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웃자 광대여 (Ridi pagliacci)

코미디는 끝났다.(La commedia e finita)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인 [코미디는 끝났다]는 바로 오페라 [팔리아치]비극적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에서 차용된 것이고 이 책의 맨 처음에도 위 글귀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런만큼 어느정도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본 독자라면 이것만 봐도 이 소설의 끝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리라.

 

 요새 부쩍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열대야가 심해져서 잠 못 이루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누구나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과거 <애거서 크리스티><셜록 홈즈>를 읽고 나서 과감히 더 이상의 추리소설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는데 이런 나의 선입견을 박살 낸 것이 한 달여 전에 읽은 [13계단]이었다. 이 후 나의 선인견은 "국내 추리소설 시장은 죽었다"로 바뀌었었다. 그러던 중에 2008년 우리나라 작가가 펴낸 첫 번째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이 책을 보고 나서 얼마나 국내 추리소설의 기반이 척벅한지 다시 알 수 있었다. 자그만치 반년이 넘을 동안 추리소설 1권이 나오지 않았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만큼 과연 이 책이 나의 선입견을 바뀌어 줄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국내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이진수'의 살인범과 형사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가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하는 이진수가 결국 죽임을 당하며 과연 이진수의 살인범이 누구인가에 대해 촛점을 두고 이 책을 읽게 된다.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 D"

 

라는 문자가 하루가 지날때마다 반복되고 이에 주인공은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에 점점 주인공은 로드 매니저인 장인호, 과거 연인이었던 오미영, 개그맨 선배 김웅, 영화배우 스티브와 그와 교제했었던 이소미, 그리고 소속사 사장 유일선 등… 점점 글쓴이는 주위사람을 <D>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대략 '이진수'의 살인범이 누구인지와 그 트릭에 대해서는 대략 1/3 지점 쯤에서 눈치를 챈 것 같다. 얼마 전에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통해 심리 추리소설의 트릭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된 탓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트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아야 머릿 속의 안개가 걷치고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D"는 누구고 그와 "레이저 킬러"와의 관계는? 그리고 "레이저 킬러"는 또 누구인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5"의 의미는?

 

 비록 결론은 조금 식상하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무대에서 웃고 있어야만 하는 '코미디언'의 가면 뒤에 숨겨진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주인공을 통해 공포에 떠는 현대와 현대인의 모습을 잘 드러낸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척박한 한국 추리소설계에 계속되는 작품활동을 하는 글쓴이의 도전과 노력에도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이런 글쓴이가 있는한 한국 추리소설의 맥을 끊기지 않으리라…

 



웃자 광대여 (Ridi pagliacci)

코미디는 끝났다.(La commedia e finita)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 중에서-

 

이런 대사와 같이 과연 맨 마지막에 웃는 광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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