만 들었을 때 벌써부터 언제 다 읽을까라는 한숨부터 내쉬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딱딱하고 두꺼운 책이 아니다. 오히려 230쪽에 불과한 웬만한 시집 두께에 불과하고 안에 쓰인 단어들 또한 풀어쓴 안광복씨의 말을 빌리자면 '중학교 3학년' 수준의 어휘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렇게 양이 적고 단어가 쉬우니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빈약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게다가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의 고전인데 이렇게 양이 적고 이해하기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원래 이 책은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독서 아카데미>에서 첫번째로 읽을 책으로 선정할 책이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선택하면 사람이 질려서 참가 안 할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나름 <평범한>, 혹은 <평범하게 보이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얇은(?)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생각한 것들이 존재한다. 특히 정의로움의 의미, 죽음과 인간다운 삶, 민주주의의 이상과 허상, 비판적 지식인의 삶에 대해 수많은 생각거리와 가르침이 담겨져 있는 좋은 책이다.

 

 일단 가장 먼저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물음을 소크라테스는 던지고 있다. 옮긴이가 서술한대로 '국민의 뜻은 올바르며 다수의 의견은 정의롭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신념이지만 중우정치에 빠져 이 신념이 항상 옳지는 못하다는 것이 소크라테스는 불만이었다. 게다가 당시 아테네 정세가 30인 참주 독재 이후 일어난 쿠테타의 주역과 소크라테스가 가까운 관계에 있었으므로 스크라테스가 고발된 근본적인 원인이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라고 선동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한 '멜레토스 일당'이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것이라고 옮긴이는 생각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배체제'에 대한 도전은 강력한 응징을 받아 왔다.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해주는 체제나 이데올로기를 흔드는 일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나라의 지배 관념인 민족주의,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은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풍자되는 '국가 보안법'에 의해 강력히 제제를 받았으며 5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법'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죄없는 젊은이를 죽인 '법살'이 자행되었었다. 이를 보면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그대로 2000년 정도 후에 나름 민주국가이자 법치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재생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아테네''대한민국'이 다른 점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란 체제와 국가를 반대하면 그것이 바로 죄목이 되어 사람을 죽였지만 아테네는 최소한 이런 논의를 한 것만으로는 사람을 고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죄목으로 '민주주의 전복'이라고 하지 않고 '젊은이를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괴상한 죄목으로 법정에 세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독재정치보다 우월한 정치체제인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과거 <은하영웅전설>이라는 SF소설을 보면 그 책의 글쓴이도 나름 이런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주인공 <양 웬리>가 아버지에게 '왜 사람들은 황제의 등극을 보고 있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것을 싫어한다. 만약 자신에게 자유가 주어져 선택하여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 경우 모든 비난은 자신이 지어야하지만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 줄 경우 그 사람만 비난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황제의 등극을 굉장히 반기었다'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이와 같이 사람은 어떤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서 선거 등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이다.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는 현존하는 모든 정부는 왕정, 귀족정, 민주정의 형태 중 하나에 해당하며 각 형태는 나름대로의 타락한 형태를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수정한 '키케로'는 이상적인 국가는 위 세가지 정치체제가 혼합된 혼합정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로는 '민주정'이 세 가지 형태 중 최악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이후 혼란한 로마 정치나 키케로 자신 또한 귀족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주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점점 타락한 형태로 변하고 있는 듯 하다. 결국 후에 폴리스 국가로서의 끝을 맞이하고 귀족정과 왕정의 단계를 거처서 다시 현재의 민주정으로 바뀌었지만 과연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이 잘 맞아 들어갈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일 듯 하다.

 

