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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 세트 - 전2권 - 사계절 저학년 문고 24,25
황선미 지음, 김세현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황선미를 좋아한다. 장편을 소화해내는 능력, 매끄러운 문체와 흡입력있는 이야기 전개, 무엇보다 동화라는 형식 속에 담은 깊이 있는 내용에 감탄했고, 삽화며 종이 지질까지 일일이 신경써서 동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건네주는 그 성실함에 반했다. 그래서 <내 푸른 자전거>며 <마당을 나온 암탉>, <샘마을 몽당깨비>와 같은 작품들을 일부러 찾아 읽었고, 아이의 눈높에에 맞을 만한 작품을 권하기도 했다. 이만한 동화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 만났던 그녀의 작품들은 그렇게 좋은 느낌만을 전해 주진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 마음을 채워오는 포만감보다 뭔가 하나쯤 빠진 듯한 허전함이 먼저 고개를 든다. <초대받은 아이들>이나 <들키고 싶은 비밀>은 아쉬운 한편으로 그래도 이만하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읽은 <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은 영 씁쓸하다.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민통선 근처에서 살고 있는 약초 할아버지와 근처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네 계절에 맞게 실려 있다. 봄은 멧토끼 큰 귀, 여름은 청솔모 다래, 가을은 검둥개 반들코, 겨울은 고라니 덧니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이가 약초 할아버지이다. 고향을 떠나와 혼자 삶을 이어가는 약초 할아버지와 약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미진하다.
계절별 이야기라고 하지만 계절의 특성이 잘 살아나지도 않았고, 각 계절별로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 역시 동물들의 특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고향을 그리는 약초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선 뜬금없이 왜 이 이야기가 나올까 싶다. 뭔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읽어도 그게 뭔지 손에 확 잡히지 않는 이야기...
책에 대한 씁쓸한 기분을 그나마 희석시켜 준 건 김세현의 그림이었다. 책장 가득 그려진 동물들의 그림에서 마음을 위로받았다고 할까. <마당을...>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탁월한 그림이 책의 내용을 한결 돋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