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까지 연달아 일에 치여, 오늘은 도저히 견딜 힘이 없어 일찍 퇴근했다. 며칠째 애꿎은 담배를 조져댔더니 목도 말라붙고 컨디션이 소위 메롱이다.
내 인생에 불꽃같이 화려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아니 언제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단 한번도 인생의 불꽃이 뒤에 올 시절의 이야기지 이미 지난 이야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인생의 최고점? 글쎄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일본에서 처음 배낭여행을 하던 10년전, '니시카타카미'라는 정말 촌동네 마을에 도착했을때 이미 불꽃은 터져 올랐다. 기차에서 뛰어내려 삼각대도 없이, 릴리즈도 없이, 숨을 바짝 참으며 그 묵직했던 FM-2 셔터를 누르고 필름감고...누르고 필름감고..참으로 찍고 싶었던 불꽃놀이 촬영의 첫 순간에 쿵쾅거리며 터지는 불꽃처럼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건 사진이 아니로세. 아니로세...
'그래 찍는 순간에라도 즐거웠으니 됐다'는 자조를 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라, 승질 가라앉히는데 꽤 시간 걸렸다. 순간! 바로 그 순간! 어찌 잡을까!...
그 뒤에도 나의 도전은 계속 되었지만, 사실 쌀쌀한 밤 날씨 참아가며 이것저것 갖추어 좌판 펼치는게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뭐든 잘 안되면 흥미가 떨어지는 법이지...암.
아, 꽃같은 젊음, 불꽃이여.
언제였던가 싶은 춘삼월은 항상 짧은 법이다.
여러 필름들 속에서 이 사진을 찾아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만족스럽다. 터지는 섬광과 우뢰같은 소리는 사라지고, 고요해진다.
순간같던 젊음을 잡으려 하지마라, 아니 순간같은 인생을 잡으려 하지마라. 즐기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오늘같이 멍한 날, 사진보고 깨치는 것이라도 있으니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