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에는 사서 선생님이 없다. 도서관 담당을 하는 선생님이 한 계시고, 사서 도우미 엄마들이 20명 정도 있다. 도우미 엄마들은 두 세명 정도가 한 조가 되어 오전, 오후로 나뉘어 봉사를 한다. 도서관은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어두는데, 아이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아침 자습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정신을 못차릴 경우도 있으니, 우리 학교 아이들은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고 해야 하려나.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여러 업무로 바쁘시다 보니 본의아니게 이런 저런 일을 많이 맡게 된다. 도서관 운영에 관한 일은 도우미 회장이 맡아서 하고, 책에 관련된 일은 내가 맡아서 한다. 책에 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좀더 어린이 책을 많이 읽었다는 죄로 말이다. 몇 가지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사서 선생님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도우미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사실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도우미 엄마들의 위치는 참 어정쩡하다. 사서가 없으니 엄마들이 반납과 대출을 도맡아 하지만 그걸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뭔가를 나서서 하기엔 주제넘어 보이기도 하고, 담당 선생님도 바빠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덥썩 일을 추진했다가 덤터기를 쓰면 어쩌나 하는 얕은 계산속도 있기 때문이다. 나부터 될 수 있으면 일 만들지 말고 일을 해도 조금만 맡자 하고 있으니...

사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도서관을 찾아온다. 중요한 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자주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도우미 엄마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역부족이다. 도우미들은 일주일에 한번 봉사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전달을 한다고 해도 중간에서 끊기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모든 게  사서가 있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인데, 사서가 없다보니 도서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많은 행사들이 계획서에 이름 올릴 기회도 못얻게 된다.

사서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담당 선생님께 의견을 넣어보았지만, 경북에 사서 교사가 있는 학교가 한 학교밖에 없다며 말을 돌리신다. 다양한 독후활동과 폭넓고 지속적인 도서관 활용을 위해선 사서가 필요한 건 맞지만 예산이나 다른 것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테지.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사서 선생님을 채용하게 될까. 교육청을 찔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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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 학교도 사서를 못 구해서 도서관 개관준비 할 때 근처 도서관 사서분들이 파견 나오셔서 입력하느라 애쓰셨어요. 지금은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요..

호랑녀 2006-11-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인가봐요.
엄마들이 능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뭐하러 일년에 천오백만원을 쓰느냐 하는 거, 그리고 비정규직 처우 운운하면서 괜히 골치아파진다 하는 거...

사서교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약직 사서 정도만 있으면 훨씬 나을텐데 말예요.

아영이네 학교도 사서를 못구한 건 아닐 거에요. 제대로 대우를 안해줬겠지요. 파트타임을 구했거나 아니면 그나마 정해져 있는 계약직 사서 월급도 덜 주려고 했거나...

학교에서 사서를 채용하는 길은 학교 운영위원회에 진출하시는 길밖에 없을 듯 ^^

조선인 2006-11-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가 없는 도서관이 그렇게나 많군요. 쩝.

달아이 2006-11-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도우미들이 도서입력을 합니다. 입력 맡은 엄마들이 죽을려고 하죠.^^
안그래도 울산 기적의 도서관에 갔더니 그쪽 사서께서 그러더군요. 운영위에 들어가라구요. 맘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학교 운영위 면면들을 보면 엄두가 안나더이다...

호랑녀 2006-11-2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영위... 혼자 들어가시면 들러리 서거나 찍히거나 둘 중 하나를 감수하셔야 해요. 들어가시려면 조직적으로 들어가셔야지요... ^^
 

1학년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고 있다. 4월 중순께 시작했으니 7개월을 넘겼다.

책 읽어주기를 제안하신 분은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셨다.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하면서 의견을 물어왔다. 내 발목 잡는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냉큼 좋은 생각이십니다! 했다. 선생님은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했으면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일단 1학년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한 사람이 한 반을 맡아 연말까지 책을 읽어주기로 하고, 선생님은 책 읽어주기를 원하는 반을, 난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로 했다.

