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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 ㅣ 제우수의 역사 탐험기 1
임명현.김이철.놀자북 기획팀 지음, 김이철 그림 / 놀자북(돋을새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책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다양하게 서평을 써주셨으니, 조금 다른 각도로 책을 바라볼까 한다.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 후 책을 받아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도 논술을 겨냥했구나 하는.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주요변수로 등장한 이후 출판계에도 논술 바람이 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입시 논술이 교과서 내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되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출판물을 찾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필독서로 손꼽히는 책이긴 하지만, 어른들도 완독하기 어려워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기획하고 출판한 건 논술 때문에 목말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을까. 괜한 트집잡기이거나 비딱하게 보기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받아들었을 때 느낌이 솔직히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달리 책 속에서 소개되는 인물이 4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4명이 신화적이나 역사적으로 그리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플루타르크의 영웅들을 만나다'란 제목으로 만나기에는 너무 그리스에만 집중되어 있고 숫자가 적다. 책 뒷날개를 펼쳐보고서야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기획된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본문만 본 독자들이라면 '플루타르크 영웅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더구나 이 책은 '부록'이 너무 방대하다.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를 소개하는 부록이 전체 책 내용의 1/4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화와 역사에 대해 소개해주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 분량이 너무 많아 기획의도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부록'이란 말 그대로 덧붙여지는 글인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혼동이 되는 것이다. 플루타르크 영웅들보다 그리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하는데 더 비중을 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부록이란 성격에 맞게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소개하고 인물을 더 소개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책을 받아들었을 때 책 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지금 들어와보니 표지가 바뀌었다. 사실 바뀌기 전 표지는 책을 잘 소개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대한 느낌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표지인데, 미친 척하는 솔론의 일러스트는 책에 대한 호감을 조성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바뀐 표지는 학부모의 호감을 떨어뜨리진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지면 편집이 너무 성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글자 크기에 비해 줄간이 넓게 주어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보인다. 줄간을 좀더 줄이거나 글자 크기를 좀더 크게 한다면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을 텐데, 지금 상태로는 어딘가 허전하다. 부록편도 마찬가지다. 본문에 비해 글자 크기가 너무 줄었다. 내용도 많은데다 글자 크기가 줄어서 본문과는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책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내용은 그대로 하면서 글자 크기와 줄간을 조정한다면 좀더 짜임새 있는 편집이 되지 않을까. 책과는 상관없지만 책 읽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글자 크기와 줄간이기 때문이다. 다음 시리즈를 출판할 때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