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괴물 소동 -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 001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마음에 쏙 와닿는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람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읽은 파울 마르의 <냄새 괴물 소동>이 그랬다. 도서관에서 가볍게 읽을 거리를 찾다가 눈에 띄어 대출해 온 책이었는데, 첫 페이지에서부터 눈길을 확 잡아끄는게 예사롭지가 않았다. 왕국이 너무 많아 거실에 깔아 놓은 카펫보다 조금 더 큰 나라도 있을 지경이었으며, 칠흙같이 어두운 숲에 사는 괴물들이라니....

책은 그렇게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왕국을 은근히 풍자하면서 시작된다. 거기다 용이나 괴물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 이야기를 재치있게 비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용감한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괴물에게 걸어들어가는 공주와 익힌 음식만 먹는 채식괴물,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머리로만 모험을 즐기는 왕자들, 남장공주와 평민간의 성별과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 소위 상류층 인사들이 지니고 있는 오만과 편견 등 무수한 이야기거리들이 적재적소에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중간 중간 도입된 만화적 구성, 페이지 머리마다 그려진 앙증맞은 그림들, 짐작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귀엽게 마무리지어지는 결말... 흡입력도 강하고 옛이야기 형식을 지니고 있어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도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굳이 공주와 괴물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니 상류층 사회에 대한 풍자니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와 함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공주와 왕자 상과 이 책의 공주와 왕자 상을 한번쯤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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