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아저씨로부터 흔들다리 건너 편에도 친구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기 여우. 친구를 만나서 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차마 흔들다리를 건널 용기를 내지 못한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달린 작은 흔들다리도 무서워 건너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하물며 벼랑을 연결하는 흔들다리임에야.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기 여우의 마음은 온통 흔들다리와 그 건너편에 산다는 아기 여자여우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며칠째 흔들다리를 바라보던 아기 여우는 드디어 흔들다리를 건널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한 단씩. 첫째 날은 첫째 단, 둘째 날은 둘째 단... 며칠이 지났는진 모르지만, 어느 날 아기 여우는 흔들다리 중앙에 도착한다. 돌아가는 길이나 건너가는 길이나 똑같은 지점이다보니 드디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겠구나 기대를 하는데, 친구들이 아기 여우를 부른다. 작가는 친구들과 돌아가는 아기 여우를 끝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로 끝을 낼 수 있었는데도 굳이 흔들다리 가운에 도달한 아기 여우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끝낸 건 새로운 만남보다 흔들다리라는 역경에 도전하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여긴 까닭이 아니었을까.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역경을 '흔들다리'로 상정했다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아기 여우의 모습에서 역경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건너편에 사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리라는 소망은 살아가면서 품게 되는 희망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더라면 귀여운 내용이네 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 여우의 이미지가 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