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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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 'Richard Dokins'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 분야, 특히 생물학의 교양서적으로 필수도서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생물학 전반에 정통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나 입장에서는 동질감을 느끼는 학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개인적으로는 졸린(!!) 책이었다. 이미 3학년으로서 생명공학 전반의 기초가 닦여져 있는 상태에서 읽어 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그저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쓴 '일반 생물학' 교과서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Richard Dokins'가 새로운 책, 그것도 '종교'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하였다. 그는 분명히 훌륭한 생물학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는 하나 '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이다. 그런 점에서 비전문가가 쓴 것이 분명한 '종교' 서적은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중에 기독교인인 후배로부터 이 책을 강력 권유받게 되었고 결국 '지름신'이 강림하여 지르게 되었는데 맨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그 두께에서부터 질리게 되었다. 자그만치 600여쪽에 달하는 책이라니!!! 결국 엄두가 안나서 사놓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후배가 이 책을 읽고 이른바 '신앙에 대한 시험'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읽기를 결심하였다.

 

 아무래도 '종교'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먼저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의 '종교관'을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백하건데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면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 겸 변리사를 꿈꾸는 학생이기도 하다.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라 함은 교회에는 꼬박 꼬박 나가지만 아직 믿음이 부족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점에서 생물학 학자이면서 무신론자'Richard Dokins'와 비교된다. 나 같은 경우는 '생명공학'을 공부하면 할 수록 뭔가 알 수 없는 절대자가 생명을 창조했을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으며 그 절대자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지는 현재 의심하면서 꾸준한 성경 공부를 통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니 만큼 최소한 생명공학적인 면에서는 'Richard Dokins'와 다른 견해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생명공학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다윈주의'를 신봉하고 '신'이 없음을 입증하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비교적 흠 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논증하고 있는 타당성있게 보이는 증거들은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의문이 가는 점만 지적하도록 하겠다. 먼저 그는 이 책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얼버무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210쪽 '인본원리 : 우주편'에서 생명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타당성 없는 주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생물학계에서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이른바 '생명에서부터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일단 어떤 생물이 탄생한 후부터는 그 위대한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여러가지 생명으로 부화할 수 있었지만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에서는 전혀 정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아직 그 어떤 실험실에서도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들었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Richard Dokins'는 비록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그 확률을 커버할 만큼 넓기 때문에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은 애초부터 틀린 것이다. 아예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0'인데 어떻게 이런 논증이 가능하단 말인가? 현재 실험적으로 가능한 것은 RNAAmino acid 정도는 무기물로부터 합성할 수 있으나 이것은 절대 '생명'이 아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자면 이른바 '밈(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의 단위를 설명한 것인데 이 '밈 이론'은 절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증명된 이론이 아니다. 이를 'Richard Dokins'는 교묘하게 마치 정설인 것이고 '밈(meme)'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도록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 '밈(meme)'는 실존하는 물질이나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증명된 정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Richard Dokins'는 주장하여 종교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데 논거로써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적합한 사용방법이 아니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 정도가 이 책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그 밖에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훌륭하다. 특히 지구의 나이가 '고작 1만 년 전'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창조과학회'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실제 운석의 반감기로 예측한 지구의 나이는 약 43억년 전이다.) 하지만 그 근거인 운석의 반감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으면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유용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 성서, 특히 구약에 대한 비판은 이름뿐인 '기독교인'이지만 일응 타당하다고 느낀 점이 많았다. 다만, 여러가지 '말'들을 인용하면서 책 보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문헌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 이미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얼마나 이른바 '낚시꾼'이 많은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신뢰도가 반감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결점들이 있지만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신은 없다!'라는 주장은 많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과연 나는 'Richard Dokins'의 시험으로부터 통과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시험'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책을 추천하겠다. 그것은 [도킨스의 망상]이란 책이다. 이 책은 위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면 '신'을 옹호하는 책이다. 본인의 경우 [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 순서로 읽었지만 원칙적으로 그 역순으로 읽고 나서 자신이 '시험'을 통과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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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 2009-01-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기원에 대한 자연발생확률 0이라고 말하신 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무기물질에서 유기생명체를 만든 경우가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매우매우 불가능한 일을 객관적으로 확률 0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즉, 객관성을 믿는 불가지론자로서 정말로 신이 존재하여 생명을 탄생시켰거나, 극도로 낮은 확률속에서 생명이 시작했다의 두가지 가정이 아직까지 존재한다고 봅니다.
단순 유기물질이외의 의미있는 생명 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사실이 자연현상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확률은 0% 이라는 것을 말하진 않으니까요

암향부동 2009-01-22 09:42   좋아요 0 | URL
물론 자연발생률이 극도로 확률이 낮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0%는 아니겠군요. 하지만 "~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회의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면 데카르트가 말한대로 "생각하는 나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100% 혹은 0%라고 말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0-03-1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