 이 외에 90년대에 들어서 이런 '중의정치'에 대한 대안으로 이른바 <심의민주주의>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즉, 어떤 의사결정에 앞서서 토론회나 청문회릍 통해 이런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심의민주주의는 인터넷 문명의 발달로 인해 좀 더 현실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는 토론회나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여도 TV에서 방영해주지 않으면 좀처럼 알 수 없었으나 얼마전 <쇠고기 청문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다음이나 네이버 등을 통해서 집 안에서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심의민주주의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토론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입장에서 인기에 영합하는 주장을 배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결국 이런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민 의식>의 고양 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크라테스는 '약한 논증을 강하게 한다'는 고소 내용을 논박한다. 이런 스크라테스에 대한 비판은 현재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변호사의 경우 저런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형법은 증거보전 등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룰 수 있는 '검사'를 강자로 생각하고 상대적 약자인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보다는 피고인을 위해 변호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런 '검사''변호인'의 논쟁 속에서 <실체적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정의 구현이라는 형법의 이상과 피고인 보호라는 인권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결론으로 치달을 수록 '정의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위해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죽음을 당당하게 맞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 정의가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조만간에 거의 모든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롤스>'정의론'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상을 위해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많은 교훈을 주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틀리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아서 <등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신의 이상신념이 진실이라고 어떻게 단언하겠는가? 오히려 이런 이상과 신념을 주입하는 사람들은 순교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예컨데 왜 후세인은 순교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끝까지 구구한 생명을 보전하려고 애썼을까? 그리고 자살폭탄테러를 지시하는 사람들은 왜 자신이 직접 뛰어들지 않는가? 오히려 지도자급은 뒤에서 물러서서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예를 들지만 <은하영웅전설>에서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많은 목숨이 사라져도 지도자인 트류니히트는 오히려 제국편에 붙어서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았던가? 이런 모습은 동맹군 라프의 약혼녀이자 반전론자인 제시카가 트류니히트의 선거 유세장에서 한 대화에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결국 나의 생각은 자신의 목숨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은 '아무도 읽지 않는' <고전>이지만 양도 적고 쉽게 읽히는 책이고 비록 얇은 책이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게다가 옮긴이가 깔끔하게 번역하고 곳곳에 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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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진리나무 -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다!
안광복 지음 / 궁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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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일반적으로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머릿말>이다. 머릿말은 글쓴이와 독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머릿말만 제대로 읽어도 책의 절반은 소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머릿말을 통해 글쓴이가 얼마나 책을 쓰는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으며 독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은 책을 읽을 때 머릿말을 읽어보고 상투적인 머릿말이나 귀찮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은 아예 집어 보지도 않는다. 글쓴이와 독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을 성의없이 쓴 책이 과연 다른 부분이라고 안 그럴까? 이런 책을 볼 시간에는 차라리 다른 책을 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시간을 보전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머릿말>을 보면 글쓴이의 진실한 감정이 담겨 있는 듯 하다. 한창 인문계의 위기가 다가왔을 때 인문계, 그것도 가장 돈이 안된다는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서의 고민과 현실과 타협하여 중동고 교사로 부임하면서 <전업 철학자>가 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철학과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면서 비록 전업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라는 것을 깨닫고 학생과의 상호소통을 통해 스스로를 <임상 철학자>로 재탄생했다고 담담히 소회하고 있다. 그런 그가 하나의 <진리나무>, 즉 철학의 조그마한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고 철학초보자로 하여금 '생각함의 씨앗'을 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현학적인 내용부터 시사적인 내용, 어쩌면 현실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예컨데 순결의 의무는 왜 중요한가?)까지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다. 또한 각 마당 마지막에 <생각의 곁가지>라는 것으로 한두가지 문제를, <거름이 되는 책>을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한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이런 점이 이 책의 가치를 굉장히 올려주고 있다. 단순히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문제와 책을 소개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려주는 것이 바로 글쓴이가 원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 일단 먼저 이 책의 글들은 <동아일보> 이지논술 섹션에 연재되던 것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은근히 보수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것에서 느낄 수 있는데 글쓴이는 미국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살폭탄테러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왜 그들이 자살폭탄테러에 나설 수 밖에 없는지 반성하지 않는 '비판'은 오직 '비난'에 불과할 뿐이다. 이 외에도 박정희나 새만금 간척 등에서 글쓴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각 주제마다 <중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게 사지만 그러다보니 장, 단점이 비교적 확실한 문제에 있어서도 <양비론>에 빠지고 있다. 물론 양비론이 무조건 배척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했어'라는 식의 양비론은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이런 점은 이른바 '지식인''인터넷 문화'를 다루는 부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글쓴이 <안광복>씨가 쓴 책 중에서는 가장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실질적으로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는 기존에 출판했던 책을 이름만 바꿔서 낸 책에 불과하고 이 책은 글쓴이가 많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게다가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에서 눈을 거슬리게 했던 오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근본적인 생각을 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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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 서양의 대표 철학자 38인과 시작하는 철학의 첫걸음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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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중동교 철학 교사로 있는 <안광복>씨의 책 중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 다음으로 읽은 책이다. 일단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은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앞서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에서 서양과 동양, 한국의 25명의 철학자의 삶에 대해 중점을 두어 철학 초보자를 위해 책을 출판하였다. 그 책이 2001년에 나왔고 이 책이 2007년에 나왔으니 자그만치 6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온 책이다. 6년이면 자그만치 군대를 3번 갔다올 정도의 시간이다. 그정도의 시간 동안 고작 이정도의 발전에 그치고 만 것은 너무도 아쉽다.

 

