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차력! 임무완수. 생사불명 야샤르

2006.9.15. - 올해의 24번째 책

★★★★★

로드무비님, 역시 내공다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리뷰에도 썼다시피, 재미있게 술술 읽히기는 하는데 울화통 터지는 걸 삭히느라 종종 책을 쿵! 덮어야 했다지요. ^^;;;

역시, 서재마을을 돌아다녀야 귀동냥 눈동냥에 책을 고르는 혜안도 생기나 봅니다. 요즘 읽은 책은 줄줄이 대박이네요. 아영엄마님이 추천해 주신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신나게 읽고 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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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생사불명 야샤르
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비극은 동사무소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뒷 표지의 광고문구대로, 야샤르의 비극은 정말 작은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생사불명이라니? 뇌사? 실종?
그건 아니다. 여기, 도플갱어도 아니면서 본인이 생사불명이라고 떳떳이(?)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의 입을 빌어 사태를 파악해 보자.

"그건 당신이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그들은 제게 조금이라도 이로운 일이면 '넌 죽었어'라고 하고, 자신들이 아쉬우면 '넌 살아 있어'라고 한다니까요. 학교에 가려고 하니까 '넌 죽었어'라고 했고, 세금을 징수할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했어요. 소송을 걸면 죽은 사람이 어떻게 소송을 거느냐고 했고, 정신병원에 가둘 때는 전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제가 스파이와 친하게 지내는 게 알려지면 절 살아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즉각 교수형에 처할 게 뻔하다고요."

오호라 통제라.....듣기만 해도 억울한데, 당한 자는 오죽할꼬. 나 어려서부터 <호적에 빨간 줄>을 두려워 하는 어른들의 말을 종종 듣고 살았다. 그때야 호랑이가 곶감 무서워 하는 격이지, 그깟 호적에 줄 하나 그어진다고 무슨~ 허투로 넘겼는데, 아, 생사불명 야샤르의 천일야화스러운 일생 얘기를 듣고 나니 그것이 아니네. 이건 당최, 호적에 빨간글씨로 '사망'이라고 쓰여있으니, 야샤르, 살아있으되 산 목숨이 아니다.

터키를 왜 형제국가, 형제국가 하는가 했더니, 아지즈 네신의 입담을 따라가다 보니 터키와 한국은 정말 형제국가가 맞는가 보다.

"아니, 사람들이 모두 급해서 쩔쩔매고 있는데 기차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요?"
"당신 화성에서 왔소?"
"예? 화성에서 오다니요?"
"아니, 이 나라에서 언제 기차가 시간표에 따라 운행된 적이 있소?"
"그렇다면 시간표는 왜 써놓은 거요?"
"왜냐고? 시간표가 없으면 기차가 얼마나 늦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소?"

뭐 하나 시간표대로 운영되는 법이 없는 이 나라, 경직되고 고루한 관료주의, 책상머리 행정, '빽' 아니면 뭐 하나 해결이 되지 않는, 그래서 있는 사람은 계속 있고 없는 자는 아무리 사방팔방 뛰어도 평생 없는.... 하긴, 그러고 보면 난 온실 속의 화초인가 보다. 위에 나열한 숨 턱턱 막히는 상황을 뭐 하나 몸으로 체험해 봤어야 말이지. 그저 뉴스 속에서, 책 속에서 딴 세상 얘기인 듯 구경이나 했지.
헌데, 민쯩 없는 죄로 뭐 하나 되는 일 없는 야샤르의 이야기는 그냥 편안히 앉아 들어넘기게 되질 않는다. 설탕 국자에 소다가루 넣은 듯 뭉게뭉게 부풀어 오른, 현실감 없는 사건들임에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 뱃속에도 누군가 소다를 들이부은 듯 뭉게뭉게뭉게뭉게.....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이야기가 한 꼭지 끝날때마다 야샤르의 감방 동료들과 함께 이렇게 외치게 되는 것이다.

"에이, 씨발!!!!"

"이런, 제기랄!!!!!!" 

생사불명 야샤르로 처음 만난 작가, 아지즈 네신의 문학 세계는 '풍자'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다. 작가는 자신의 풍자관을 이렇게 정의했다.
"풍자는 세계를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제해줍니다."
그렇다. 야샤르의 이야기는, 적어도 나, 본인의 이야기는 아닐지언정 내 곁의 누군가의 이야기....아니지, 얼마 후 내가 겪을 이야기의 뻥튀기 판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당최, 이야기로서는 재미있으되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때마다 울분을 삭이느라 한동안 덮어두어야 진척이 되는 책을 써낸 작가는,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불의와 권위를 비판, 우리 삶을 더 이상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하지 않은 순수한 꿈>을 실현시킬 제대로 된 무기 하나를 손에 쥔 듯 하다.
아니지, 이 책을 통해, 그 무기를 내 손에 꽉, 쥐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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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어머, 재밌어요. 여기 입당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시험 보나요? 헉...;;;; - 2006-09-07 21:24

 

이미 엎지러진 물입니다. 입당의사를 밝히셨으니 당원으로 임명합니다. 짝짝짝
당원 명부에 따라 10월 선정자인 바람돌이님에 이어
마노아님이 11월 추천도서 선정자가 될 예정이오니 미리 미리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

