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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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 'Richard Dokins'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 분야, 특히 생물학의 교양서적으로 필수도서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생물학 전반에 정통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나 입장에서는 동질감을 느끼는 학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개인적으로는 졸린(!!) 책이었다. 이미 3학년으로서 생명공학 전반의 기초가 닦여져 있는 상태에서 읽어 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그저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쓴 '일반 생물학' 교과서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Richard Dokins'가 새로운 책, 그것도 '종교'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하였다. 그는 분명히 훌륭한 생물학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는 하나 '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이다. 그런 점에서 비전문가가 쓴 것이 분명한 '종교' 서적은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중에 기독교인인 후배로부터 이 책을 강력 권유받게 되었고 결국 '지름신'이 강림하여 지르게 되었는데 맨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그 두께에서부터 질리게 되었다. 자그만치 600여쪽에 달하는 책이라니!!! 결국 엄두가 안나서 사놓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후배가 이 책을 읽고 이른바 '신앙에 대한 시험'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읽기를 결심하였다.

 

 아무래도 '종교'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먼저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의 '종교관'을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백하건데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면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 겸 변리사를 꿈꾸는 학생이기도 하다.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라 함은 교회에는 꼬박 꼬박 나가지만 아직 믿음이 부족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점에서 생물학 학자이면서 무신론자'Richard Dokins'와 비교된다. 나 같은 경우는 '생명공학'을 공부하면 할 수록 뭔가 알 수 없는 절대자가 생명을 창조했을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으며 그 절대자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지는 현재 의심하면서 꾸준한 성경 공부를 통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니 만큼 최소한 생명공학적인 면에서는 'Richard Dokins'와 다른 견해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생명공학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다윈주의'를 신봉하고 '신'이 없음을 입증하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비교적 흠 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논증하고 있는 타당성있게 보이는 증거들은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의문이 가는 점만 지적하도록 하겠다. 먼저 그는 이 책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얼버무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210쪽 '인본원리 : 우주편'에서 생명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타당성 없는 주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생물학계에서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이른바 '생명에서부터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일단 어떤 생물이 탄생한 후부터는 그 위대한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여러가지 생명으로 부화할 수 있었지만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에서는 전혀 정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아직 그 어떤 실험실에서도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들었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Richard Dokins'는 비록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그 확률을 커버할 만큼 넓기 때문에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은 애초부터 틀린 것이다. 아예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0'인데 어떻게 이런 논증이 가능하단 말인가? 현재 실험적으로 가능한 것은 RNAAmino acid 정도는 무기물로부터 합성할 수 있으나 이것은 절대 '생명'이 아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자면 이른바 '밈(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의 단위를 설명한 것인데 이 '밈 이론'은 절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증명된 이론이 아니다. 이를 'Richard Dokins'는 교묘하게 마치 정설인 것이고 '밈(meme)'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도록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 '밈(meme)'는 실존하는 물질이나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증명된 정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Richard Dokins'는 주장하여 종교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데 논거로써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적합한 사용방법이 아니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 정도가 이 책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그 밖에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훌륭하다. 특히 지구의 나이가 '고작 1만 년 전'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창조과학회'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실제 운석의 반감기로 예측한 지구의 나이는 약 43억년 전이다.) 하지만 그 근거인 운석의 반감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으면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유용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 성서, 특히 구약에 대한 비판은 이름뿐인 '기독교인'이지만 일응 타당하다고 느낀 점이 많았다. 다만, 여러가지 '말'들을 인용하면서 책 보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문헌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 이미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얼마나 이른바 '낚시꾼'이 많은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신뢰도가 반감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결점들이 있지만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신은 없다!'라는 주장은 많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과연 나는 'Richard Dokins'의 시험으로부터 통과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시험'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책을 추천하겠다. 그것은 [도킨스의 망상]이란 책이다. 이 책은 위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면 '신'을 옹호하는 책이다. 본인의 경우 [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 순서로 읽었지만 원칙적으로 그 역순으로 읽고 나서 자신이 '시험'을 통과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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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 2009-01-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기원에 대한 자연발생확률 0이라고 말하신 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무기물질에서 유기생명체를 만든 경우가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매우매우 불가능한 일을 객관적으로 확률 0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즉, 객관성을 믿는 불가지론자로서 정말로 신이 존재하여 생명을 탄생시켰거나, 극도로 낮은 확률속에서 생명이 시작했다의 두가지 가정이 아직까지 존재한다고 봅니다.
단순 유기물질이외의 의미있는 생명 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사실이 자연현상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확률은 0% 이라는 것을 말하진 않으니까요

