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 서양의 대표 철학자 38인과 시작하는 철학의 첫걸음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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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중동교 철학 교사로 있는 <안광복>씨의 책 중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 다음으로 읽은 책이다. 일단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은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앞서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에서 서양과 동양, 한국의 25명의 철학자의 삶에 대해 중점을 두어 철학 초보자를 위해 책을 출판하였다. 그 책이 2001년에 나왔고 이 책이 2007년에 나왔으니 자그만치 6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온 책이다. 6년이면 자그만치 군대를 3번 갔다올 정도의 시간이다. 그정도의 시간 동안 고작 이정도의 발전에 그치고 만 것은 너무도 아쉽다.

 

 앞서 25명의 철학자의 수가 38명의 수로 늘어났을 뿐 겹치는 철학자의 경우 앞선 책에서 있는 내용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보이는 오타와 결정적으로 '문어체''구어체'의 혼용은 무엇인가? 큰 틀은 문어체를 유지하면서 곳곳에 '했단다'라는 식으로 구어체가 나오는 것은 글쓴이와 편집자가 제대로 교정을 보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커다란 실수이다. 물론 앞선 책에 대해 내가 지적한 것과 같이 표지를 멋있게 바꾸고 왠지 있어보이게 만든 점은 높게 사지만 책의 가치는 책의 내용에 있으며 정확한 교정은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앞서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철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높이 평가할 점은 각 철학자 끝에 나오는 '철학 실험실''원전 속으로', '철학자의 뒤안길'같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둠으로써 단순히 지식을 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목표인 '생각하는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 밖에 각 철학자의 삶을 소개한 후에 그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안광복씨가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많다. 이런 것들을 통해 글쓴이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데 주로 글쓴이는 '이성'을 강조하는 철학 사조보다는 이의 부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애쓴 철학자들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신'에 대해 부정적이고 약간은 보수적인 느낌을 받게 되었으며 철학자답게 끊임없이 진리릍 탐구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독자는 명심해야 할 것은 각 철학자들에 대한 평가는 '자신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인 안광복씨의 설명은 단순히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으로 서양 철학에 접하고자 하는 자는 이 책을 통해 먼저 각 철학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를 척도로 각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어 스스로의 생각과 철학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길에 이 책은 비록 많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동반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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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
안광복 지음 / 신원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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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직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본인은 요새 책에 파뭍혀 살고 있다. 특히 독서 클럽 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이번주는 지은이 <안광복>에 대한 책들만 모아서 읽고 읽는 중이다. 안광복은 서강 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중동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재직중이다. 보통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책을 집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물과 책을 쓰는 이른바 '공부하는 교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철학'이란 어려운 학문을 '교수'가 아닌 고작 고등학교 '교사'가 연구하여 책을 내 놓는다고 하면 별로 신뢰를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선입견을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하건데 <안광복>이란 사람에 대해 알기 전이였다면 다른 책을 고를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게다가 책 제목도 <청소년을 위한~>이란 제목이지 않은가?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남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책표지도 '세련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책 제목 또한 남에게 자랑하기에는 좋지 않는 제목이다보니 많이 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이 글쓴이의 머릿말을 읽으면서이다. 특히 과거 고등학교 시절 <고교 독서 평설>(지학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모르던 많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고교 독서 평설>에 연재되었던 것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그리고 아직 철학이 뭔지도 모르는 본인에게 있어서 철학자들의 '사상'보다는 '삶'에 중점을 둔 책으로서 철학 초보자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서양, 동양, 한국의 총 25명의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에게 어렵지 않도록 철학자들의 사상은 최소화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철학이 좀 더 쉽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즉,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그 글쓴이와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이 책은 철학의 지침서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중간중간 글쓴이의 생각이 들어간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행간에 나타난 글쓴이의 생각을 살펴보면 '철학자'란 무엇인지, '철학'이란 무엇이고 '철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생각 또한 읽을 수 있다.