<당원 명부>

검은비 -> 04년 7월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선정
네무코 -> 06년 5월 신기생뎐
느림 -> 04년 8월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선정
단비 -> 06년 6월 다빈치코드 선정
또마 (=몽상자=자몽상자) -> 06년 8월 눈먼 자들의 도시
마노아 -> 입당을 환영합니다!
마태우스 -> 04년 9월 장석조네 사람들 선정
메시지 -> 04년 10월 살아있는 우리신화 선정
로드무비 -> 06년 9월 생사불명 야샤르 선정
바람돌이 (추후 입당)
반딧불 -> 05년 1월 수상한 과학 선정
복돌이->04년 6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선정
비발 -> 04년 12월 처녀치마 선정
수니나라 -> 05년 3월 맞벌이의 함정 선정
실론티 -> 05년 4월 아인슈타인의 꿈 선정
쏘울키친 -> 05년 2월 코끼리를 쏘다 선정
아영엄마 -> 05년 5월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선정
연보라빛 우주 -> 05년 6월 몽고반점 선정
이카루 -> 04년 11월 나는 걷는다 선정 (=복순언니)
이파리 -> 05년 7월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조선인 -> 05년 8월 조선의 뒷골목 풍경
지우개 -> 05년 9월 표절
진/우맘 -> 05년 10월 외출
책읽는나무 -> 05년 11월 미쳐야 미친다
파란여우 -> 05년 12월 나를 부르는 숲
판다 -> 06년 3월 최초의 현대화가들
폭스바겐 -> 06년 2월 백년 여관 선정 (= 모카신)
하루 -> 06년 4월 제5도살장
하얀마녀
흑백TV -> 06년 7월 한국인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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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한 권 골라야 하는 거군요. 고민할게요.(>_<)

진/우맘 2006-09-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짝짝짝^^

진/우맘 2006-09-1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박수만 치고 있을 일이 아니군....또 지독한 도장쥔장이 지붕 맹글어 내라고 독촉하게따....도망가자. =3=3=3333

아영엄마 2006-09-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환영합니다... ^^ (라고 하기엔 당원 자격이 부족해... 나도 도망가야징..-=3=3=3)

로드무비 2006-09-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마노아님.^^

비로그인 2006-09-1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이로써,막내(?)회원에서 벗어나는 건가요? ^^

마법천자문 2006-09-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 대선에 독자후보를 내실 계획인가요? 아니면 비판적 지지 쪽으로 갈 예정이신지?

마노아 2006-09-1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이요! 신간 도서만 추천할 수 있나요? 설마 그건 아니겠죠? (벌써 쫄았음..;;;;)

진/우맘 2006-09-1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말도 안 돼요! 신간 도서만 추천할 수 있다니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집을 추천하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추천하든, 마노아님 마음대로입니다.
....그, 그래도, 프루스트를 추천하시지는 않겠죠? ㅡㅡ;;;; =3==333

마노아 2006-09-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러게요^^ 프루스트는 저도 도전 못해요ㅠ.ㅠ 저 간밤에 책 고르는 꿈 꾸었답니다..;;;;;;
 
 전출처 : 진/우맘 > 발맘발맘, 아리잠직....

 

생전 처음인데도 어쩐지 낯설지 않은 우리말이, 적재적소에서 귀에 짝짝 달라붙는다. '더러운 책상'에서 생뚱맞게 머리 속을 갉작거리던 단어들과는 또 다르다.  얼마나 공을 들이면 이런 단어들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으려나....

 

 

발맘―발맘 [발맘발맘하다]

발맘―발맘[부사][하다형 자동사] 1.남의 뒤를 살피면서 한 발 한 발 뒤따르는 모양. ¶아이의 뒤를 발맘발맘 따라나서다. 2.팔을 벌리어 한 발씩 또는 다리를 벌리어 한 걸음씩 재어 나가는 모양.


왜자기다 

왜자기다[자동사] (여러 사람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


아리잠직―하다 

아리잠직―하다[―지카―][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키가 작고 얌전하며 어린 티가 있다.


콩켸―팥켸 

콩켸―팥켸[―켸팾켸/―케팾케][명사] ‘뒤섞이어 뒤죽박죽으로 된 사물’을 이르는 말.


잘코사니 

잘코사니 Ⅰ[명사] 고소하게 여겨지는 일.Ⅱ[감탄사] 얄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하거나 봉변당하는 것을 고소하게 여길 때 하는 말. ¶잘코사니! 공연스레 허풍을 떨고 으스댈 적에 알아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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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사랑은 말이다. 가루비누랑 똑같은 기다.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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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생명은 색깔인디 호박의 연두색이 월매나 이뻐. 그 이쁜 색을 살리지는 못허고 뭔 생각으로다 허연 밀가루를 잔뜩 뒤집어씌워, 씌우길. 눈 뒀다 워디다 써. 꽃기생 속적삼이 두껍던가, 얇던가? 입이 있으면 말혀봐."
"얄따랗던데요."
"이, 맞어. 호박전은 꽃기생 속점삼이라고 알면 돼. 밀가루가 스친 듯 만 듯, 호박에 속살이 환히 비치는 옷을 입혀야 되야...."-15쪽

"...남자는 늙어도 애 같단 말이 있제. 왜 그런 중 아는가?"
"글쎄요."
"부엌일을 안 해봐서 그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사는 여자들, 부엌일을 모리는 여자들이 암만 나이를 먹어도 철 안 드는 것과 같은 이치제."
"에이, 아무려면요."
"부엌에서 한 삼십 년만 늙어봐라. 그까짓 것이사 절로 알기 되지."-24쪽

사랑은 말이다. 가루비누랑 똑같은 기다. 거품만 요란했지 오래 쓰도 못 허고, 생각 없이 그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마 살 속의 기름기만 쪽 빼묵고 도망가는 것도 글코, 그 물이 담긴 대야를 홱 비아뿌만 뽀그르르 몇 방울의 거품이 올라오다가 금세 꺼져뿌는 기 똑 닮았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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