암향부동 2009-01-22 09:42   좋아요 0 | URL
물론 자연발생률이 극도로 확률이 낮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0%는 아니겠군요. 하지만 "~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회의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면 데카르트가 말한대로 "생각하는 나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100% 혹은 0%라고 말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0-03-1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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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내가 구입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북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는 5만원 이상 구입하면 특별 마일리지로 2000점을 더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데 5만원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나의 구입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책들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책들이 2만원 정도이지 않은가? 결국 그냥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적당한 가격(?)의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것이 이 책이었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주제의 책들만 읽었다가 조금은 가벼운 주제의 책들을 읽어보려던 중에 이 책의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일단 [철학 콘서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무거운 주제인 철학콘서트와 같이 일반인에게 쉽게 소개하는 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결국 조금이라도 쉽게 철학에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깨달은 것은 역시 나는 '무거운' 책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 공자, 예수, 퇴계 이황, 토커스 모어,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노자 이렇게 총 10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총 285쪽인 이 책에서 10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는 분량은 각 철학자마자 대략 30쪽을 넘지 않는다. 누군가 30쪽으로 위대한 철학자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웃음을 금치 못 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각 철학자를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평소에 두껍고 무거운 책을 싫어한다면 철학을 소개하는 입문서로서 이 책은 가치를 가지겠지만 최소한 나는 두껍고 무거운 책 보다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마치 '솜털'과 같은 가벼움이 느껴지는 책을 더 싫어한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좀 걸린다. 물론, 다양한 경험(특히, 노동운동)을 통해서 어느정도 철학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 깊이는 철학을 전공하는 자보다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이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철학자를 소개하는 장 끝에서 각 철학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고전'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철학자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지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글쓴이는 각 장 끝에서 철학자들의 대표작의 제목과 간단한 소개를 덧붙여 철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보면 글쓴이는 이 책을 '철학의 소개' 그 이상의 것을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을 읽은 후에 각 장에 소개된 '고전'을 읽어서 각 철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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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개역판 까치글방 86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외 옮김 / 까치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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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군주론]에 대해서는 과거에서부터 읽어볼 생각이 있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주저했던 이유는 첫째, 일반적으로 '고전'을 좀 어렵고 두꺼울 것이다라는 선입관과 둘째, 서점에 존재하는 수많은 번역본들 때문이다. 하지만 [군주론]은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 [전쟁론]이나 [과학 혁명의 구조] 등에 비할 바가 아니며 본문 내용은 '고작' 177쪽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점에 존재하는 수많은 번역본들은 과연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한다. 분명한 것은 [군주론]은 아직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부 영역본을 중역한 책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는 강정인 교수가 번역한 [군주론]이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뛰어난 번역본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읽기도 힘들지만 서평이나 요약하기에도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많은 분들이 읽고 연구하는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다는 점이 굉장히 낯 뜨거운 일이며 자신의 지적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서평 쓰기에 주저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이 책을 비록 읽었지만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글쓴이의 처해진 상황에 대한 지식이 없고서는 고작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나는 정치외교학이나 이탈리아 역사를 공부한 적이 전무하기 때문에 [군주론]을 온전히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운 책이라도 계속 되풀이하여 읽다보면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싶어하는 속내를 알 수 있다. 나도 계속하여 이 책을 읽으므로하여 이 책을 집필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먼저 [군주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상황과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래 마키아벨리는 1498년 피렌체 공화정에 발탁되어 14년 동안 많은 외교적 임무를 띠고 외국에 파견되었으나 1512년 갑작스런 피렌체 공화정의 붕괴와 더불어 그의 공직생활도 끝나게 되었으며 1513년 2월에 불발로 끝난 정권에 대한 음모에 가담했다는 죄로 투옥되어 고문받은 끝에 자신의 농장에서 은둔하게 되었으며 1513년 후반에 [군주론]이 완성되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글쓴이가 [군주론]을 집필한 이유는 현재 피렌체의 군주인 메디치 가에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능력을 입증하는 책을 헌정함으로써 그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고, 나아가서 공직에 복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군주론]은 군주제가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역설하는 내용일 수 밖에 없었으며 하지만 공직 복귀가 불가능해진 이후에 집필한 [로마사 논고]에서는 군주제 이후에는 공화제로 정치체제가 바뀌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결국 [군주론]을 이해할때도 이런 글쓴이와 시대 상황에 대해 잘 고려해보면 행간에 숨어있는 진실로 마키아벨리가 말하고 하는 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군주론]을 통해 드러나 글쓴이의 정치사상은 대표적인 현실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역역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근대 정치사상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특히 그는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공적인 윤리와 사적인 윤리를 구별하면서 군주에게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서 비정하고 냉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혼의 구원을 원하는 자는 차라리 정치영역에 들어서지 않는 편이 좋으리라고 고백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력욕'에 못이겨 정치영역에 발을 내딛다가 그동안 쌓아 왔던 명성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던가? 이를 보면 '정치'라 함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돈이 든 성배'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어서 마키아벨리는 정치에 있어서 '외양'(appearanc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통치자는 능란한 위선자요 가장자여야 하며 성실함, 자비, 인간애 및 신실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역자의 해제를 참고하자면 역자는 '서구에서 민중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투쟁을 통해서 확보된 현대의 민주주의가 절차적으로 민주주의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에서 인민주권론과 민주주의를 이름뿐인 허울에 불과헤 만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정치적 선전과 상징조작 - 곧 외양의 조작 -에 근거한 대중정치라는 점만을 지적하고자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면 역자는 최소한 '외양'에 대해서 만큼은 마키아벨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즉, 과거 군주제 아래에서는 군주가 보여주는 '외양'이 정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면 현대 민주주의 아래서는 '외양'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대중정치'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이어서 당시 시대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군대'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당시에는 용병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어떠한 군주도 자신의 군대를 양성하지 않는 한, 훌륭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이야 상비군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신민들에 의해서 사랑받는 군주라면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결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군주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주론]은 이와 같이 현실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역역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주장하여 이른바 기독교적 윤리가 정치영역에서는 오히려 '나쁜 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주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9.11 이후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된 세계 정치 역학관계에서도 이런 점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에 수많은 오역으로 가득찬 번역본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타나 있다. 특히 글쓴이는 이런 번역본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오역본이 가득한 이 상황이 독자들의 무감각과 지적 풍토 일반의 책임이며 이러한 책이 널리 보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의 이른바 '고급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단면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에 자신이 번역한 "이 책은 이탈리아어에 능숙하고 정치사상사 일반은 물론 마키아벨리 사상에도 정통한 번역자가 [군주론]에 대한 탁월한 번역서를 낼 때까지, 잠정적이고 과도기적인 가치를 지닐뿐이다"라고 다시 한번 제대로된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나 또한 비록 이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완역 [군주론]이 나온다면 당장 구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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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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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영화든 책이든 이른바 '스포모어 징크스(The Sophomore Jinx)'가 존재한다. 이 책 또한 '지식e - 시즌1'이 엄청난 찬사를 받았기 때문에 두번째 책을 발간함에 있어서 많은 부담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본인은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먼저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워낙 1권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2권이 출간되자마자 고민하지않고 바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결론적으로 나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이번에는 인간의 4가지 감정인 '희노애락(喜怒哀)'이란 소제목으로 각각 10개의 챕터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총 40개의 챕터가 소개되어 있는데 인상적인 것만 이야기 해보자면 6번째 에피소드인 [눈의 착각]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

