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e시대의 절대사상 2
김용환 지음 / 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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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양 정치철학사를 공부 하는 순서는 플라톤의 '국가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먼저 읽은 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나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로크의 '사회계약론' 순서를 쫓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하지만 선행 지식이 없었던 나는 아무래도 가장 유명했던 '군주론'을 읽은 후 '리바이어던'을 읽게 되었다. 그 결과 그 두 권의 책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여러움이 있었다. 특히 '리바이어던'의 경우 대부분의 책들이 [발췌] 번역을 해 놓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막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으며 정치외교학과 전공이 아닌 대학생의 입장으로서는 이해하기가 굉장히 난해하였다. 한국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이 책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가 번역에 앞서 책의 절반 정도를 홉스의 사상과 철학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먼저 홉스는 '리바이어던' 21장 '백성의 자유'에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양도함에도 끝내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홉스는 '묵비권''양심적인 병역 거부'의 권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탈영하거나 전투를 피하는 병사의 경우에도 이들이 불명예스럽거나 비겁하다는 비난은 받을 수 있으나 부정의하다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홉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자신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로 절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홉스는 '국가 붕괴'의 원인으로 잘못된 교설들을 가르침으로써 백성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국가를 붕괴시키고 반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홉스는 성직자들과 스토아학파 학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당시 유럽 사회가 교회와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함으로써 영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교회가 국가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고 이로써 분열을 조장하고 반란을 선동하여 국가가 분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마키아벨리'[군주론]을 봐도 알겠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교황으로 인해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프랑스, 에스파냐 등의 침략을 받았는지를 보면 이런 홉스의 비판은 타당하다.

 

 그리고 홉스는 종교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공적(公的)으로 허용되면 종교가 되고 허용되지 않으면 미신으로 된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신을 만들었는데, 자신이 경배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종교라 이름 붙이고 다른 사람의 것에 대해서는 미신이라 부른다."

 

 또한, 홉스는 박해와 처형을 피하기 위해 외형적으로 우상을 경배하는 것은 자기보존에 대한 권리가 최우선적이기 때문에 용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순교를 상당히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하나님의 명령'이라 사칭하여 교회, 교파 도는 성직자 개인의 사익을 도모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예루살렘 성지의 회복이란 명분으로 일으킨 십자군 전쟁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지하드(聖戰)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는 순교라 불릴 수 없다. 그리고 제 43장에서 성서의 어디에서도 교회의 무오류성, 더 나아가서 어떤 특정한 교회의 무오류성, 특히 특정한 인간의 무오류성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또한 홉스는 4장 [어둠의 왕국론]에서 교회가 천국과 지옥, 천사와 귀신 이야기 그리고 악령 등을 말함으로서 사람들을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특히 요정, 걸어 다니는 유령 같은 것에 대한 의견들이 의도적으로 가르쳐져 왔거나 반박되지 않았으며 이는 십자가나 성수 그리고 신들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른 것들이 악령 추방에 효능이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교회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와 인공적인 상징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정신세계마저 지배하려고 한다고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결국 이런 홉스의 성직자에 대한 비판은 그로 하여금 평생에 걸쳐 교회와 성직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신변의 위협을 받게 만들었다. 그는 무신론자라거나 신성 모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으며 북 아일랜드 런던데리의 주교를 지낸 브럼홀 감독과의 논쟁이나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신론과 신성모독을 처벌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을 때 홉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엮은이는 [리바이어던]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화 시대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존재 상황은 홉스가 말하고 있는 자연 상태 또는 전쟁 상태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인류가 파멸로 가지 않고 자유로운 시민사회로 남을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의 힘과 자기보존 본능, 그리고 계약의 정신이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이며 여기에 홉스의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통에 기대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철학을 세움으로써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결국 [리바이어던]은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홉스의 대표작으로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가지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교회, 성직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당시 타락했던 교회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였으며 얼핏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듯하지만 개인의 생존권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절대군주정과 공화정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는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당시 영국의 시민혁명 아래에서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마키아벨리'[군주론]과 같이 교황청의 금서로 지정되는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굉장히 아쉽다. 대부분의 책들이 홉스의 국가론이 시작되는 1, 2장 위주로 번역하고 있을 뿐이고, 홉스의 종교관이 나타나는 3장, 4장은 대부분 [발췌]번역을 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이 많아서 부담스러워서 그랬을까? 결국 이 책도 후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나올때 까지의 과도기적 역활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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