 앞서 25명의 철학자의 수가 38명의 수로 늘어났을 뿐 겹치는 철학자의 경우 앞선 책에서 있는 내용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보이는 오타와 결정적으로 '문어체''구어체'의 혼용은 무엇인가? 큰 틀은 문어체를 유지하면서 곳곳에 '했단다'라는 식으로 구어체가 나오는 것은 글쓴이와 편집자가 제대로 교정을 보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커다란 실수이다. 물론 앞선 책에 대해 내가 지적한 것과 같이 표지를 멋있게 바꾸고 왠지 있어보이게 만든 점은 높게 사지만 책의 가치는 책의 내용에 있으며 정확한 교정은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앞서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철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높이 평가할 점은 각 철학자 끝에 나오는 '철학 실험실''원전 속으로', '철학자의 뒤안길'같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둠으로써 단순히 지식을 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목표인 '생각하는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 밖에 각 철학자의 삶을 소개한 후에 그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안광복씨가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많다. 이런 것들을 통해 글쓴이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데 주로 글쓴이는 '이성'을 강조하는 철학 사조보다는 이의 부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애쓴 철학자들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신'에 대해 부정적이고 약간은 보수적인 느낌을 받게 되었으며 철학자답게 끊임없이 진리릍 탐구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독자는 명심해야 할 것은 각 철학자들에 대한 평가는 '자신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인 안광복씨의 설명은 단순히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으로 서양 철학에 접하고자 하는 자는 이 책을 통해 먼저 각 철학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를 척도로 각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어 스스로의 생각과 철학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길에 이 책은 비록 많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동반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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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
안광복 지음 / 신원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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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본인은 요새 책에 파뭍혀 살고 있다. 특히 독서 클럽 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이번주는 지은이 <안광복>에 대한 책들만 모아서 읽고 읽는 중이다. 안광복은 서강 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중동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재직중이다. 보통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책을 집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물과 책을 쓰는 이른바 '공부하는 교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철학'이란 어려운 학문을 '교수'가 아닌 고작 고등학교 '교사'가 연구하여 책을 내 놓는다고 하면 별로 신뢰를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선입견을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하건데 <안광복>이란 사람에 대해 알기 전이였다면 다른 책을 고를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게다가 책 제목도 <청소년을 위한~>이란 제목이지 않은가?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남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책표지도 '세련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책 제목 또한 남에게 자랑하기에는 좋지 않는 제목이다보니 많이 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이 글쓴이의 머릿말을 읽으면서이다. 특히 과거 고등학교 시절 <고교 독서 평설>(지학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모르던 많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고교 독서 평설>에 연재되었던 것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그리고 아직 철학이 뭔지도 모르는 본인에게 있어서 철학자들의 '사상'보다는 '삶'에 중점을 둔 책으로서 철학 초보자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서양, 동양, 한국의 총 25명의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에게 어렵지 않도록 철학자들의 사상은 최소화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철학이 좀 더 쉽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즉,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그 글쓴이와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이 책은 철학의 지침서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중간중간 글쓴이의 생각이 들어간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행간에 나타난 글쓴이의 생각을 살펴보면 '철학자'란 무엇인지, '철학'이란 무엇이고 '철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생각 또한 읽을 수 있다.

 

 이제 칭찬을 했으니 잘못된 점도 지적해야겠다. 일단 오타가 눈에 보인다. 많은 오타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하나의 오타라도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글쓴이와 편집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록 책 표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임은 잘 알지만 이제 표지를 바꿀 때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 머릿말에 나타난대로 글쓴이에게 학자와 교사의 길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면서 학문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늘 배려해 준 중동고등학교 교장 같은 분들이 있어서 이른바 '교수'가 아니더라도 이런 좋은 책을 써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통 고등학교 교사라면 더이상 학문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의 글쓴이를 보고 많은 고등학교 교사들이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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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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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점점 더워지고 있고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길거리의 여성들의 치마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더위로 인해 밤에도 잠을 바로 이루기 쉽지 않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추리소설이 아닐까? 괜히 여름에 추리소설이 속된 말로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아닐 듯 싶다. 자 그런데 추리소설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미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시티 등을 통해 눈이 높아진데다가 추리소설은 그 특성상 다른 책처럼 미리 읽어 보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추리소설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아 보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경우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인 PGR21이라는 곳에서 <책 추천 이벤트>를 하였는데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추천한 책이 바로 이 <13계단>이었다. 일단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면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임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책이다. 결국 기본적으로 사형수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이야기라는 것은 대충 표지만 보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은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집행만을 남겨둔 '사카키바라 료'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익명의 독지자가 내건 거액의 현상금을 노리고 교도관 퇴임을 앞둔 난고와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료의 유일한 기억인 <계단>을 찾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책이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멈추지만 이 책의 트릭과 반전은 내가 2000년대에 들어서 본 추리소설 중에서는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본인의 경우 책을 읽으면서 뭔가 '냄새'를 풍기는 곳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았고 스스로 작가가 숨겨놓은 트릭은 전부 맞췄다고 생각하였으나 마지막에 뒷통수를 맞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디 지하철 내에서는 읽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에 빠져서 내릴 정거장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이런 트릭과 플롯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형수''교도관'을 등장시켜서 사형제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189페이지에서 교도관을 지낸 난고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강도짓을 하여 사형 언도를 받고 종교에 귀의한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을 회고함으로써 사형제도의 모순을 잘 나타나고 있다. 조금 길지만 그대로 옮겨보겠다.

 

"신부님 고백 성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신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 꿇은 사형수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제단 위의 십자가를 등지고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의 평생에 걸친 죄, 전능하신 하느님을 거역한 것을 회개합니까?"

"네"

"나는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 신의 말씀을 듣고 난고는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160번이 범한 죄를 신은 용서했으나 인간은 용서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누군가가 누명을 쓰고 사형수로 죽으면 진범이 밝혀지고 그 진범에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어도 판결의 연속성을 위해 사형 판결을 고집할 것이라는 것 등 우리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이 책은 주고 있다.

 

 혹시 아직까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바로 사던가 빌려보도록 하라. 다만 절대 밤에는 보지 말도록. 분명히 이 책에 빠져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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