때로는 학습이 가장 큰 착각의 요소다.

-지식e-

란 글을 통해 학습을 통해 내재된 선입견, 선입관이 착각의 큰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며

 

 7번째 에피소드인 '술'에서

 폭탄주?

공직자와 재계에서는

인지상정의 미풍양속을 구현하기 위해 애용

이란 글을 통해 '인지상정의 미풍양속'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 눈치있으신 분들은 지식e 편집자들이 '인지상정의 미풍양속'를 통해 우회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8번째 에피소드인 [길 위의 인생]에서 최민식 선생님이 사진과 창작철학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260쪽의 어린이의 사진이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가져다 주었다. 최민식 선생님은 자신의 창작철학에 대해

"나에게 있어 사진창작은 민중의 삶의 문제를 의식하는 것, 민중의 참상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인권의 존엄성을 호소하고 권력의 부정을 고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현실이 가진 구조적 모순을 알리기 위해서는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사랑이 먼저 사진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요새는 사진기가 많이 보급되어 왠만한 사람도 비싼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과연 자신의 창작철학이 비싼 사진가의 값을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正生]이란 호를 쓰시는 정생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지식e 시즌2]의 끝을 잘 마무리해준다. 특히 어렸을 때 고생했던 삶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재산을 전부 북한 어린이에게 보내달라는 유언, 그리고 자신의 어두운 동화에 대한 신념을 보면 나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지식e]은 차가운 현실에 대한 따뜻한 정보와 뜨거운 지성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머릿말 대신 써있는 2개의 명제를 보면 [지식e]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알 수 있다.