 

 이제 칭찬을 했으니 잘못된 점도 지적해야겠다. 일단 오타가 눈에 보인다. 많은 오타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하나의 오타라도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글쓴이와 편집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록 책 표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임은 잘 알지만 이제 표지를 바꿀 때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 머릿말에 나타난대로 글쓴이에게 학자와 교사의 길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면서 학문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늘 배려해 준 중동고등학교 교장 같은 분들이 있어서 이른바 '교수'가 아니더라도 이런 좋은 책을 써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통 고등학교 교사라면 더이상 학문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의 글쓴이를 보고 많은 고등학교 교사들이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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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인간학 -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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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춘추시대 중국의 사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유가를 대표하는 <논어>와 <맹자>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되서 읽기에 저어하였다. 그러던 중에 <CEO 인간학>이란 시리즈 물로 춘추시대 중국 사상 중에서 경영의 지혜라는 엑기스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춘추시대 사상을 통해 사람과 시대를 움직이는 경영의 지혜를 찾을 목적으로 기획된 <CEO 인간학> 시리즈 중 첫번째 것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유가(儒家)>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궁금증이 든다. 과연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 특히 <유가(儒家)>가 현대 사회, 특히 경영에 적용이 될까? 이 책에서는 글쓴이는 유가의 지혜가 구체적으로 발휘되는 형식은 인술(仁術)이고 인술의 구체적인 표현형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인데 이를 통해 유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이론적 체계와 실천적 방법들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로써 유가의 지혜는 여전히 중국인들의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 특히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에 대해 현재에도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유가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총 5개의 큰마당과 24개의 작은마당으로 각각의 마당에 맞는 역사상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상깊은 것이 첫번째 작은 마당에서 소개한 송나라 양공(襄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맹주가 되고 싶어했으나 인의로 무력을 무너뜨리겠다는 망상을 가지고 전쟁터에서 전열을 갖추지 못한 초나라 군대를 공격하지 않아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특히 실질에서 벗어나 공론만 일삼거나 현실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허한 주장과 이론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공이 주장했던 '인의의 군대'와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글쓴이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서 제나라 환공의 뒤를 이어 두번째 패자가 된 진의 문공 중이(重耳)의 에피소드를 통해 '물러남을 나아감으로 여긴다'는 이퇴위진(以退爲進)의 처세방식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퇴하여 진격하는'전략이 목적하는 바도 궁극적으로 '나아감(進)'에 있는 것이지 '물러섬'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도피주의나 패배주의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나라의 안영이란 인물은 굉장히 흥미롭다. 제나라에는 두 명의 명재상이 있었는데 그 중 첫번째가 그 유명한 관중이고 두번째가 안영이란 인물이다. 그동안 관중에 대한 이야기는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안영이란 인물은 지금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었다. 그는 직언과 간언으로 유명하였는데 자세히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간언 기교는 오늘날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솔직히 현재 우리나라를 보면 과연 높은 분들에게 간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과연 우리나라에 안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간언을 하는 안영을 죽이지 않고 대체로 받아 들였던 경공같은 인물이 없는 것일까?

 