선생님들은 동화구연을 공부하신 한 분만 빼고 다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였다. 무엇보다 아침시간에, 일주일에 한번이긴 하지만, 일년을 꼬박 들어가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들어갈 반은 8반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한 명이 구해지지가 않았다. 결국 날짜를 달리해 내가 두 반을 들어가기로 하고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책 읽어주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이나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사람들이었는데도, 교실에서 20분 정도 책을 읽어주고 나오면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넓은 공간에서 35명 정도되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려니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동요부르기나 간단한 손유희를 곁들여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동요가 있는데, '목욕탕'이다. '어머니랑 목욕탕에 갔다, 아야 으악 사람살려, 때를 미는 게 아니라 살껍데기를 벗긴다, 이제부터 나혼자 간다, 어머니랑 다신 안간다'라는 아이의 시에 붙인 동요인데, 간단한 율동을 곁들여 했더니 아이들이 넘어간다. 그 상황이 실감나기 때문이리라.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 한달쯤 지났을 때 지원자가 한 명 생겼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번씩 정신없이 맞이했던 아침 시간이 한번으로 줄어들었다. 그쯤 되자 책 읽어주기도 자리를 잡아,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만큼은 되었다. 가끔 선생님이 시간을 잊어버려 바깥 활동을 하는 반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그 시간은 당연히 책 읽어주는 시간으로 알고 있었으니 비교적 성공을 한 셈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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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2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 받은 아이들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급식 하러 한 일년 가까이 다녀본 적 있는데 돌아서면 학교 가는 날이더군요. -.-

호랑녀 2006-11-22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제가 예전에 있던 학교는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읽어주기를 하겠다는데도 교장샘이 거부하셨더랬죠. 그래서 1학년 엄마가 자기 아이 교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봉사하는데도, 와, 장난 아니던걸요?

정말 그 학교 아이들 복 받았네요.

달아이 2006-11-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돌아서면 학교 가는 날이죠? 어떨 땐 일주일 내내 학교간 적도 있어요. 아이들 교실엔 얼굴 한번 안내밀면서 말이에요. ^^
 

아이들 학교에 도서관이 생긴다고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년째 접어들고 있다.

창립멤버(?)로 출발해,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아직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이젠 정말 그만둔다고 하면, 다른 도우미 엄마들이 악담(?)을 한다. 둘째가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막내가 학교에 재학 중일테니, 막내 졸업할 때까진 발 빼지 못할 거란다.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그만 두려면 아마 이사가야 될 걸~ 하는 소리가 왜 그리 심각하게 들리는 건지... 사서 도우미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탓일까. 

어쨌거나, 3년차 사서 도우미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볼까 한다.

그러고보니 사서 도우미를 하면서 별 일을 다 했다.

2학년을 대상으로 도서관 활용수업도 하고, 1학년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너무 바빠 책 구입 목록이나 도서바자회 판매 목록을 짜는가 하면, 독서퀴즈 문제를 내기도 했다.

돈도 안되는 일에 이렇게 몸바쳐 마음바쳐 시간바쳐 일한다며 푸념을 했더니 누가 그런다. 그런 사람도 있어야지요. 그런 사람도 있어야 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좀 그렇다. 그게 왜 나여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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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2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바쁘셨군요. (저도 사서도우미로 이름은 올려놨는데 그냥 순번-일 년에 두세번?- 돌아올 때나 가기로 했답니다..^^;;) 암튼 님의 경험담 많이 들려주셔요~~

달아이 2006-11-2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반나절씩 도우미를 하게 되어 있어요. 어쩌다보니 도우미 일 말고 다른 일들까지 떠맡게 되어서, 쓸데없이 바쁘답니다. ^^

조선인 2006-11-2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바쁘셨군요 2.

호랑녀 2006-11-22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셨군요 ^^
제가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사이에...

(혹시 그전에 글 올리신 걸 제가 놓쳤나 싶습니다)

저랑 거의 비슷한 일 하시고... 저만 돈 받네요. ^^ 참고할게요. 열심히 올려주세요.

달아이 2006-11-2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오랜만이지요? 해람이 낳은 거,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호랑녀님, 오랜만입니다. 책도 출판하셨던데, 너무 늦게 알아서 축하인사도 전해드리지 못했네요.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
오랫동안 서재를 비웠더니 축하드릴 일도 밀렸네요. 에궁, 미안해라~.
 