 

Cogito ergo sum :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Sentio ergo sum :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생각', '느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 이 책에 대해 정말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다음에 나올 [지식e - 시즌3]이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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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리바이어던 -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e시대의 절대사상 2
김용환 지음 / 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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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양 정치철학사를 공부 하는 순서는 플라톤의 '국가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먼저 읽은 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나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로크의 '사회계약론' 순서를 쫓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하지만 선행 지식이 없었던 나는 아무래도 가장 유명했던 '군주론'을 읽은 후 '리바이어던'을 읽게 되었다. 그 결과 그 두 권의 책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여러움이 있었다. 특히 '리바이어던'의 경우 대부분의 책들이 [발췌] 번역을 해 놓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막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으며 정치외교학과 전공이 아닌 대학생의 입장으로서는 이해하기가 굉장히 난해하였다. 한국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이 책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가 번역에 앞서 책의 절반 정도를 홉스의 사상과 철학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먼저 홉스는 '리바이어던' 21장 '백성의 자유'에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양도함에도 끝내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홉스는 '묵비권''양심적인 병역 거부'의 권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탈영하거나 전투를 피하는 병사의 경우에도 이들이 불명예스럽거나 비겁하다는 비난은 받을 수 있으나 부정의하다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홉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자신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로 절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홉스는 '국가 붕괴'의 원인으로 잘못된 교설들을 가르침으로써 백성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국가를 붕괴시키고 반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홉스는 성직자들과 스토아학파 학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당시 유럽 사회가 교회와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함으로써 영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교회가 국가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고 이로써 분열을 조장하고 반란을 선동하여 국가가 분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마키아벨리'[군주론]을 봐도 알겠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교황으로 인해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프랑스, 에스파냐 등의 침략을 받았는지를 보면 이런 홉스의 비판은 타당하다.

 

 그리고 홉스는 종교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공적(公的)으로 허용되면 종교가 되고 허용되지 않으면 미신으로 된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신을 만들었는데, 자신이 경배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종교라 이름 붙이고 다른 사람의 것에 대해서는 미신이라 부른다."

 

 또한, 홉스는 박해와 처형을 피하기 위해 외형적으로 우상을 경배하는 것은 자기보존에 대한 권리가 최우선적이기 때문에 용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순교를 상당히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하나님의 명령'이라 사칭하여 교회, 교파 도는 성직자 개인의 사익을 도모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예루살렘 성지의 회복이란 명분으로 일으킨 십자군 전쟁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지하드(聖戰)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는 순교라 불릴 수 없다. 그리고 제 43장에서 성서의 어디에서도 교회의 무오류성, 더 나아가서 어떤 특정한 교회의 무오류성, 특히 특정한 인간의 무오류성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또한 홉스는 4장 [어둠의 왕국론]에서 교회가 천국과 지옥, 천사와 귀신 이야기 그리고 악령 등을 말함으로서 사람들을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특히 요정, 걸어 다니는 유령 같은 것에 대한 의견들이 의도적으로 가르쳐져 왔거나 반박되지 않았으며 이는 십자가나 성수 그리고 신들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른 것들이 악령 추방에 효능이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교회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와 인공적인 상징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정신세계마저 지배하려고 한다고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결국 이런 홉스의 성직자에 대한 비판은 그로 하여금 평생에 걸쳐 교회와 성직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신변의 위협을 받게 만들었다. 그는 무신론자라거나 신성 모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으며 북 아일랜드 런던데리의 주교를 지낸 브럼홀 감독과의 논쟁이나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신론과 신성모독을 처벌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을 때 홉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엮은이는 [리바이어던]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화 시대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존재 상황은 홉스가 말하고 있는 자연 상태 또는 전쟁 상태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인류가 파멸로 가지 않고 자유로운 시민사회로 남을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의 힘과 자기보존 본능, 그리고 계약의 정신이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이며 여기에 홉스의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통에 기대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철학을 세움으로써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결국 [리바이어던]은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홉스의 대표작으로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가지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교회, 성직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당시 타락했던 교회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였으며 얼핏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듯하지만 개인의 생존권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절대군주정과 공화정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는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당시 영국의 시민혁명 아래에서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마키아벨리'[군주론]과 같이 교황청의 금서로 지정되는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굉장히 아쉽다. 대부분의 책들이 홉스의 국가론이 시작되는 1, 2장 위주로 번역하고 있을 뿐이고, 홉스의 종교관이 나타나는 3장, 4장은 대부분 [발췌]번역을 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이 많아서 부담스러워서 그랬을까? 결국 이 책도 후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나올때 까지의 과도기적 역활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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