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뼈다귀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0
윌과 니콜라스 지음,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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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은 아니지만 검정, 황토색, 빨강, 흰색 등 네 가지 색만으로 그린 그림이 독특하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냅과 윙클이라는 강아지 두 마리가 어느 날 마당 한 구석에서 뼈다귀 하나를 발견한다. 먼저 봤기 때문에 자기가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냅과 먼저 집었기에 자기가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윙클, 두 강아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강아지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이는 없다. 농부도, 염소도, 이발사도 모두 자기 일이 해결되자 생각해 보겠다는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두 강아지 곁을 떠나버린다. 큰 개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뼈다귀를 잃을 지경에 이른 두 강아지는 서로 힘을 합해 뼈다귀를 찾는다. 두 강아지가 사이좋게 뼈다귀를 씹어 먹는 걸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 구성이 마치 어떤 우화를 보는 듯하다. 다른 사람의 개입이 문제 해결에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얌체같은 자기 행동이 걸리긴 하는지 쫓아다니지 말라고 충고까지 하는 염소, 자기가 보관해주겠다며 물건을 들고 가 버리는 큰 개의 모습에서 인간들의 양면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엄마의 씁쓸함이야 어쨌든 아이는 이야기 읽기가 재미있었나 보다. 한참 여기 저기 들여다 보더니 대뜸 묻는다. '엄마, 왜 개들은 뼈다귀를 좋아해?' '맛있나 보지.' '고기 하나 안붙어 있는데 왜 좋아할까?' 정말 왜 좋아할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옆에서 큰애가 거든다. '뼈다귀가 걔들 장난감이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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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 흔들흔들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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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로부터 흔들다리 건너 편에도 친구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기 여우. 친구를 만나서 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차마 흔들다리를 건널 용기를 내지 못한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달린 작은 흔들다리도 무서워 건너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하물며 벼랑을 연결하는 흔들다리임에야.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기 여우의 마음은 온통 흔들다리와 그 건너편에 산다는 아기 여자여우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며칠째 흔들다리를 바라보던 아기 여우는 드디어 흔들다리를 건널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한 단씩. 첫째 날은 첫째 단, 둘째 날은 둘째 단... 며칠이 지났는진 모르지만, 어느 날 아기 여우는 흔들다리 중앙에 도착한다. 돌아가는 길이나 건너가는 길이나 똑같은 지점이다보니 드디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겠구나 기대를 하는데, 친구들이 아기 여우를 부른다.

작가는 친구들과 돌아가는 아기 여우를 끝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로 끝을 낼 수 있었는데도 굳이 흔들다리 가운에 도달한 아기 여우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끝낸 건 새로운 만남보다 흔들다리라는 역경에 도전하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여긴 까닭이 아니었을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역경을 '흔들다리'로 상정했다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아기 여우의 모습에서 역경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건너편에 사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리라는 소망은 살아가면서 품게 되는 희망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더라면 귀여운 내용이네 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 여우의 이미지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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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괴물 소동 -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 001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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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마음에 쏙 와닿는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람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읽은 파울 마르의 <냄새 괴물 소동>이 그랬다. 도서관에서 가볍게 읽을 거리를 찾다가 눈에 띄어 대출해 온 책이었는데, 첫 페이지에서부터 눈길을 확 잡아끄는게 예사롭지가 않았다. 왕국이 너무 많아 거실에 깔아 놓은 카펫보다 조금 더 큰 나라도 있을 지경이었으며, 칠흙같이 어두운 숲에 사는 괴물들이라니....

