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고 있다. 4월 중순께 시작했으니 7개월을 넘겼다.
책 읽어주기를 제안하신 분은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셨다.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하면서 의견을 물어왔다. 내 발목 잡는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냉큼 좋은 생각이십니다! 했다. 선생님은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했으면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일단 1학년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한 사람이 한 반을 맡아 연말까지 책을 읽어주기로 하고, 선생님은 책 읽어주기를 원하는 반을, 난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로 했다.
선생님들은 동화구연을 공부하신 한 분만 빼고 다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였다. 무엇보다 아침시간에, 일주일에 한번이긴 하지만, 일년을 꼬박 들어가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들어갈 반은 8반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한 명이 구해지지가 않았다. 결국 날짜를 달리해 내가 두 반을 들어가기로 하고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책 읽어주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이나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사람들이었는데도, 교실에서 20분 정도 책을 읽어주고 나오면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넓은 공간에서 35명 정도되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려니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동요부르기나 간단한 손유희를 곁들여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동요가 있는데, '목욕탕'이다. '어머니랑 목욕탕에 갔다, 아야 으악 사람살려, 때를 미는 게 아니라 살껍데기를 벗긴다, 이제부터 나혼자 간다, 어머니랑 다신 안간다'라는 아이의 시에 붙인 동요인데, 간단한 율동을 곁들여 했더니 아이들이 넘어간다. 그 상황이 실감나기 때문이리라.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 한달쯤 지났을 때 지원자가 한 명 생겼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번씩 정신없이 맞이했던 아침 시간이 한번으로 줄어들었다. 그쯤 되자 책 읽어주기도 자리를 잡아,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만큼은 되었다. 가끔 선생님이 시간을 잊어버려 바깥 활동을 하는 반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그 시간은 당연히 책 읽어주는 시간으로 알고 있었으니 비교적 성공을 한 셈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