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면 아내는 술안주 만드는 솜씨가 늘어난다던가. 그런데 우리집은 술안주 솜씨가 아니라 집에서 담는 술 종류가 늘어난다. 초여름이면 매실주부터 담기 시작해서 겨울에 담는 모과주까지 다양한 맛을 지닌 과일주가 베란다 곳곳에 놓여진다.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술 익는 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싶으면 남편은 행복한 마음으로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을 곁들인다. 덩달아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잔씩... 술꾼 남편에 술꾼 아내, 잘 어울리는 컨셉이 아닌가. 

올해, 집에서 담는 술 목록에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더덕주. 언젠가 단골로 가는 음식점에서 더덕주를 맛본 남편은 심심하면 더덕주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조금 과장되었겠지만 어른 팔뚝만한 더덕이 우러난 술을 맛보았으니 오죽 했을까. 장에 갈 때 혹시라도 할머니들이 더덕 파는 거 있으면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팔뚝만한 더덕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 게다가 그런 더덕이면 얼마나 비쌀건데...

그러다 결국 더덕을 사긴 샀다. 팔뚝만한 더덕을 사지는 못하고 할머니들이 심어서 키운 더덕을 한아름 사와서 술을 담았다. 씻어서 물기를 말린 더덕에 소주 부은 게 다인데도 남편은 입이 이만큼 벌어진다. 그러면서 올해는 더덕하고 매실주만 담으란다. 아주 선심쓰듯이 모과주 정도는 담아도 괜찮다나... 

좀 있으면 어디 가서 술 담는 거 배워오라고 하지 싶다. 소주 부어서 만드는 술 말고, 누룩 띄워서 만드는 술. 시어머님이 누룩을 띄워서 만드는 동동주를 정말 잠 담으셨다. 다른 건 몰라도 동동주 담는 법은 꼭 배워야지 했는데, 배우지도 못한 채 어머님을 보냈다. 술 담는 날이면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난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항아리 가득 동동주를 담아놓고 동네 어르신들께 맘 좋은 얼굴로 떠드리던 어머니 얼굴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