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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 전2권 ㅣ 세상을 뒤흔든 368일
왕쑤 지음, 송춘남 옮김, 선야오이 그림, 웨이웨 이 원작 / 보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뭐든 극적 요소가 너무 많아지면 효과는 반감되고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더할 경우 그 진실성마저도 의심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을 뒤흔들어 버린 장엄한 오디세이 같은 역사적 진실에, 내면의 상상력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실적 묘사로 장면 하나하나가 스틸컷과 같은 현장감을 보인다면 나는 그저 숨죽이고 부들거리며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934년 11월 장시 소비에트에서 8만 명이 출발해 1년 뒤 산시, 간쑤, 닝샤 혁명근거지인 우치 진에 도착할 때 7천명만이 살아남은 중국 홍군의 대장정을 그린 그림이야기 <대장정>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시각적으로 장대하게 담아냈다는 것을 넘어, 뛰어난 인물묘사와 장면묘사를 통해 마치 대장정을 옆에서 지켜본 듯한 생생함을 되살려 놓았다.
자칫 승자의 기록일 역사적 사실에 매몰되어 삶과 죽음이 엇갈린 장정의 주체들이 비춰지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흐트러짐 없는 구성으로 극적 요소들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그려낸 것은 눈에 뛴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을 때 수많은 인물들과 만나던 재미와 같다고나 할까.
책을 덮고도 장정의 수많은 극적인 장면에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홍군의 얼굴이 겹쳐진다면 이미 작가는 성공한 것이다. 마치 마오(毛)가 대장정은 하나의 선언이며, 선전력이고, 파종기라고 자랑스럽게 정의했던 의도와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정 도중에도 홍군의 규율은 엄격했다. 먹을 것이 없어도 들판의 곡식을 베지 않았으며, 점령한 곳에서는 대가를 치루고서야 물건을 교환했고, 절대 헐벗고 가난한 자들에게 피해를 가하지 않았다. 이후 대륙이 공산화되는데 대장정은 결정적이었다. 내부의 자신감, 외부의 신뢰.
이 책도 역시 세밀하고도 과장되지 않은 엄격한 표현으로 긴 세월이 흐른 허구일 것만 같은 수많은 극적 장면의 역사를 우리 앞에 고스란히 살려준다. 그러하기에 인물간의 갈등관계, 공산당과 국민당의 치열했던 전투를 비롯해 대자연과 굶주림과 적들과 싸워야하는 눈물겨운 홍군의 고난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상호간의 인간애도 되레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게 한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을 읽을 때 거대한 중국에 대한 시대적, 지역적 간극에다 허약한 기초지식으로 부득이 많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비해 수월하다. 그리고 왜 대장정으로 넓은 대륙이 사회주의의 길을 택하게 되었는지, 왜 중국을 이해하는데 대장정이라는 과정이 중요한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