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반딧불,, > 그 도시에 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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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집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다.
싱크대가 샜다. 처음엔 그냥 조금만 하면되겠지 하면서 시작했었다.
닦고 다시 테이프를 부치고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한구석에 고인물이 있었나보다.
어느 날인가부터 이상한 썩는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다가,
확인을 한답시고 날잡아서 아예 뜯었다. 뭐 쉬는 날 하루 잡아서 하면 충분할 줄 알고 시작한 일은
지금 나흘 째 제 위치를 못잡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싱크대 다 뜯어서 다 닦고,
그 속에 있던 그릇들 다 닦고, 밀린 청소 하고 일단 싱크대 옆면 벽지를 완전히 뜯어내어 시트지로 다시 부치
고 그 작업 중에 싱크대 다리 하나가 옆으로 밀렸다.
덕분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대청소를 할때는 꼭 혼자 하게 된다.
어째 꼭 그렇게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마무리하고 다시 제 자리에 집어넣고, 실리콘까지 바르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내가 될 것이다. 남편은 날마다 늦으니까.
어쨌든 난데없는 청소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것은
결국 처음에는 이렇게 별것도 아닐 거라 생각한 것들이 점점 쌓여서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모든 것들을 결국은 잃게 되고, 그런 모든 과정을 의사의 아내 라는 단 한명의 눈 뜬자가 목격하고
어찌되었든 눈먼자의 생활에서 눈 뜬자의 더 끔찍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무어 그다지 눈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모두가 눈멀어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또한 무엇이 진실인지도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세상에서는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불행인 것이다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을 했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삶의 진실을 너무나 쓰라리게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아팠던 그런 책이었다.
읽는 내내 참 마음도 아프고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다.
이 책을 처음 알게한 복돌이님이 고맙다.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