 이와 같이 유가를 통해 유가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생각했던 '군자(君者)'와 '성인(聖人)'의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이 책은 도와주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유가, 도가, 법가, 병가, 종횡가 이렇게 총 5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유가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에 배울 수 있었으며 앞으로 계속되는 책을 통해 나머지 사상이 현대에서 의미하는 바를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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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인간학 -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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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춘추시대 중국의 사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유가를 대표하는 <논어>와 <맹자>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되서 읽기에 저어하였다. 그러던 중에 <CEO 인간학>이란 시리즈 물로 춘추시대 중국 사상 중에서 경영의 지혜라는 엑기스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춘추시대 사상을 통해 사람과 시대를 움직이는 경영의 지혜를 찾을 목적으로 기획된 <CEO 인간학> 시리즈 중 첫번째 것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유가(儒家)>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궁금증이 든다. 과연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 특히 <유가(儒家)>가 현대 사회, 특히 경영에 적용이 될까? 이 책에서는 글쓴이는 유가의 지혜가 구체적으로 발휘되는 형식은 인술(仁術)이고 인술의 구체적인 표현형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인데 이를 통해 유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이론적 체계와 실천적 방법들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로써 유가의 지혜는 여전히 중국인들의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 특히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에 대해 현재에도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유가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총 5개의 큰마당과 24개의 작은마당으로 각각의 마당에 맞는 역사상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상깊은 것이 첫번째 작은 마당에서 소개한 송나라 양공(襄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맹주가 되고 싶어했으나 인의로 무력을 무너뜨리겠다는 망상을 가지고 전쟁터에서 전열을 갖추지 못한 초나라 군대를 공격하지 않아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특히 실질에서 벗어나 공론만 일삼거나 현실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허한 주장과 이론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공이 주장했던 '인의의 군대'와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글쓴이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서 제나라 환공의 뒤를 이어 두번째 패자가 된 진의 문공 중이(重耳)의 에피소드를 통해 '물러남을 나아감으로 여긴다'는 이퇴위진(以退爲進)의 처세방식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퇴하여 진격하는'전략이 목적하는 바도 궁극적으로 '나아감(進)'에 있는 것이지 '물러섬'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도피주의나 패배주의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나라의 안영이란 인물은 굉장히 흥미롭다. 제나라에는 두 명의 명재상이 있었는데 그 중 첫번째가 그 유명한 관중이고 두번째가 안영이란 인물이다. 그동안 관중에 대한 이야기는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안영이란 인물은 지금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었다. 그는 직언과 간언으로 유명하였는데 자세히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간언 기교는 오늘날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솔직히 현재 우리나라를 보면 과연 높은 분들에게 간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과연 우리나라에 안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간언을 하는 안영을 죽이지 않고 대체로 받아 들였던 경공같은 인물이 없는 것일까?

 

 이와 같이 유가를 통해 유가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생각했던 '군자(君者)'와 '성인(聖人)'의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이 책은 도와주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유가, 도가, 법가, 병가, 종횡가 이렇게 총 5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유가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에 배울 수 있었으며 앞으로 계속되는 책을 통해 나머지 사상이 현대에서 의미하는 바를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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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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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목은 멋있는 책" 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표현했는지 알고 싶으신 분은 중간 단락은 읽지 말고 맨 마지막 2 문단만 읽어보기 바란다. 어차피 중간 단락은 책 내용을 요약하는데 불과한 것이고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2단락에 다 적어놓았다.

 

 1부 벽에 들린 사람들에서 특히 감동을 준 것은 굶어죽은 천재 김영과 위대한 둔재 김득신의 일화이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천문학과 수학의 천재 김영….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란 말로 그의 삶을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능력 있는 자를 신분이 비천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그의 죽음 뒤엔 유작을 모조리 훔쳐간 천문관들의 행태는 요근래 학벌중심주의와 남의 저술을 제 것이랑 훔치는 사람들의 행태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또한 위대한 둔재 김득신의 경우, [백이전]을 11만 3천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의 [독수기]에는 만번보다 적게 읽은 것은 아예 꼽지도 않았는데도 36권이 되니 요새 현대인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나도 책을 읽은 후 그 횟수를 기록하는데 기껏해야 한권당 3번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한달에 책 1권 읽기도 힘든 상황이니 모두들 김득신을 본받아 독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에 책에 미친 이덕무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는데 나를 깨우는 죽비소리와도 같았다. 고백하건대 나의 독서는 지적 편식이나 편집적 욕망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비해 이덕무의 독서는 이를 뛰어 넘어 천하를 읽는 경륜으로 이어지는 지적 토대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 독서의 목적을 일깨워 주는 좋은 비판 이었다.

