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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번 괜찮아 - 박미라 감정치유 에세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평점 :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 새삼스레 놀란다. 책이 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곧이곧대로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저 책들에 갇혀 내가 무의미해지고 무기력해졌다고 느껴졌을 때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다. 뭔가 답답해지고 스트레스 쌓이면 온통 책밖에 없는 서점만 가도 마음이 환해졌는데, 이젠 저것들로 인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경험. 온통 무의미하다. 질문은 이내 옮겨간다. 왜 사는가? 무얼 할 것인가? 뭘 하고 싶나? 무릎이 휘청한다.
얼마나 되었는지도 종 잡을 수도 없을만큼 나는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형경과 미라에게'라는 온라인 심리상담 사례를 모아 책으로 내었던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에 이은 또 다른 저자 박미라의 연작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으며, 인생살이의 높낮이를 대부분 경험을 한다. 가까이는 연인과 부부를 포함한 가족으로부터, 조금 멀게는 친구와 직장동료 그리고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힘겨워하고 또 극복해간다. 다만 그 모든 것이 세상사에서 지고지순한 가치인 '사랑'이라는 것에서 타인과의 가치의 괴리에서 나오는 반응(Action)에서 그 생채기는 시작되고, 정상적인 반작용(Reaction)이 순탄하지 못할 때 상처는 깊어만 간다.
그것이 성격에서 비롯되든, 인식하지 못하는 숨겨진 어릴 때의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되든 돌파구는 있다는 것이며, 그 현명한 대처는 뒤돌아볼 여유를 가지는 것과 과감히 행동할 자신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법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일상사의 상처라는 것에 직면하면 혼자남은 외톨이로 전락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나만의 고통...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책을 덮고 창밖 비오는 소리에 젖어 가만히 내려놓으면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얘기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대로 허리 꼿꼿이 세우고 다기 펼쳐두고 가부좌 틀고 앉아나누는 진지한 얘기가 아니라, 새하얀 탁자보에 잎차 한 잔 사이에 두고 몸이 푸욱 가라앉는 의자에 앉아 그저 따뜻한 말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위한 배려의 첫번째가 솔직함이라 그러듯, 철저히 나를 보살펴봐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솔직한 이기심이며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이 책은 내내 그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