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 제우수의 역사 탐험기 1
임명현.김이철.놀자북 기획팀 지음, 김이철 그림 / 놀자북(돋을새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책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다양하게 서평을 써주셨으니, 조금 다른 각도로 책을 바라볼까 한다.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 후 책을 받아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도 논술을 겨냥했구나 하는.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주요변수로 등장한 이후 출판계에도 논술 바람이 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입시 논술이 교과서 내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되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출판물을 찾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필독서로 손꼽히는 책이긴 하지만, 어른들도 완독하기 어려워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기획하고 출판한 건 논술 때문에 목말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을까. 괜한 트집잡기이거나 비딱하게 보기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받아들었을 때 느낌이 솔직히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달리 책 속에서 소개되는 인물이 4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4명이 신화적이나 역사적으로 그리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란 제목으로 만나기에는 너무 그리스에만 집중되어 있고 숫자가 적다. 책 뒷날개를 펼쳐보고서야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기획된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본문만 본 독자들이라면 '플루타르크 영웅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더구나 이 책은 '부록'이 너무 방대하다.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를 소개하는 부록이 전체 책 내용의 1/4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화와 역사에 대해 소개해주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 분량이 너무 많아 기획의도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부록'이란 말 그대로 덧붙여지는 글인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혼동이 되는 것이다. 플루타르크 영웅들보다 그리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하는데 더 비중을 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부록이란 성격에 맞게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소개하고 인물을 더 소개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책을 받아들었을 때 책 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지금 들어와보니 표지가 바뀌었다. 사실 바뀌기 전 표지는 책을 잘 소개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대한 느낌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표지인데, 미친 척하는 솔론의 일러스트는 책에 대한 호감을 조성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바뀐 표지는 학부모의 호감을 떨어뜨리진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지면 편집이 너무 성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글자 크기에 비해 줄간이 넓게 주어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보인다. 줄간을 좀더 줄이거나 글자 크기를 좀더 크게 한다면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을 텐데, 지금 상태로는 어딘가 허전하다. 부록편도 마찬가지다. 본문에 비해 글자 크기가 너무 줄었다. 내용도 많은데다 글자 크기가 줄어서 본문과는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책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내용은 그대로 하면서 글자 크기와 줄간을 조정한다면 좀더 짜임새 있는 편집이 되지 않을까. 책과는 상관없지만 책 읽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글자 크기와 줄간이기 때문이다. 다음 시리즈를 출판할 때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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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술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면 아내는 술안주 만드는 솜씨가 늘어난다던가. 그런데 우리집은 술안주 솜씨가 아니라 집에서 담는 술 종류가 늘어난다. 초여름이면 매실주부터 담기 시작해서 겨울에 담는 모과주까지 다양한 맛을 지닌 과일주가 베란다 곳곳에 놓여진다.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술 익는 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싶으면 남편은 행복한 마음으로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을 곁들인다. 덩달아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잔씩... 술꾼 남편에 술꾼 아내, 잘 어울리는 컨셉이 아닌가. 

올해, 집에서 담는 술 목록에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더덕주. 언젠가 단골로 가는 음식점에서 더덕주를 맛본 남편은 심심하면 더덕주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조금 과장되었겠지만 어른 팔뚝만한 더덕이 우러난 술을 맛보았으니 오죽 했을까. 장에 갈 때 혹시라도 할머니들이 더덕 파는 거 있으면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팔뚝만한 더덕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 게다가 그런 더덕이면 얼마나 비쌀건데...

그러다 결국 더덕을 사긴 샀다. 팔뚝만한 더덕을 사지는 못하고 할머니들이 심어서 키운 더덕을 한아름 사와서 술을 담았다. 씻어서 물기를 말린 더덕에 소주 부은 게 다인데도 남편은 입이 이만큼 벌어진다. 그러면서 올해는 더덕하고 매실주만 담으란다. 아주 선심쓰듯이 모과주 정도는 담아도 괜찮다나... 

좀 있으면 어디 가서 술 담는 거 배워오라고 하지 싶다. 소주 부어서 만드는 술 말고, 누룩 띄워서 만드는 술. 시어머님이 누룩을 띄워서 만드는 동동주를 정말 잠 담으셨다. 다른 건 몰라도 동동주 담는 법은 꼭 배워야지 했는데, 배우지도 못한 채 어머님을 보냈다. 술 담는 날이면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항아리 가득 동동주를 담아놓고 동네 어르신들께 맘 좋은 얼굴로 떠드리던 어머니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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