 

 이어서 박제가와 서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둘의 공통점은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세상이 그들을 알아주니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제가가 묘항산에 가면서 서문장전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닐까? 서문장은 세상과 만나지 못한 좌절로 인해 번뇌를 없애기 위해 도끼로 제 머리를 깨뜨리기도 하고 귀가 멀어야 이 미친 세상의 소음을 들을 수 없기에 송곳으로 귀를 찌르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위정자들은 인재 없을 탓하지 말고 인재를 알아볼 눈이 없음을 탓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현대로 말하자면 쪽집게 과외교사에 불과할 노긍이란 인물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는 정조시대의 과거시험 답안 대필업자였다. 그는 수없이 많은 과거에서 급제를 하였으나 단지 명예만을 더할뿐 몰락한 잔반에 불과한 그에게 벼슬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시대를 한탄하면서 보냈으며 양웅을 알아준 환담과도 같은 이가환이 아니었으면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2부는 멋진 만남에 대한 이야기 이다. 첫번째로 허균과 화가 이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가 이정은 당시 세도가 집에 초청되어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솟을대문에 두마리의 소가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들어가는 것을 그려주었다. 이는 "너 혼자 다 해먹어라"란 뜻이렸다. 결국 평양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는데 허균이 그에게 평소 생각하던 집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그가 죽어서 그의 뜻을 이루어 지지 못하였고 결국 허균도 11년 후 반역을 꿈꾸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도 허균이 그려달라고 부탁한 집에서 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나이가 먹으면 함 시도해 봐야 겠다.

 

 이어서 허균과 기생 계량의 우정의 일화가 나온다. 과연 남자와 여자와의 우정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기생은 현대의 몸파는 계집이 아니었다. 가무와 시서화에 능숙한 전문직종이었으며 허균은 그런 계량과 몸을 섞지 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요새 선생님이 대학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을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송희갑은 원래 무식하였는데 "선비가 세상에 나서 스승 없음을 근심할 일이지 배움이 서지 못함은 근심할 것이 못 된다"라면서 강화도로 권필을 찾아오게 된다. 돌이켜보건대 나에게 있어 그런 스승은 없는 듯 하여 매우 아쉽다. 이 모두가 내가 교만하고 스승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도 소개하고 있는데 황상에게 준 오로지 부지런하면 된다는 가르침을 붙잡고 글에 매진한 황상을 보면서 나를 돌이키게 된다. "부지런함"이라...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홍대용과 그의 벗들의 음악이 있는 풍류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음악에 있어서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늘 음악을 듣고 간단한 악기는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매우 미미한 편이다. 얼른 악기에 노력을 쏟아서 홍대용과 같은 풍류를 겪어 보아야 겠다.

 

 이어서 박지원의 돈을 꿔달라는 편지에서는 돈을 빌리는 입장이면서도 전혀 비굴해 하지 않고 위트를 섞는 연암의 성격을 알수 있었으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내의 노을치마에 써준 글에서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3장은 일상 속의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다. 이 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자놀이와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과 세검정 구경하는 법등을 보면 고리타분한 양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런 글이 쓰여진 시기가 조선 초기가 아닌 후기라는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아마도 이런 고리타분한 성리학은 우리의 상상 그대로 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미쳐야 미친다'이다. 그런데 제 1장을 제외하면 제목과 관계 없는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1장에서 받았던 감동과 나를 채찍질하게 하는 죽비소리는 2, 3장에 들어서는 단순한 '지식' 이상을 독자에게 주지 못한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원문을 소개하고 다시 글쓴이가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읽기에 어려운(하지만 오래된 글이라서 낯선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글을 현대어로 풀어주는 것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순기능도 있으나 어떻게 보면 작가의 생각을 강요하는 게 될 수도 있으며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쪽수를 늘리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결국 비교적 많은 자료를 찾아서 수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물(허균, 정약용 등)에 치우친 것과 1장을 제외하면 단순한 인물 소개를 벗어나지 못한 점, 특히 책이 전혀 하나의 흐름을 잡지 못하고 각각의 장과 에피소드가 따로 따로 설명하는데 그친 점은 책과 글쓴이에 대해 실망하게 하는 점이다. 즉,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선택하신 분은 이 책의 1장만 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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