책은 그렇게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왕국을 은근히 풍자하면서 시작된다. 거기다 용이나 괴물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 이야기를 재치있게 비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용감한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괴물에게 걸어들어가는 공주와 익힌 음식만 먹는 채식괴물,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머리로만 모험을 즐기는 왕자들, 남장공주와 평민간의 성별과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 소위 상류층 인사들이 지니고 있는 오만과 편견 등 무수한 이야기거리들이 적재적소에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중간 중간 도입된 만화적 구성, 페이지 머리마다 그려진 앙증맞은 그림들,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귀엽게 마무리지어지는 결말... 흡입력도 강하고 옛이야기 형식을 지니고 있어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도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굳이 공주와 괴물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니 상류층 사회에 대한 풍자니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와 함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공주와 왕자 상과 이 책의 공주와 왕자 상을 한번쯤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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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아저씨에게 물어 보렴 비룡소의 그림동화 26
마저리 플랙 글.그림, 양희진 옮김 / 비룡소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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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마조리 플랙의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에 대해 언급해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좋은 그림책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이라나. 그 글을 읽고 마조리 플랙의 그림책을 찾아 봤지만 쉽게 눈에 띄지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비룡소에서 출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림책의 고전이며 좋은 그림책의 한 예로 꼽히는 책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구입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었을 때 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실망감이라기보다 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을까 후회부터 했다. 아무리 그림책의 고전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그림책의 전형이라 하더라도 내게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알면서 한번이라도 훑어보지 않을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촌스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형광색의 그림들하며, 왠지 거북하게 다가오는 아이의 금발 머리하며...

그림은 실망스러웠지만, 내용은 다른 독자들의 평처럼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엄마의 생일을 맞아 선물을 주고픈 대니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달걀도, 깃털 베개도, 치즈도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숲의 곰 아저씨에게 달려간다. 곰 아저씨가 귓속말로 전해준 선물을 안고 집으로 달려간 대니, 대니의 선물에 엄마가 얼마나 흐뭇해 했을지는 다들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을 게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선 먼저 한번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담는 형식이 내게 맞지 않으면 그 내용이 주는 감흥 또한 줄어든다는 걸. 인터넷 구입으로 실패한 책 목록 속에 들어간 마조리 플랙의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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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 세트 - 전2권 - 사계절 저학년 문고 24,25
황선미 지음, 김세현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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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황선미를 좋아한다. 장편을 소화해내는 능력, 매끄러운 문체와 흡입력있는 이야기 전개, 무엇보다 동화라는 형식 속에 담은 깊이 있는 내용에 감탄했고, 삽화며 종이 지질까지 일일이 신경써서 동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건네주는 그 성실함에 반했다. 그래서 <내 푸른 자전거>며 <마당을 나온 암탉>, <샘마을 몽당깨비>와 같은 작품들을 일부러 찾아 읽었고, 아이의 눈높에에 맞을 만한 작품을 권하기도 했다. 이만한 동화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 만났던 그녀의 작품들은 그렇게 좋은 느낌만을 전해 주진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 마음을 채워오는 포만감보다 뭔가 하나쯤 빠진 듯한 허전함이 먼저 고개를 든다. <초대받은 아이들>이나 <들키고 싶은 비밀>은 아쉬운 한편으로 그래도 이만하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읽은 <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은 영 씁쓸하다.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민통선 근처에서 살고 있는 약초 할아버지와 근처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네 계절에 맞게 실려 있다. 봄은 멧토끼 큰 귀, 여름은 청솔모 다래, 가을은 검둥개 반들코, 겨울은 고라니 덧니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이가 약초 할아버지이다. 고향을 떠나와 혼자 삶을 이어가는 약초 할아버지와 약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미진하다.

계절별 이야기라고 하지만 계절의 특성이 잘 살아나지도 않았고, 각 계절별로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 역시 동물들의 특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고향을 그리는 약초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선 뜬금없이 왜 이 이야기가 나올까 싶다. 뭔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읽어도 그게 뭔지 손에 확 잡히지 않는 이야기...

책에 대한 씁쓸한 기분을 그나마 희석시켜 준 건 김세현의 그림이었다. 책장 가득 그려진 동물들의 그림에서 마음을 위로받았다고 할까. <마당을...>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탁월한 그림이 책의 내용을 한결 돋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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